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아내와 사별 이후 그녀의 빈자리로 인해 발생한 저의 심리를 심리상담가로서 분석함으로 보다 나은 심리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썼습니다.
또한 저와 동일한 배우자의 빈자리 상황에 있거나 있을 분들에게 자신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또한 이 글은 앞에 쓴 나의 죽음에 대한 심리, 어린이자아란 녀석이…의 후속글입니다.
1.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다
아내가 사망한 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내의 빈자리가 생겼다는 것이지요.
그 빈자리가 큰 여파를 가져다 주더군요.
사실, 아내가 사망한 이후 저의 삶의 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어요. 아내가 하던 가사일은 딸과 제가 분담해서 해결하였기에 그것은 큰 여파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분담하면 되는 것을 아내에게 짐을 너무 많이 지게 했다는 미안함이 컸었지요.
물론 아내만이 할 수 있었던 건강식 빵, 쿠키 등은 그 이후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내가 음식 등으로 제 건강을 매우 챙겼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빵이나 쿠키 생각은 전혀 나지 않더군요. 아내에겐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빈자리는 다른데 더 크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2. 아내가 나에게 준 인정자극
인간이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지속적으로 적정하게 주고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건강한 심리가 서서히 혹은 급격히 무너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100을 받고 또한 100을 주어야 제가 건강한 심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제가 아내에게 적어도 50 정도를 받았고 저 또한 아내에게 30 정도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아무래도 아내가 저를 훨씬 더 챙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매우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와 제가 연구소에서 함께 일을 했지만 생각보다도 함께 있었던 시간은 많지 않았어요.
하루의 시간으로 본다면 많아 봐야 3시간에서 4시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잠을 자는 시간대도 달랐고 같은 방에서 자더라도 각자의 침대에서 따로 잤지요.
대부분 시간은 각자의 룸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나 일들을 했었지요. 물론 일이란 주로 심리상담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그 3~4시간도 식사하는 시간도 포함되었기에 온전히 함께 있었던 시간은 더 짧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둘이 같이 있었을 때, 예를 들어 함께 산책하거나 함께 차를 마시거나, 함께 일과 관련된 회의를 할 때, 대화가 겉돈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주제가 되든 그것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로 빠르게 들어갔었고 서로 그것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자아상태로 보면,
대부분 수평적 교류의 자아상태였습니다.
서로가 어버이자아상태로서 토론을 하는가 하면, 어른 자아상태에서 어떤 문제를 살펴보고 해결하려고 했으며, 어린이자아상태에서 재미난 이야기나 행동으로 서로를 웃겼거나 즐겁게 했으며, 그런 가운데 서로의 비언어적인 모습을 놓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얻은 것이 꽤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행복감을 느낀 것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또한 그러한 기회를 얻었던 것이지요. 돌이켜 보면,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으며 이를 적용했던 것이지요.
그랬기에 아내와 산책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꽤 즐거웠지요.
에릭 번은 심리상담의 목표가 내담자가 심리적 자율성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리적 자율성은 수용성과 자발성, 친밀감을 모두 획득할 때 가능하다고 했는데 제 생각엔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특히 자발성이란 자신의 자아상태를 상황에 맞게 어버이자아, 어른자아, 어린이자아로 스스로 잘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능하면 서로가 같은 자아상태, 즉 수평적인 교류가 가능한 자아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쌍방간 자발성이 나쁜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둘의 관계를 심리학자 존 알랜 리의 ‘사랑의 여섯가지 색깔’이란 개념으로 찾아보니,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의 색깔은 스토르게란 ‘친구같은 사랑’의 비율이 꽤 높았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땐 낭만적 사랑인 에로스로 출발했지만, 50대가 넘어가면서 스토르게란 친구같은 사랑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었고 한편으론 상대를 애틋하게 느끼고 도와주려는 이타적 사랑인 아가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였던 것 같습니다.
3. 빈자리로 인한 나의 심리상태 파악
그런데 아내의 빈자리가 생기게 되자, 제가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받고 주는 것에 큰 공백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우리 둘 말고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얻는 인정자극들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우리 둘은 우스개 소리로 무인도에 둘만 있어도 충분히 잘 살았을 거란 이야기를 했었지요.
서로가 주는 인정자극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인정자극으로 충분히 심리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음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상황이 전혀 다르게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아내의 빈자리가 저로선 50의 인정자극이 갑자기 끊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것이 끊기니 도미노현상으로 제 스스로 만들어내던 40과 외부에서 얻었던 10도 빠르게 소진되어 버렸고 또한 재생산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아내의 빈자리 시간이 지나갈수록 저의 심리적 공간엔 그리움이, 그리움은 우울로, 우울은 죽음으로 도피하려는 심리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리움은 아내의 상실이 채워지지 않았기에 현재가 아닌 이전의 사람을 계속 불러내는 감정이지요.
하지만 계속 불러내도 그 상실감이 채워지지 않자 제 마음은 스스로 고립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충동을 받곤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니,
제가 아내를 매우 사랑했기에 그에 대한 상실감으로 이러한 고통을 당하는 것인가,
나에게 커다란 인정자극을 주었던 아내가 이제 없기에 인정자극을 못 받아 그로 인해 내가 고통을 당하는 것일까
란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자로 인해 고통 당함이 더 커지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지요.
그러하기에 심리적으론 아내를 더욱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것.
그래서 더 그리워하는 마음에 스스로 갇히는 것
을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제가 선생님들께 ‘정서중심심리상담’에 대해 강의할 때마다 사별을 하는 경우,
‘그리워하지 말고 추억하라’
라고 했었는데 바로 제가 이것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지요. 또한
‘부부는 서로 의지할지언정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라고도 했었는데 이 역시 지키지 못한 것이지요.
‘지키지 못했다’란 머리로 알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통찰했을지라도 실제 이를 삶 속에서 적용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앞에서 말한 심리적 자율성의 요소 중 ‘수용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저의 ‘심리적 자율성’이 깨졌다는 것이지요.
4. 정리 및 소감
이 글을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저를 심리상담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서로 관계가 돈독했을수록 배우자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을 더 당할 수 있지만 또한 이를 이겨내야 함도 맞을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내가 나를 바라보다’
즉, 성숙한 어른인 나가 상실의 아픔으로 고통 속에 떨고 있는 나를 다독이며 일으켜 세우는 느낌을 받고 있으며,
이것 자체가 저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나를 지속성 있게 잘 살아가게 할 지 더욱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이어서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의지와 의존
사별과 이혼
이별과 헤어짐은 있으나 다른 또 같음이 있네요
선생님 글을 읽으며 얼마나 예쁜관계 셨는지 잠시 아름다웠습니다
건강한 자아가 각자의 역할을 위로하며 살아가도 배고픈 감정들이 한번씩 저도 그랬기에 쓱 글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혼이지만요ㆍ이제 글을쓰시면서 이미 추억 다룸이 시작되신듯요ㆍ
저는 심리14년차 물드는 중 입니다
누군가를 상담하며 나를 만나고 있답니다
힘내세요ㆍ그래도 행복해 보시게요~
작은 힘이지만 응원드립니다
이미옥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어찌보면 의존으로 인한 파생적 심리문제를 보다 건전하게 다루는 것이 저에게는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첫째로는 그리움이 아니라 추억이 될 수 있겠지요.
선생님의 상황을 이야기해주시니 더욱 감사드립니다. 실제적인 공감으로 느껴지니까요.
응원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핑백: 나의 아내에 대한 미안함, 심리분석 3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