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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 드라마 서른 아홉(2)

이 글은 드라마 속 심리이야기 여덟번 째 이야기로서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나오는 39세의 세 여자 중 찬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인생이 되지요. 이러한 때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마지막 인생을 살아가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전 글이 드라마 ‘서른 아홉’과 관련 ‘입양된 두 여성의 버려짐의 심리 이야기’였습니다. 세 친구 중 미조와 다른 인물 소원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서른 아홉, 찬영의 모습
서른 아홉, 찬영의 모습

1. 찬영 이야기

입에 특정 욕을 달고 살 정도로 터프해 보이는 찬영.
이제 서른 아홉의 미혼 여성이기도 한 그녀는, 연기자들의 연기를 지도해주는 선생이다.

그녀는 고등학교때부터 우연히 알게된 2명의 여성들과 지금까지 찐한 우정으로 서로를 도우며 살아왔다.

 

한 여배우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 찬영 / 출처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한 여배우에게 연기를 가르치고 있는 찬영 / 출처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한 편으론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진석에게 “오빠, 빨리 이혼해. 내가 오빠 아들도 잘 키울게”라며 젊은 시절 사랑했던 선배를 잊지 못하고 질척거리기도 했다.

그녀에겐 경기도 어디에서 한식 전문음식을 하는 부모님이 있다.
그녀의 부모는 하나 뿐인 딸이 시집가지 않고 사는 것이 애가 타지만 그래도 그녀를 믿어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그녀는 의사인 친구 미주의 권유로 주희와 함께 세 사람이 종합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미주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췌장암 4기라는 것.
아닌 밤중에 홍두깨랄까, 전혀 예상해보지 않은 전개가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다.

검진한 병원은 물론이고 친구들, 그리고 그녀와 결혼할 수 없었지만 진심으로 아꼈던 진석,

모두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애원을 한다.

항암치료를 받는다 해도 6개월 정도가 더 연명된다고 한다.

그녀는 항암치료를 단연코 거절한다. 그것은 치료하여 낫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연명하는 것이며, 
6개월 더 살자고 병원에서 마지막 인생을 소모하느니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인생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서른 아홉인 세 친구는 어떤 상황이든 함께 했다
서른 아홉인 세 친구는 어떤 상황이든 함께 했다

 

2. 여성이 서른 아홉에 사망할 확률

통계청의 자료 중 ‘2022년 한국인 사망률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여성이 태어나서 서른 아홉이 될 때까지 사망할 확률은 0.41%라고 합니다.

천명 중에 4명이라는 뜻이지요.

또한 35세에서 39세 사이에 여성이 사망할 확률은 0.056%이며, 39세에 사망할 확률은 약 0.015%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를 비추어 39세인 여자가 사망한다는 것은 십만명 중 15명, 만명당 1.5명 정도가 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다른 분야에서 이 정도 수치면 거의 0%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비록 인간은 언젠가 사망하기에 확률을 0%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그 확률의 대상이 되었을 때 누구든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찬영이가 췌장암말기임을 말하지 못하는 미조
찬영이가 췌장암말기임을 말하지 못하는 미조

 

 

3.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심리변화 단계

이와 같이 자신이 질병으로 인해 시한부로 살아야 함을 듣게 되었을 때 드는 생각은 “내가 왜?”일 것입니다.

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지요. 특히 찬영처럼 병에 걸려 입원한 것도 아니고 종합검진에서 이를 발견하여 자신이 시한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혹시 장난아니야?”란 생각도 들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의 심리변화 단계로 잘 알려진 내용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Ross)가 제안한 모델로서,

부정(Denial) – 분노(Anger) – 타협(Bargaining) – 우울(Depression) – 수용(Acceptance)란 단계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를 DABDA 단계로서 하지요. 각 단계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정 (Denial): 처음에는 죽음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이건 나에게 일어날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현실을 부정합니다.
  • 분노 (Anger): 부정이 깨지면 분노가 나타납니다.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냅니다.
  • 타협 (Bargaining):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로 타협을 시도합니다. “만약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신이나 운명과 거래를 시도합니다.
  • 우울 (Depression): 죽음의 현실이 명백해지면서 깊은 슬픔과 우울에 빠집니다. 자신의 소멸에 대한 슬픔과 상실감을 느낍니다.
  • 수용 (Acceptance): 마지막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평화를 찾습니다.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려는 노력을 합니다.

