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여성인 대학생과의 상담 당시에 나온 내용입니다. 그 내담자는 휴학을 한 후 복학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 대학생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던 어느 날,
상담자: “요즘 자주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 보실 수 있나요?”
내담자: “예, 이상하게 요즘 마음이 자꾸 지치고 꺼지는 느낌이에요.”
상담자: “아, 예~ 혹시 최근에 자신을 힘들게 한 어떤 일이 있었나요?”
내담자: “아니오, 특별히 그런 일은 없었어요.”
상담자: “그렇군요. 그럼 마음이 왜 자꾸 지치고 꺼지는 것 같은지 그 이유를 찾아보셨나요?”
내담자: “아니오, 사실 요즘 상담을 받으면서 몸도 마음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 졌기에,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대학생 내담자는 그 당시 “정서중심 심리상담”을 받고 있었고, 그 당일 날 무의식적 감정에 대해 이해시키고 있었기에 그가 당시에 느끼고 있었던 감정 자체를 직면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관련된 것들과 그 감정과 연관된 그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지요.
상담자: “아까 마음이 자꾸 지치고 꺼진다고 했는데, 이를 감정과 연결해서 살펴보면 슬픔이나 부끄러움과 관련되는 감정일 가능성이 높아요.
분노나 두려움, 역겨움 등의 감정은 그 감정을 느끼면 느낄수록 몸이나 마음이 더 발산되거든요. 인간의 신경과 연결해서 살펴 보면, 이 감정들을 느낄 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이지요. 교감신경이 강하게 자극되면 흥분되는 등의 현상을 주로 보이게 되요.
그런데 슬픔이나 부끄러움과 관련된 감정들은 부교감신경과 좀더 관련돼요.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면 마음이 이완되거나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나지요.”
그리고 대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상담자: “혹시 최근에 사람이나 소중한 물건을 떠나 보냈거나 잃어버린 경험이 있었나요?”
내담자: “특별히 없었는데요”
상담자: “슬픔의 감정은 상실의 감정이거든요.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떠나 보낸. 이 마음이 회복되지 않으면 마음은 점차 구멍나게 되어 있어요. 혹시 마음이 빈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지 않았나요?”
내담자: “예, 그런 것 같아요.”
상담자: “그렇군요. 마음이 빈 것 같다는 것은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회복하지 못할 때 자주 생기는 현상이지요. 처음엔 어느 대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가치가 보잘 것 없어지거나, 심지어는 자기 존재가 사라지는 느낌까지 받지요.”
내담자: “아, 선생님.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제가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상담자: “오, 그래요? 왜 그런 것 같은가요?”
내담자: 예, 돈과 관련돼요. 제가 휴학을 했을 때 알바 등을 하면서 1천만원을 모았었는데, 최근 학교 복학을 준비하면서 학원비와 학교 근처에 숙소를 구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사느라고 돈을 좀 많이 썼거든요. 그래서 돈이 점점 줄어들었어요. 부모님에게 도움을 구하면 되긴 되는데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런데 돈이 점점 줄어드니까 제 마음이 지치게 된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어요.”
상담자: “아, 돈과 관련되었군요. 그럼 혹시 돈을 무계획적으로 사용하셨나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흥청망청 쓴다?”
내담자: “아니오, 제가 학원을 다녔던 것은 미래를 준비할 때 저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거고, 동생에게 용돈을 주었거나 친구를 만날 때 돈을 일정부분 쓴 것은 나름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돈 쓴 내용만 보면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엔 제가 혹시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느낌이 자꾸 들긴 해요.”
상담자: “아,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재 내담자님의 마음에 복합적인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그 얽혀진 마음을 하나씩 풀어서 잘 정리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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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나는 돈을 1천만원 이상 모았고 그 돈을 잘 사용하려고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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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나는 그 계획 하에 돈을 쓰고 있었으나 돈이 사라지니 마음이 지치고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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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심지어 자신이 돈을 잘 못쓰고 있지 않은가 자책하는 마음도 생겼다.’
가 될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내담자: “예, 맞아요.”
상담자: “예, 그렇다면 위의 내용에서 “돈을 계획 하에 사용하려고 했고 그렇게 쓴 것은 생각과 행동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인가요, 아닌가요?”
내담자:“합리적이에요.”
