나의 아저씨 1~4화에 이어 5~6화의 대사 속 심리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치유하므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 5화 심리이야기
#1 동훈과 겸덕의 문자이야기
이 장면은 동훈이 지하철에서 이제 절에 있는 친구 겸덕에게 보낸 문자와 답신입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동훈에겐 가장 가까운 친구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친구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동훈의 문자 속엔 동훈의 무의식적 신념이 고스란히 보이는 내용입니다. 회사는 아무리 천근만근이어도, 아무리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하는 곳이란 것이지요. 후배이자 대표인 도준영에게 막혀 만년부장으로 자리매김해도, 또한 언제 잘릴 지 몰라도 가야만 하는 곳이지요. 그의 능력을 보면 진작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사업을 해도 괜찮을 듯한데 그는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회사에서 승진하며 남들 보기에 대단해 보이는 것이 그의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형제들, 이웃들의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회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들을 위해 어떠한 경우에도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것이지요.
동훈이 바라보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 ‘자기희생’이란 심리도식이 있는 사람임을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군요.
겸덕의 대답이 명언이네요. 친구인 동훈에게 자각하도록 하는 문장.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그는 동훈의 그런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마음의 문제를 애둘러 표현한 것이지요.
#2 봉애와 지안의 좋은 사람
나의 아저씨 동훈이 우연히 만난 지안이를 따라가다 지안이 할머니를 달구경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돕게 된 후 할머니 봉애와 지안의 대화입니다.
여기서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워’는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안의 현재까지의 기준은 ‘가난과 부’와 같은 물질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 그가 조금 박동훈에게 마음을 열었지만 도준영과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동훈을 여전히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이유를 합리화하는 내용이기도하며,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어도 되는 이유를 변명하는 내용이기도 하지요.
그는 박동훈이 잘 사는 사람이므로 회사에서 잘려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것과, 가난한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선 나쁜 짓을 해도 된다는 자기만의 왜곡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동훈의 ‘착하다’
출처 tvn 나의 아저씨
봉애와 지안이
달구경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던 박동훈. 비탈진 골목길을 올라가야 함을 알았기에 이를 도우려고 기다렸으며 봉애를 직접 업고 집까지 바래다 준 후 절제된 말 한마디 ‘착하다’란 말을 하고 갑니다. 동훈은 지안이 잔인하거나 몰래 훔치거나 대단히 당돌하거나 하는 등의 나쁜 모습들을 여러 차례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보다는 가족을 위해 애를 쓰는 지안의 모습이 이전의 나쁜 모습들을 모두 덮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한편, 지안은 ‘착하다’란 말을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 눈엔 세상에서 왕따당한 사람, 물건을 훔치는 사람, 악에 받친 사람, 사람을 죽인 사람, 모두 그녀를 나쁜 사람으로 평가했을 뿐입니다. 그녀가 들은 ‘착하다’는 생전 처음들은 말이자, 마음을 녹이는 따스한 말이며 고마운 말이었지요.
어쩌면 동훈이 잘 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란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진심어린 시선, 말 한 마디가 동토와 같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이는군요.
#4 지안의 이름의 뜻
동훈은 어제 일을 상기하며 회사 탕비실에서 질문을 합니다. 지안의 이름의 뜻이 ‘평안함에 이르다’란 것을 알며 이름이 좋다, 잘 지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지안은 ‘평안하지 못한’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면서도 이를 느끼지 않으려고 대단히 센 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안의 인생과제는 두려움을 안 느끼려고 센척하는 것이 아니라 평안함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심리에서는 이를 ‘안정감’이라고 주로 말하고 있습니다.
#5 지안의 독한 말
처음으로 동훈이 지안에게 회사 회식에 같이 가자고 해서 지안도 참석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지안에게는 가시방석같은 자리였습니다. 그때 같은 부서 직원 채령이 지안에게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부탁을 하자 바로 쏘아 붙입니다.