 

시한부 찬영, 친구의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된다.
시한부 찬영, 친구의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된다.

 

4. 시한부가 된 찬영의 심리변화 모습

찬영은 앞의 5단계에서 처음에는 이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친구가 장난하는 줄 알았던 것이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분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타협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요.

혼자 있을 때 우울한 모습을 가끔 보였지만 이 단계도 적은 채 바로 수용의 모습을 보이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집중했던 것이지요.

찬영이 시한부가 되었을 때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자신이 시한부가 되었음을 그들의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었지요.

이를 알리기 위해 찾아갔다가 처음에는 알리지 못했었지요.

그녀는 오히려 타인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선배인 지석이 이혼을 하고 자신과 결혼을 하려하자 이를 말리려고 애를 썼지요. 

비록 그녀는 시한부로 곧 죽음을 맞이해야 했지만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인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찬영과 같이 시한부로서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고 합니다.

  • 내면의 평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평화를 찾은 사람들은 더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입니다.
  • 현실 수용: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있습니다.
  • 마음챙김: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감정의 수용: 자신의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감정적으로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새로운 의미 찾기: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합니다.
  • 사회적 지지: 가족, 친구, 또는 커뮤니티와의 강한 유대감을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납골당에서 자신의 자리를 계약하는 찬영과 친구들
납골당에서 자신의 자리를 계약하는 찬영과 친구들

5. 시한부 기간을 살아가는 방법

찬영의 시한부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지요.

하지만 찬영의 결심을 결국 받아들이고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한부로 살기’와 같은 타이틀로 찬영의 마지막 인생을 돕기로 합니다.

친구들끼리 시간여행하는 것, 찬영의 부모님에게 시한부가 된 찬영 소식을 알리는 것은 물론

부모님과 찬영이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것 등 찬영이가 자신의 시한부 기간동안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할 수 있도록 돕지요.

찬영은 그의 버킷 리스트 중에는 자신이 타인의 연기를 돕는 역할이 아니라 직접 영화에 출연해서 자신의 모습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그 영화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 개봉될 예정이었지요.

그녀는 영화 역할 중 하나에 직접 지원하고 시험을 봐서 통과함으로 자신의 제자이기도 했던 주연 배우와 마지막 촬영을 했지요.

또한 그녀는 자신이 사망했을 때 자신의 장례식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명단을 친구들에게 전달하지요. 전화가 오면 밥 한 끼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친구 미조는 그녀가 사망하기 전, 그 명단의 사람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읍니다.

죽어서 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녀와 이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부모님과 친구들, 친구들 부모님은 물론 한때 연기를 꿈꾸며 함께 연극을 했던 오랜 친구들.

그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의 대상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이별식을 합니다.

 

시한부 찬영의 마지막 인사
친구가 마련해준 브런치 모임, 찬영의 마지막 감격의 인사

6. 정리 및 소감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감동스런 장면이 바로 살아서 이별식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한 자리에 모두 모여 그녀와 인사하는 모습. 

어쩌면 시한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버킷 리스트이자 이 땅에서의 자신의 삶을 가장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이별식인 것이지요.

솔직히 저 자신이 그녀와 같이 갑자기 시한부가 되었다고 하면, 어떤 감정으로 이를 맞이할 지 예상하기 쉽지 않더군요.

의외로 시한부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저에게 있음을 발견했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시한부가 한편으론 축복이 될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때에 매우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심리, 관계, 삶 자체 등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리를 잘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기회를 부여받았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드니 좀 더 삶에 대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죽음. 그런데 모든 사람은 각자 시한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을 아니겠지요.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해가며, 행복하게 이별할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멋진 꿈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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