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출애굽시대의 첫번째인 출애굽기 1장의 ‘이스라엘의 고난과 하나님의 밑그림‘을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출애굽기 2–4장의 ‘모세, 두 정체성 속에서 부르심을 만나다’란 주제로 성경 공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말씀 속에서 깊은 은혜의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3. 출애굽시대: 출애굽기 1-15장
2. 모세, 두 정체성 속에서 부르심을 만나다 (출 2–4장)
(1) 본문 줄거리
생명을 위협하던 시대, 한 히브리 아기가 갈대상자에 담겨 나일강 위에 띄워졌다. 그 아기는 바로의 궁전으로 들어가 자라게 되었고, 이름은 ‘모세’라 불렸다. 히브리의 피를 가졌지만 애굽의 왕궁에서 성장한 그는 출생과 환경 사이에서 늘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었다.
장성한 모세는 동족의 억압에 분노하여 애굽인을 처치했지만, 히브리인에게는 환영받지 못했고, 바로에게는 추격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미디안 광야로 도망했고, 그곳에서 가족을 이루고 목자로 살아가며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게 되었다.
모세는 자기 삶을 “타국의 나그네”라 명명했고, 왕궁의 특권도, 민족의 환영도 없이 두 정체성 사이에서 고독한 시간을 걸어갔다.
그때 하나님은 애굽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이스라엘을 기억하셨고,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셨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말이 느리고 입이 둔한 자”라며 망설였고, 부르심 앞에 선 그는 준비된 사명이 아닌 상처 입은 내면의 무게를 먼저 꺼내놓았다.
하나님은 그 망설임을 책망하지 않으셨고, 그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기는 자리로 직접 인도하시며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셨다.
모세는 버림받은 기억 속에서 살아가던 자였지만, 하나님은 그 내면을 아시고 침묵의 광야 끝에서 그를 다시 불러내셨다.
(2) 주요 등장인물
① 모세: 히브리인의 피를 갖고 애굽의 왕궁에서 자란 이중 정체성의 인물. 같은 민족에게도, 권력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상처는 그의 삶을 미디안으로 이끌었고, 침묵의 광야에서 내면이 다듬어졌다. 하나님은 이 외로운 자를 부르셔서 이스라엘의 구속을 시작하신다.
②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 생명을 끊으려는 시대 속에서 아이를 갈대상자에 담아 물 위에 띄우며, 믿음의 모성을 보여준 인물. 그녀의 결단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에 연결된 믿음의 행위였다. 또한 유모로서 젖을 뗄 때까지 모세를 키운다.
③ 모세의 누이 (미리암): 갈대 사이에서 몰래 모세의 안부를 지켜보며, 바로의 딸과 어머니 사이를 연결한 지혜로운 중재자. 어린 나이였지만 하나님의 계획을 돕는 조용한 손길로 사용되었다.
④ 바로의 딸: 나일강에서 아이를 발견하고 긍휼히 여겨 왕궁으로 데려온 인물. 애굽의 혈통이지만 생명을 품는 선택을 했고, 그 결정은 구속의 통로를 열어주는 뜻밖의 연결점이 되었다.
⑤ 십보라와 그의 가족 (미디안 제사장 포함): 도망자 모세를 품은 광야의 공동체. 십보라는 모세의 아내가 되어 그의 여정에 동행하며, 가족과 삶을 이룬 공간은 하나님께서 그를 빚어내시는 작업의 현장이었다.
⑥ 하나님: 이스라엘의 고통과 백성의 신음을 들으시고, 세상의 눈에 잊혀진 모세를 떨기나무 앞에서 부르신 분. 하나님은 모세의 외면보다 내면을 보셨고, 망설이는 자에게 인내하며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주셨다.
(3) 주요 사건 혹은 내용
1_ 나일강 위에 떠밀려온 생명, 왕궁에서 자라다 (출 2:1–10)
1) 생명을 겨눈 바로의 명령이 온 땅에 퍼진 시기, 한 히브리 가정에서 아이 하나가 태어났고, 그 부모는 그 아이가 특별한 존재임을 알아보며 몰래 감추어 키웠다.
