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 나오는 제시카란 등장인물의 심리, 열등감과 우월감과 관련된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렵다’란 나레이션을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 제시카 이야기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렵다.
동경과 질투가 한통속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도 아득바득 스타이고 싶었다.
프로야구 슈퍼스타인 남편을 둔 제시카란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인기를 등에 업고 매스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부부 육아프로그램 정규방송에 나오면서부터 유명 인사가 되었지요.그녀의 SNS에는 수 십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으며,
그녀가 올리는 사진엔 ‘좋아요’가 부지기수로 붙었으며, ‘언니, 너무 예뻐요’와 같은 댓글이 계속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제시카란 예명으로 대중을 만났으며, 그녀를 향한 대단한 찬사에 스스로를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자신은 이제 공인이라는 생각에 그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가사 일은 물론 아기를 돌보는 것을 뒷전으로 하였지요.
보다 못한 남편이 이를 타박하자, “나, 제시카야~” 오히려 남편을 타박했으며, 불만을 토로하는 남편에게 ‘그럼 우리 이혼해’라고 했었지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급기야 남편 역시 “그래, 우리 이혼하자. 아기는 내가 키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SNS의 ‘좋아요😘’ 횟수가 이전보다 점차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그녀에게 들어오는 광고들이 모두 남편과의 동반 출연만을 원했다는 것이지요.
이제 ‘제시카’로 혼자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안 좋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언니, 힘내요”란 댓글과 ‘힘내요😂‘란 이모티콘이 엄청나게 붙었던 것이지요.
이젠 대중이 ‘좋아요’ 대신 ‘힘내요😂’로 자신을 바라본 것입니다.
자신은 ‘좋아요😘’, ‘최고에요👍’를 받고 싶은데 말입니다.
이로 인해 그녀의 목 마른 가슴이 더욱 속이 타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2. 동정은 쉽고 동경은 어렵다.
감정의 종류에서 동정심(同情心)이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 혹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용어로 연민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정심은 그 앞에 ‘값싼’이란 단어가 붙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값싼 동정심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연민이란 단어는 동정심보다 더 차원이 높은,
즉 동정만 하지 않고 실제적으로 도우려는 것이 포함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시카는 사람들에게 동정받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지요. 오히려 동경의 대상이 되길 바랬습니다.
동경이란 그리워하는 대상에 대해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느낌을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유명한 사람을 동경한다면 ‘자신도 그 사람과 같이 되고 싶다고 느낀다’는 것이지요.
동경과 관련된 감정은 ‘부러움’이 기본감정이 될 것입니다.
‘나도 그 사람같이 되고 싶어’란 것은 한 마디로 ‘난 그가 부러워’란 것이지요.
제시카는 타인들이 자신을 부러워하길 바랐던 것이지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을 바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누구나 자신이 부러움이 대상이 될 지언정 동정의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은 제시카의 팔로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부러움이란 감정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감정으로서 고통이나 통증이 유발되는 감정입니다.
제시카를 보며 부러워할 때마다 사실 자신들의 마음에는 은연 중에 고통이 발생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란 말도 하긴 합니다.
그렇다면 동정심은 어떨까요?
이 감정 역시 유쾌한 감정이 아니기에 불쾌한 감정에 해당됩니다.
타인을 가엾게 여길 수 있으려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타인이 슬픔을 당했다면 그 슬픔을 당한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 등을 자신의 마음으로 가져와 느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그 만큼 아플 수 있습니다.
부러움이나 동정심은 모두 고통을 유발하는 감정들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러움은 인색하지만 동정심엔 더욱 관대하지요.
부러움이란 감정은 타인은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없으며 자신도 가지고 싶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서
현재 그것이 없기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불행하다는 느낌이 내면에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이 안타깝기에 느끼는 것이지 자신이 불행하기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더 동정심에 관대해 질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부러움의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만 동정심은 금방 지나가는 감정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값싼 동정심’은 어찌보면 몇 초의 감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동경과 질투가 한통속인 줄 알면서도
동경은 기본적으로 부러움의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경과 질투가 한통속’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언급한 질투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시기, 질투’라고 표현하고 합니다.
시기와 질투는 모두 ‘부러움’을 기반으로 하지요. 그런데 이 감정들은 부러움의 감정 뿐만 아니라 분노라는 감정이 복합화된 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시기심이란 ‘타인은 가지고 있지만 나는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화가 난 마음’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가지고 싶지만 없다는 것에 화가나 이를 빼앗거나 상대방도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반면에 질투심은 ‘나는 그것이 나의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아닌 상대방이 가져갔을 때 화가 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분노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든지 다시 빼앗아 오려고 하는 심리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위의 글귀에서 질투보다는 시기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동경과 질투가 한통속이라는 말을 무슨 뜻일까요?
이 말은 내가 타인에게 동경을 받는 것과 타인이 나를 질투하는 것은 한통속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제시카는 타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타인은 제시카를 질투할 수 있는 것.
이것은 마치 양면의 거울과 같이 붙어 다닌다는 뜻이겠지요. 이것들은 인간 세계에서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그러니 대중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은 시기나 질투를 받는 것은 숙명이라는 것이지요.