상담자: “예, 생각과 행동은 합리적이었는데, 이상하게 감정은 힘들어졌네요. 더군다나 그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는가 자책하기도 했구요. 제가 한 말이 혹시 잘못되었나요?”
내담자:“아니오, 정확하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상담자: “예, 그렇다면 그런 마음이 든 진짜 이유는 무엇으로 이해되나요?”
내담자: “돈이 줄어드는 것. 그 자체를 제가 참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상담자: “예, 그 점이 내담자님 마음이 힘들어 하게 된 진짜 이유일 수 있겠네요.
어떤 사람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좀더 자유롭거나 편한 마음을 가지기도 해요.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이 점점 없어지면 웬지 불편하고 불안해지지요.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돈이 있어야 먹고 사고 하는 것이 가능하니까 더욱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잖아요.
그러므로 현대인이라면 돈이 없을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안해 하기 보다는 뭔가 불안하거나 힘이 빠지는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특히 이런 마음이 남들보다 더욱 크게 작용한다면, 그건 어쩌면 과거에 돈이 없어서 힘들었던 경험이 마음에 크게 자리잡은 부분도 있을 겁니다.
과거의 기억, 특히 그때 느꼈던 감정이 현재 다시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과거의 자극이 현재 반응으로 일어난 것이지요. 그걸 무의식적 감정이라고 하지요.
일단 내담자님의 내용들을 ‘심리적인 측면’과 연결해서 정리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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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돈 1천만원은 본인의 안전욕구 혹은 심리적 안정망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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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1천만원이란 안전망이 줄어 들면, 합리적인 생각조차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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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더 나아가 그 때는 죄책감과 관련된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다.
이것들은 돈에 대한 내담자님의 심리가 반영된 것인데, 이러한 심리가 자신의 합리적인 생각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자신의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고 이 심리를 수용하는 방법을 다시 선택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현재의 심리를 완전히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자신을 힘들게 하는 자신의 심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현재로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는 돈에 대한 무의식적 심리를 언젠가 잘 이해하고 해소시킬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그러므로 현재 드러난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현재의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거지요. 제 의견이 어떤가요?”
내담자: “정말 그렇네요. 특히 1천만원이 제 마음의 안전망이란 측면이 제 마음에 와 닿네요. 나중에는 어찌 되든 간에 현재는 그렇다는 것이지요.”
상담자: “예, 그래요. 이에 대해 내담자님이 잘 정리하고 그 방법을 찾아본 후 다음 시간에 다시 이야기 나눈다면 어떨까요?”
내담자: “예, 알겠습니다. 준비해 보겠습니다.”
현대인은 사실 심리적으로 볼 때 ‘돈에 대해 자유’를 얻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심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돈이 없으면 당장 어려움에 처해지고 그로 인해 마음이 힘들 수 밖에 없게 되지요. 또한 돈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 등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무의식적 감정으로 남아 그를 더욱 괴롭힐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계획이 있더라도 그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사례의 대학생인 내담자가 당시에 겪었던 힘들었던 경험은 자신의 심리를 좀더 알아차리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지요.
아, 그가 스스로 자책하면서 느꼈던 죄책감은 심리상담 과정에서 그에게 매우 익숙한 감정임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경우 어렸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 아직도 자기 주변에 맴돌다가 순간포착을 한 후 자신을 괴롭히게 만든 그런 나쁜 감정이었던 것이지요.
오늘도 글 잘읽었습니다.
위의 청년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다가도 돈과 관련된 어떤 순간이 오면 스스로 매우 고통스러워하네요. 저도 돈이 두둑하게 있다고 느낄 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마음도 넉넉해지고 얼굴도 환하게 펴졌다가도, 또 예기치 않았던 어느 순간 복병과 같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땐 세상 꺼져라 한 숨 쉬며 힘들어 했던 것 같네요.
이 글을 읽고 저의 걸어온 세월들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돈이 삶을 참 편리하게도 하고 또 어깨에 힘도 들어가게 하고, 밥도 사고, 기분도 내고,, 여러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돈이 있었지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쓸 때에는 그리 행복한 느낌이 없었던 것 같네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의 의미가 같이 있을 때 비로소 돈의 진정한 역할을 해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60여년을 살아내고서야 조금 깨닫는 것 같은데, 위 사례의 청년은 좋은 상담사님을 만난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한 번 왔다가 유턴하여 되돌아가는 인생, 보다 더 여유롭고 행복 가득한 인생의 여정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