- 세 달 뒤,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어머니는 갈대상자에 아이를 담아 나일강에 띄워 보냈다.
- 생명을 끊으려는 강물에 오히려 생명이 담긴 소망을 실어 보낸 것이다.
2) 갈대 사이에 멈춰선 작은 상자를 바로의 딸이 발견하였고, 그 아이를 궁전으로 데려가 양자로 삼았다.
- 아이는 애굽 왕궁에서 자라게 되었고, 이름은 모세라 불리며 ‘물에서 건져낸 자’라는 뜻을 품게 되었다.
- 그는 왕궁의 교육과 질서 속에서 살아갔지만, 피로서는 히브리인으로 태어난 자였다.
3) 이 이야기는 단지 생명의 보존이 아닌, 장차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인도하실 자를 가장 뜻밖의 방식으로 준비해 가시는 과정이었다.
- 바로의 궁전은 억압의 상징이었지만, 그 안에서 자란 모세는 두 세계의 언어와 질서를 경험하며 장차 민족을 이끌 준비를 받게 되었다.
4) 모세는 태어날 때부터 경계에 놓인 인물이었으며, 그 경계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빚어내는 지극히 정밀한 자리로 사용되었다.
2_ 정체성의 틈에 선 자, 미디안으로 떠나다 (출 2:11–25)
1) 어느 날 장성한 모세는 동족 히브리인이 애굽 사람에게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를 돕기 위해 애굽 사람을 처치하였다.
- 그러나 이 사건은 곧 드러났고, 히브리인들은 모세를 환영하지 않았으며, 바로는 그를 죽이려 하였다.
2) 모세는 애굽을 떠나 미디안 땅으로 도망하여, 한 우물가에서 제사장의 딸들을 도와주었고 그들의 가족과 함께 머무르게 되었다.
- 그는 그곳에서 십보라와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며 목자로 살아갔다.
- 과거의 왕자였던 그는 이방의 광야에서 말없이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3) 그는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지었고,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음이라”는 뜻을 담았다.
- 이 이름은 모세의 내면이 품고 있는 정체성의 고백이자 외로움의 언어였다.
- 애굽에도 속하지 않고, 히브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그는 두 세계 사이에 머물던 사람이었다.
4) 그때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압제 아래서 신음하였고, 하나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다.
- 하나님은 그 탄식 가운데 기억하시며, 장차 백성을 이끌 한 사람을 미디안의 침묵 속에서 준비하고 계셨다.
5) 광야의 삶은 실패의 흔적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은 그 시간을 통해 모세의 내면을 빚고 계셨다.
- 목자의 걸음 속에서 그는 왕궁의 자아를 덜어내었고, 말없이 길을 인도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3_ 하나님, 스스로 있는 이름을 드러내시다 (출 3:13–15)
1) 모세는 떨기나무 불꽃 앞에서, 사명을 받는 두려움 가운데 하나님께 질문을 던진다.
- “내가 가서 너희 조상의 하나님이 나를 보내셨다 하면, 그들이 그의 이름을 묻는다면 무엇이라 말해야 합니까?”
2) 하나님은 그 질문에 직접 답하시며, 자신의 이름을 밝혀주신다.
-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에히예 아셰르 에히예’)
- 이 표현은 직역하면 “나는 나인 자”, 또는 “나는 내가 있는 그대로 있는 존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이 말은 하나님께서 그 어떤 피조물이나 조건에도 의존하지 않고 존재하시는 분, 영원하고 자립적이며, 변함없는 존재이심을 선언하신 장면이었다.
- 모세가 물은 것은 이름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존재의 본질 그 자체를 말씀하신 것이다.
3) 이어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전하라 하시며,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보내셨다”고 말씀하신다.