4. 그렇게도 아득바득 스타이고 싶었다.
타인에게 동경을 받기 위해서는 시기와 질투를 감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세계에 들어간다면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귀다툼,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런 세상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생각해보고,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면 피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시카의 남편 A가 프로야구 선수가 된다는 것은 A가 야구란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기에 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A의 정체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A가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려는 것의 근본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프로야구 세계에도 동경과 질투가 존재하기에 프로야구를 한다면
그러한 동경과 질투로 이전투구하는 세상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제시카는 이런 것들을 타고난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유명해져서 남들에게 스타란 대접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애초부터 자신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은, 잘못된 것이지요.
또한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어 있기에 상황이나 타인의 태도에 따라 쉽게 휘둘림을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체성은 부정적인 상황이나 타인의 공격에도 자신을 이끌어 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데, 이것이 없으니 쉽게 넘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것에 매달리는 제시카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자신이 살아있는 느낌, 자신이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전에는 살아도 살아있는 느낌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이런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못 느껴지기에 이를 어떡하든지 느껴보고 싶어서,
즉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껴볼 뿐만 아니라 이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제시카가 SNS에 사로 잡힌 이유는
- SNS를 통해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팔로워하며 그들에게 ‘좋아요’를 받음으로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며,
-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활동함으로 소속과 애정의 욕구를 충족함은 물론 자신의 주도성을 느끼는 것이며,
- 그래서 더 많은 활동에 빠지는 만큼 자신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지요.
제시카는 이것들을 통해 이 땅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
즉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과도하게 진행될 때 이전에 숨겨져 있는 열등감이 우월감으로 바뀌게 될 수 있으며, 그럴수록 더욱 여기에 미친듯이 빠져들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의 우월감은 자신을 아들러가 말한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우월감이 아니라 열등감이 바탕이 된 우월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열등적 우월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그녀의 내면 깊은 곳엔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가 그렇게 동경을 받는 스타가 되고 싶은 이유는 이 열등감에 대해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으로 보상 받으려는 무의식적 심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제시카의 심리적 기원
제시카가 이런 심리를 가지게 된 원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을 수 있습니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집안이었습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이었지요.
가족들은 자신이 이룬 것들을 누리는 사람들로서 나란 존재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존재들로 여기고 있습니다.
자기애가 매우 높은 사람이면서 열등적 우월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아내와 자녀들 가족들조차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우월성 아래에서 사는 열등한 존재라는 것이지요.
반면 엄마는 이런 남편의 이런 태도에 대한 불만을 딸 제시카를 키우는 것으로 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경제력을 통해 살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내면 속엔 항상 불만이 가득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는 제시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공허감을 채우려 합리다.
제시카가 남들에게 우월한 존재가 되도록 온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시카 자체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특별한 재능이라면 미모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을 잘 사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시카가 당대의 유명한 야구 선수 A를 사귀게 되자 A의 명성을 이용해서 제시카가 유명해지도록 만듭니다.
또한 제시카가 이전에 다른 남자와 잠시 결혼했다 이혼했던 사실도 모두 숨기게 합니다.
제시카는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온 희생물이었던 것이지요.
어려서부터 부유한 가정에 살았지만 내면에는 열등하다는 심리가 있었으며,
이러한 열등한 심리를 우월감으로 바꾸려고 몸부림치게 된 것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행동은 자신들의 내면의 문제를 과잉보상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었지요.
제시카는 처음엔 자신이 이젠 그런 우월한 존재가 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6. 정리 및 소감
드라마 상에는 제시카의 남편 A가 그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더욱 인격적으로 대하며 보호해줌으로 그녀가 그런 심리 속에서 점차 빠져 나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둘의 사이가 파국을 맞을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를 극복한 것이지요.
제시카 입장에선 참 좋은 남편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제시카를 보면서 인간은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만 내면이 빈곤할 때에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심리패턴들이 생길 수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시카는 아버지로 인해 생긴 열등감으로 인해
결함패턴이나 의존/무능 패턴, 어쩌면 실패패턴, 인정추구패턴, 융합/미발달된 자기 패턴 등이 점차 생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패턴들은 모두 자신의 심리적 정체성, 즉 자신의 자존감을 쉽게 바닥으로 만들 수 있지요.
드라마에 나오는 하나의 사례이지만, 실제로 어느 누군가는 이런 심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자신을 불태우고 있을 수 있음을 더욱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심리를 가진 분들을 심리상담 현장에서 실제로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내면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으러 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온다면 큰 실패나 좌절을 만날 때나 가능하며, 이때에도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는 것에 대한 저항감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한편으론 이런 사람이 제가 속한 공동체 속에 있거나 새롭게 유입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시카의 남편처럼 이들의 심리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지,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의 심리를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 말입니다. 이젠 공동체의 일원이니까 말입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다양한 인간들의 심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전 업로드 했던 글들
‘동백의 독백, 사랑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못난 버릇이 있다’,
‘죽음을 앞에 둔 마지막 후회의 꿈’이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하군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