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의 목록과 그중 시인 김수영님의 ‘풀’이란 시를 읽어보고 그 시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AI를 통해 우리 나라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시, 시인, 출판사를 나열해 달라고 한 후 많은 출판사들이 다룬 시들을 우선으로 나열하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더군요.
1 | 진달래꽃 | 김소월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2 | 풀 | 김수영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3 | 절정 | 이육사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4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5 | 농무 | 신경림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6 | 서시 | 윤동주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7 |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8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9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0 | 꽃 | 김춘수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1 | 능금 | 김춘수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2 | 오렌지 | 신동집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3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4 | 설일 | 김남조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5 |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해냄 |
16 | 겨울 바다 | 김남조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해냄 |
17 |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18 | 파초 | 김동명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19 | 성탄제 | 김종길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0 |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1 | 새 | 박남수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2 | 나비와 광장 | 김규동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3 | 가을에 | 정한모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4 | 생의 감각 | 김광섭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5 | 종소리 | 박남수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6 | 아침 이미지 | 박남수 | 금성, 미래엔, 비상, 신사고, 지학사, 창비, 천재 |
27 | 눈길 | 고은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신사고, 해냄 |
28 | 동천 | 서정주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비상, 해냄 |
29 | 승무 | 조지훈 | 교학사, 금성, 동아, 미래엔, 해냄 |
30 | 눈물 | 김현승 | 교학사, 금성, 동아, 해냄 |
31 | 산 | 김광섭 | 교학사, 금성, 해냄 |
32 | 국화 옆에서 | 서정주 | 교학사, 해냄 |
33 | 광야 | 이육사 | 교학사, 해냄 |
34 | 십자가 | 윤동주 | 교학사, 해냄 |
35 | 간 | 윤동주 | 교학사, 해냄 |
이중 시 내용이 어렵기로 유명한 시인 김수영님의 시 ‘풀’이 먼저 눈에 띄더군요.
1. 시인 김수영님 소개
시인 김수영님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 시인 김수영님은 1921년부터 1968년까지 살았으며, 한국 현대시의 모더니스트이자 대표적인 참여시인으로 꼽힘
- 그는 1945년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1959년에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출간했음
- 그의 시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자유와 사랑을 주제로 하며, 평이하고 대화적인 언어와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감을 특징으로 함
- 시 <풀>은 김수영님의 유작으로, 그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발표한 작품임
2. 시인 김수영님의 ‘풀’ 전문
시 ‘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 시인 김수영님의 시 ‘풀’ 살펴보기
시인 김수영님의 ‘풀’이란 시를 보면 풀과 바람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가 들판의 풀을 예찬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님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들판의 풀에 대한 내용으로서는 뭔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자연의 법칙 속의 바람과 풀에 대한 이야기로 보기에는, 풀이 훨씬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인은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시인이 이 시를 통해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이 시를 분석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풀’은 시인 김수영 본인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삶의 과정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에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1930년 작고하셨습니다. 그는 1939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는데, 이때 그의 어머님 한형순 여사가 남편이 남긴 유산을 팔아 유학비용을 대주셨지요.
1945년 한국으로 돌아와 문인(시인)으로 활동했는데, 그의 대학이 동경외국어대학교이었고 영어를 전공했기에 사실상 주수입은 기자, 출판 등도 있지만 번역을 통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는 100편 정도의 번역 경력이 있더군요.
그런데 1947년에 결혼한 그의 아내의 내조가 대단했더군요. 그녀는 재단사, 양계장 운영, 의상실 경영 등을 통해 수입이 있었으며 남편은 문학인으로 활동하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번역물들을 보면 영미 시, 문학, 철학 등이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보면, 예이츠, 오든, 엘리엇, 오스틴, 하이데거, 카뮈, 살랑 등의 작품과 미즈시나 하루키와 같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 또한 과학, 역사, 예술, 종교 등의 번역활동을 하면서 그의 사고관을 확장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가족은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는데, 매우 화목한 가정을 이룬 것으로 보이더군요.
특히 아내는 경제적인 것은 물론, 그녀 자신이 문학인이었기에 문학동지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정의 경제적 책임에는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장의 책임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 특히 박봉의 문학인이라면 참 고단한 일이었지요.
여기까지 보면, 만약 그 자신을 풀로 보았다면 바람이란 외부의 부정적인 자극은 경제적 어려움, 가정의 갈등 등과 같은 가정 내 문제들과 연관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밖에서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겠지요.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지식있는 문학인들이 겪었던 시대정신, 또한 청년시기에 실존주의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을 볼 때,
‘풀’이란 ‘자신’을 빗댄다면
‘바람’은 자신의 실존적 주체가 되는 ‘시대정신을 꺾으려는 것’들을 의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일제시대에도 그랬고, 유신 이후의 현대사에도 그랬고 시대정신을 버리고 야합했던 문인들이자 지식들이 있었지요.
그런 점을 비추어 그는 자신의 자아, 즉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통해 행동하는 자기자신을 다양한 외압에도 끈질기게 지키려는 심리가 반영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풀’은 개인이 아닌 ‘민초‘란 집단일 수 있다.
민초에 대한 것은 평론가들이 많이 적용한 내용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랬듯이 민초가 꺾이지 않고 뿌리 채 뽑히지 않고 어떻게든 생존해왔을 때 결국은 그들의 염원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풀 하나 하나를 보면 보잘 것 없지만, 그 풀들이 함께 묶여 있을 때 그 풀을 뽑아내기 매우 힘들지요.
그러하기에 그 풀은 하나의 풀이 아닌 다수의 풀들로 이루어진 풀밭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풀을 처음에는 시인 개인으로 보았다가 민초로 본 것은 시를 읽는 독자의 생각의 자연스런 확장에 해당될 것입니다. 시인 이수영 같은 개인의 풀들이 뭉치면 민초가 됨도 연상가능하지요. 역사란 그렇게 발전해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이 시를 피하고 싶다가도 일단 피하지 않고 대하면 마음 속에 뭔가 비장함에 이어 웅장함을 느끼게 되지요. 바로 그 이유가 바람에 굴하지 않는 풀 한 포기에서 강하게 뭉쳐 있어 뽑히지 않는 풀덩어리가 자연스레 연상되며, 그것이 바로 우리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 소감
어떻게 보셨나요?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시인 김수영님의 풀이란 시가 실려 있는데요, 에릭 에릭슨이란 심리학자의 사회심리발달8단계에 의하면 고등학교 1학년은 청소년기에 해당되며, 청소년기는 ‘정체성 확립’의 시기라고 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어떤 시각으로 시인 김수영님의 이 시를 이해하고 자신의 삶의 자양분으로 만들 것인지 궁금해지는군요.
정체성이란 반드시 청소년기에만 생각해볼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평생 생각해볼 내용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피천득님의 자연과 인생을 다룬 다음의 시를 읽어 보심도 좋을 듯 하군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학창시절이 떠오르네요.
특히 국어시간, 시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기억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사지선단 중 왜 하필 그 답만 정답인지, 교실 밖 불어대는 바람에게 물어본 적이 부지기수였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인과 살아낸 전체 배경들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다보니 더 어려웠던 것 같네요.
시는 읽을 때마다 나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리 느껴지는 깊은 울림이 있어 더 애정이 가기도 하는 것 같네요.
다음엔 어떤 시로 올리실지 벌써뿌터 기대 되네요. 늘 정성 담아 올리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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