- ‘여호와(야훼)’는 히브리어 발음으로 ‘YHWH’이며, “계시는 분” 또는 “존재하시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4) 이것은 창세기에서 사용된 ‘엘로힘’이라는 이름과 구분된다.
- 엘로힘은 하나님의 위엄과 능력, 창조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낼 때 쓰이는 이름이고,
- 여호와(야훼)는 언약 속에서 백성과 함께 하시는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하나님으로서의 이름이다.
5) 이 장면은 출애굽기의 전환점이며, 모세에게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에게 하나님의 본질과 존재 방식이 처음으로 밝혀지는 시간이다. 이후 구속의 역사는 바로 이 이름—여호와의 신실함 안에서 펼쳐질 것이다.
4_ 떨기나무 앞의 망설임, 내면을 아시는 하나님의 부르심 (출 3–4장)
1) 어느 날 모세는 광야에서 양을 치던 중 호렙 산에서 타오르지만 사라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게 된다.
- 그는 가까이 다가갔고, 하나님께서는 그를 불러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 사명을 맡기신다.
-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탄식을 들으셨고, 모세를 그들의 인도자로 부르셨다.
2) 그러나 모세는 “내가 누구이기에”라며 부르심을 주저한다.
- 그는 자신의 과거와 약함, 정체성의 틈을 다시 떠올렸고 거듭해서 “말이 느리고 입이 둔하다”며 사명을 피하려 한다.
- 하나님의 부르심은 크고 분명했지만, 그는 여전히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자로서 스스로를 부르심의 사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3) 하나님은 그의 망설임을 책망하지 않고, 그가 직면한 두려움과 내면의 결핍에 대해 하나씩 답변해주셨다.
-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과
- 기적의 표징들,
- 아론의 동행까지 허락하시며 모세를 설득하셨다.
4) 그러나 모세가 가족과 함께 길을 떠난 그 밤, 숙소에서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죽이려 하신 순간, 십보라는 돌칼을 들어 아들의 포피를 베며 그의 발 앞에 갖다 댄다.
- 이는 모세의 아들에게 아직 할례가 행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 할례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의 표징이며, 모세가 사명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자기 가정조차 언약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다.
- 사명을 받았지만, 신앙의 실천은 가족 안에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5) 십보라는 그 틈을 돌칼로 메우며 “피 남편”이라 부르는데, 이는 하나님의 언약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회복되는 장면이다.
- 모세는 떨기나무에서 불을 보았고, 그 불은 숙소에서 ‘피의 언약’이라는 형태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 하나님은 모세의 부르심만 보시는 것이 아니라, 그가 걸어가는 삶의 실제 자리—가족, 정체성, 실천 속에서도 언약 백성으로서의 삶을 새롭게 정렬시키고 계셨다.
(4) 말씀을 따라 느끼며 살아내기
1) 하나님은 경계에 선 생명을 품고 계십니다
① 교훈 요약: 모세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하나님의 보호 아래 궁전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히브리인의 피와 애굽의 문화 사이에서 자라며, 두 정체성의 경계에 놓인 존재로서 하나님의 구속을 위한 통로로 준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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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제 정체성이 불명확하거나 이질적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나요? 그러한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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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나는 지금도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감정을 품고 살아가고 있진 않습니까? 그 감정이 자신을 움츠러들게 하거나, 하나님보다 세상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게 하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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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나를 가장 외롭게 했던 정체성의 기억을 떠올려 보고, 그 자리에서도 하나님께서 저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사실을 고백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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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나님은 광야의 침묵 속에서 내면을 빚으십니다
① 교훈 요약: 모세는 애굽과 히브리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했고, 결국 미디안으로 도망하여 목자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은 실패와 단절처럼 보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광야의 침묵 속에서 그의 내면을 천천히 빚어가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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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실패나 거절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었나요? 그 시간은 나에게 단절이었나요, 아니면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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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나는 지금도 “나는 이미 벗어난 사람이다”라는 자책 속에 살아가고 있진 않습니까? 그 생각이 나를 다시 꿈꾸지 못하게 하진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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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내 인생의 ‘미디안 같은 시간’을 정직하게 떠올려 보세요. 그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내면의 깊이를 더하셨는지를 적어보고, 그 침묵이 은혜였음을 고백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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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나님의 이름은 존재와 동행의 약속입니다