평소에 채령의 행실을 잘 알고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와 같이 쏘아 붙인 것이지요. 이름과 같이 전혀 평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대충 맞춰서 넘길 수도 있는데 그것이 안 됩니다. 오히려 센척하며 상대를 몰아붙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세상은 믿을 수 없으며 자신이 그런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센척해야 하며 나를 공격하려는 사람에겐 더 강하게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속에 크게 자리잡혀 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안이 살아온 경험에서 터득된 생존방식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 동훈의 울부짖음
회식자리에서 비참함을 도준영대표와 윤상무로 인해 제대로 맛보았던 동훈. 술에 취한 송과장이 도준영 대표에게 “여기가 회사지 학교냐고, 짱이 싫어하는 애들 왕따 시키는 거 하고 다를 게 뭐냐고” 소리친 것이 너무도 비참함을 느낍니다. 그는 ‘아무도 모르면 괜찮아’라고 했는데 이젠 부하직원들도 자신이 왕따라는 알고 있으며, 그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 된 것입니다.
이젠 괜찮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런 비참한 상황에서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죽을 수 없다고 본능은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여전히 ‘자신의 희생’이 필요한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는 그 순간에도 살아야 하는 변명이 필요합니다. 비싼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아서 죽을 수 없다고요.
나의 아저씨 6화 심리이야기
#1 동훈의 한숨과 지안의 불안감
이지안은 어제 박동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아내 윤희가 도준영과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것도 알고 있으며, 그 이전에 회사회식장소에 있었던 일과 눈길에 넘어져 쓰러지면서 ‘내가 오늘 못 죽어. 비싼 팬티가 아니야’라고 절규했던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도청을 통해 그의 숨소리조차 듣고 있었던 지안은 동훈이 조기축구를 하다가 뛰쳐나가 한강대교로 가서 한숨을 쉬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지안은 무조건 한강대교로 달려갑니다. 혹시 동훈이 죽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 장면은 이지안이 도준영과의 계약에 의해 여전히 박동훈을 회사에서 쫓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지안의 심리속엔 박동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를 도와야 한다는 것. 알고 보면 그도 불쌍한 사람이라는 것. 그녀의 매말랐던 양심이 되 살아나고 있음도 시사합니다.
다행히 동훈은 죽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형과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2 동훈의 부탁 ‘그냥 모른 척해’
동훈은 회식장소에서 이지안이 김대리 뺨을 때렸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음날 지안에게 왜 때렸는지를 계속 물어봅니다. 그때 지안은 “아저씨 욕해서요. 자기 같았으면 벌써 그만 뒀다고. 구박받는 상사, 옆에서 보고 있기 고역이라고. 이 모든 사태는 잘난 도준영 잘못이 아니고, 못난 부장님 잘못이라고“라고 말해줬지요. 그 이야기를 들은 동훈은 김대리에게 전화해서 잘못을 받아냅니다. 또한 지안에겐 “나도 뒤에서 남 욕해”라는 말과 “다그쳐서 미안하다. 때려줘서 고마워”란 자신의 겉마음과 속마음을 전했었지요.
하지만 지안과 식당에 들어가서는 동훈은 “그냥 모른 척 해, 그게 의리고 예의야. 그 사람이 널 피해. 자신이 상처받은 걸 아는 사람이 불편하고 보기 싫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동훈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자신의 무의식적 신념을 표현한 것이지요. 이를 심리용어로 ‘회피’라고 합니다. 타인이 모른 척, 못본 척, 안 들은 척 해주어 나에게 소식이 안 들어오면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지독하게 현실을 왜곡한 내용입니다. 타인에게 과도하게 희생하는 ‘자기희생’과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 방식이 동훈의 심리에 뿌리 박혀 있음을 시사합니다.
#3 지안의 행동방식
하지만 지안의 세상은 달랐습니다.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 들통날 것이란 것을 안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어디까지 죽여봤어?”란 동훈의 질문에도 바로 “사람”이라고 대답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이 살인했었던 것도 아무렇지 않게 받습니다.
