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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5: 가야바의 가상기도, 신념과 믿음 중 무엇으로 하는 기도인가

이번 글은 지난 글 “여호수아, 두려움 속에서 자라난 믿음의 사람” 에 이은 신념과 믿음에 대한 네번째 글입니다. 특히 이번 글은 가야바의 가상의 기도를 통해 신념으로 하는 기도와 믿음으로 하는 기도를 살펴보았으며, 신념으로 기도하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기도하는 것과 같은가를 더불어 살펴보았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가야바

가야바의 가상기도, 신념과 믿음 중 무엇으로 하는 기도인가

아래는 예수님 당시 대제사장이었던 가야바가 예수님을 제거하기 전 하나님께 드렸을지도 모를 가상의 기도문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지금 이 나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로마의 눈은 우리를 주시하고, 백성들은 한 사람의 말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는 율법을 흔들고, 성전을 무시하며, 백성의 기대를 모읍니다.

주여, 이 민족을 지켜야 합니다. 이 나라의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온 민족이 망하지 않는 길이라면,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그를 제거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옵소서.

당신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도록, 성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백성이 미혹되지 않도록, 우리에게 판단할 힘을 주시고, 이 결정을 통해 평화를 이루게 하소서.

당신의 율법을 지키는 자로서, 이 민족을 보호하는 자로서,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을 담대히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1) 가야바의 말, 믿음인가 신념인가?

요한복음 11장 49–50절에서 가야바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도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어서 온 민족이 망하지 않게 되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한 줄을 생각하지 아니하는도다.” (요 11:49–50, 개역개정)

여기서 ‘한 사람’은 예수님을 뜻하며, 그가 죽는 것이 유대 민족 전체를 위한 길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이 로마에 대항해 민중을 선동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그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지요.

과연 가야바의 이 말은 믿음의 고백일까요, 신념의 확신일까요?

(2) 신념과 믿음의 차이

그렇다면 신념은 무엇이고 믿음은 무엇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믿음은 하나님의 뜻(말씀)과 임재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 신념은 인간인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서 비롯된 확신 구조입니다.

가야바의 말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거듭하여 정치적으로 옳다고 여긴 판단입니다. 따라서 이는 신념에 해당됩니다.

 

 

(3) 신념의 기도와 믿음의 기도의 차이점

가야바는 대제사장이었기에 예수님을 제거하기 전, 하나님께 기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가 매우 진지하게 앞의 기도문처럼 기도했다면, 그 기도는 믿음의 기도일까요, 신념의 기도일까요?

당연히 신념의 기도입니다.

기도는 본질적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며,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념으로 기도할 경우, 기도의 출발점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느낌입니다. 이럴 때,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확신을 강화하거나 자기 결정을 정당화하는 행위가 됩니다.

1) 심리적 구조로 보면

신념 기반의 기도는

  •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내면의 독백이 될 수 있고
  • 자기 감정의 해소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 이때 하나님은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도구화된 존재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신념 기반의 기도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에게 기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예수님의 기도와 가야바의 가상기도의 대조

예수님은 겟세마네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내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마태복음 26:39)

예수님의 기도는

  • 하나님과의 교통하에서 자기 감정과 고통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 하나님의 뜻을 최종 기준으로 삼는 믿음의 기도입니다.

반면, 신념의 기도는

“내 뜻이 옳으니, 하나님도 그렇게 해주시옵소서.” 라는 구조를 갖습니다.

구분 예수님의 기도 가야바의 가상 기도
출발점 하나님의 뜻 자기 판단
내용 “내 뜻대로 마시옵고…” “그를 제거할 수 있도록…”
방향성 순복과 신뢰 통제와 정당화
결과 십자가를 통한 구속 자기 확신의 강화

(4) 오늘날의 적용

오늘날에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기도하면서 그 기도가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야바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셨을 때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가야바의 신념과는 무관하게 하나님의 구속 계획 안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요즘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상대방이 망하라는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 기도가 정말 하나님의 뜻을 묻는 믿음의 기도인지, 아니면 자기 감정과 판단을 투사한 신념의 기도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5) 신념 기반 기도의 예시들

다음은 신념으로 드리는 기도의 대표적 유형들입니다.

1) 체제 유지 중심의 기도 (가야바 유형)

“주님, 이 나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사람을 제거해야 한다면 지혜를 주옵소서. 백성이 미혹되지 않게 하시고, 우리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게 하소서.”

→ 하나님의 뜻을 묻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승인받으려는 기도.

2) 성공 중심의 기도

“하나님, 제가 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합니다. 이 길이 저에게 가장 맞는 길이니, 자금과 인맥을 열어주시고,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 성공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전제 아래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기도.

3) 관계 통제형 기도

“주님, 저 사람은 저에게 맞지 않습니다. 그가 떠나게 하시고, 제 삶에 방해되지 않도록 정리해주소서.”

→ 관계의 어려움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하며 자기 감정의 해소를 위한 기도.

4) 방향 고정형 기도

“하나님, 저는 이 길을 가야 합니다.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이 길이 열리게 하시고, 방해하는 사람들을 물리쳐주소서.”

→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하나님께 그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기도.

5) 피해 회피형 기도

“주님, 저에게 고난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고통을 빨리 거두어주시고, 평안한 삶을 허락하소서. 저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습니다.”

→ 고난의 의미나 하나님의 뜻을 묻기보다 자기 감정의 회피를 위한 기도.

6) 자기 의(義)중심의 기도

“하나님, 저는 늘 말씀대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저에게 유리하게 풀리게 하소서. 저의 의로움을 기억하시고, 저를 높여주소서.”

→ 자기 의를 근거로 하나님의 응답을 요구하는 기도.

(6) 마무리 묵상

가야바도 그 당시 매우 진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기도는 결국 자기가 자기에게 한 기도였습니다.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마태복음 7:23)

이 말씀은, 하나님께 드린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향하지 않았던 기도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경고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하나님의 뜻을 묻는 믿음의 기도가 되기를,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신념의 기도가 되지 않기를 깊이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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