① 교훈 요약: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질문에 응답하시며 자신을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 밝히셨고, 이어 “여호와”라는 이름을 이스라엘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이 이름은 자존적 존재를 넘어서, 언약 안에서 함께 하시겠다는 하나님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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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하나님을 어떤 분으로 기억하고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하나님은 내게 무서운 분이셨나요, 아니면 멀게만 느껴지는 분이었나요? 혹은 언제나 함께하시는 분으로 각인되어 있진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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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그 기억 속 하나님 모습은 혹시 육신의 아버지와 닮아 있진 않았나요? 하나님을 떠올릴 때 내가 경험한 인간적 관계가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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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하나님께서 밝히신 이름을 묵상해 보세요. “나는 나다”라고 말씀하신 분이 지금도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일상의 한 순간에 고백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동행의 약속을 되새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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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나님은 주저하는 자에게 함께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① 교훈 요약: 하나님께서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모세를 부르셨고, 모세의 두려움과 부족함을 아시며 부르심에 응답하셨습니다. 사명은 완전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시는 여정임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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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리나 부르심 앞에서 주저한 경험이 있었나요? 그때 내 마음속의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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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지금도 “나는 쓰임받기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품고 있진 않습니까? 그 생각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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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맡기신 자리나 관계를 떠올려 보세요. 그 역할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적어 보고,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며 한 걸음을 용기 있게 내딛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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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출애굽기 2–4장을 따라 드리는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느낀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던 날들 속에서, 고요한 광야는 저를 삼키듯 다가왔고 그 안에서 저는 말없이 걸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은혜였고, 자라남은 낯선 공간이었습니다. 주변은 찬란했지만, 마음은 늘 경계 위에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에 선 마음은, 언젠가 제가 처음 하나님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라 불렀던 분의 이미지가 하나님의 얼굴처럼 내게 새겨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경계에 선 저를 아시고, 외면당했던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도 들여다보시며 기다리셨습니다. 떨기나무 불꽃 속에서 말씀하신 하나님은 “나는 나다”라 하시며 그 어떤 존재에도 의존하지 않고 계신 분으로 나의 불안 앞에 이름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분은 저를 책망하지 않으시고 함께 걷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누구이기에, 그 부르심 앞에서 머뭇거렸던 마음을 용서해 주시고, 두려움보다 약속을 붙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광야 같던 시간, 침묵 같던 자리, 그 모든 날이 하나님께서 내게 다가오시는 통로였음을 믿습니다. 오늘도 내 안의 불확실한 정체성 속에서 “나는 너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붙들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주님, 모세를 부르셨던 그 떨기나무 앞에 저도 지금 서 있습니다. 저를 부르신 뜻을 잊지 않게 하시고, 내게 맡겨진 길을 사랑으로 걸어가게 해 주세요. 그 길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내게 또렷하게 기억되게 해 주세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오늘 성경공부 내용을 보면서 모세의 두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아기는 보통 6개월 이후부터 자신의 엄마와 애착관계가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유모로 들어가므로 두 엄마와 서로 다른 애착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모세를 괴롭히게 된 것이지요. 정체성의 문제이지요. 80년간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 시기를 겪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떨기나무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은 이러한 양가적 애착관계를 바탕으로한 정체성 혼란을 단번에 정리하는 순간이 됨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과의 새로운 애착관계를 새로운 정체성이 확립되어 감. 이것이 참으로 경이롭게도 보이는군요.
성경공부를 끝까지 마치신 모든 분들께, 엘로힘의 하나님이자 여호와(야훼)의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순간들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