상대방이 물으면 알려주고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든 무반응하며 상대방이 나를 공격하면 되받아 치되 몇 배로 더 앙갚음하는 것이 지안이 세상에서 터득한 방식이었지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훈에게 이야기한 것이지요.
#4 동훈의 두려움
나의 아저씨 박동훈은 지안에게 서로 모른 척 해주자고 제안합니다. 또한 동훈은 지안이 자신에 대해 이상하게 잘 안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도청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지안이 감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안이 겁이 난다고 하지요.
동훈이 겁을 내는 그가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회피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모르거나, 타인이 알더라도 내가 타인은 모른다고 여길 땐 나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전혀 내색하진 않지만, 내가 그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땐 나는 회피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지안이 도청을 하고 있습니다. 회피방식을 쓰는 사람이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도청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은 그 누구보다 배신감을 느끼며 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지안 입장에서 보면 동훈에게 도청사실이 걸리면 그것은 그와의 관계가 회복불능이며 철저히 동훈에게 버림받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나의 아저씨 5~6화 소감
나의 아저씨 5~6화는 이들을 자극하는 사건들 속에서 박동훈과 이지안의 심리가 작동하는 방식과 또한 그에 따른 행동대처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화라고 생각되는군요.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자기희생과 회피, 이지안의 학대/불신과 버려짐이란 심리도식과 공격을 하는 과잉보상방식. 그들의 환경 속에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된 심리들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아저씨,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 지는군요.
곧 뵙기로 하겠습니다.
핑백: 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사 속 심리이야기 (7~8화)
오늘도 해석하시는 내용을 읽다보니, 드라마만큼 흥미진진합니다. 내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때도 떠오르고, 내 이름의 진짜 의미를 찾아 골똘히 생각했었던 때도 떠오르네요. 특히 ‘지안’의 이름이 결국 이 드라마의 이슈가 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짚어주셨네요.
저는 갠적으로 제 이름이 무슨 뜻이 있는 건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아버지께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은 이름을 받아적은 직원이 잘못 적었기 때문에 지금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참 어이없는 나의 이름이었죠. 그러다 보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이름에서부터 혼란스럽게 한 것 같아요.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이름의 뜻은 내가 찾아보겠다고 골똘히 고민하다보니 놀라운 스토리를 찾게 되었답니다. 아마도 그 때부터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보다 구름이 걷히든 명확하고 클리어 해진 것 같습니다.
대학 들어간지 2년이 되어 갈 무렵, 대형 교통사고로 내가 탄 고속버스 차가 점복되면서 특히 온 얼굴에 피범벅이 되어 양 손을 순식간에 얼굴에 갖다 내었는데 피와 엉켜 떨어지지 않는 사건이 벌어졌지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데요, 그 순간’ 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소리쳤지요. “도와주세요. 전 손을 움직일 수 없어요!”라고 소리쳤더니 어느 청년이 와서 앞을 못 보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저는 앞 줄에 앉아있던 사람입니다. 제가 도와 드려도 될까요?” 하더니,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저를 밖으로 꺼내 주었죠.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나서야 그 분의 고마움이 떠올랐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찾아 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드리고 싶네요.
사실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쓴 이유는 그 당시 제 바지의 단추가 떨어져 옷핀으로 바지를 잠그고 있는 상태였죠. 그러니 병원에 실려간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저의 손을 얼굴에서 떼어내느라 엄청 고생을 하시면서 끔찍한 신음 소리까지 지금도 귀에 쟁쟁했었는데, 제 바지의 옷핀도 보았겠죠. 지금 이렇게 적다보니 평생 단 한번이라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을 20살 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겪었네요.
이 드라마와 연관지어 보면 그 때 죽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지에 옷핀으로 잠그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 웃기지만 부끄러웠던 스무살의 사연이 왠지 연결되는 듯 합니다. 비싼 팬티는 당연히 아니었지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닥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속 옷은 잘 챙겨입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남은 시간들 속에서 나의 삶의 의미도 하나씩 정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오늘도 의미있는 해석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