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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4월_꽃잎이 난다 나도 날아간다

4월이 되면 꽃잎이 하염없이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을 보곤 합니다.
또한 양희은 노래, 강승원 작사 작곡의 4월이란 노래가 생각나지요.
저에겐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로 들리는군요.

특별한 4월에, 특별한 노래의 가사, 한편의 시 4월을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희은 4월의 꽃잎이 난다

 

​1. 시 ‘4월’ 감상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너도 날아간다

꽃잎이 바람에 흩날려 날아가는데, 그 시기가 4월입니다.

아마도 벚꽃의 꽃잎일 수도 매화의 꽃잎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화자는 꽃잎이 날아간다고만 하지 않고 ‘4월이 간다’고 하였습니다.

4월이 특별한 것이지요. 4월이 특별한 것은 ‘너’가 관련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꽃잎처럼 ‘너’도 날아가 버린 것이지요.

 

산 그림자 짙은 이곳에 나는 떨고 있는데

화자는 4월의 햇빛이 만들어낸 어느 산 그림자가 짙게 진 어느 곳에 있습니다.

그는 떨고 있다고 했습니다.

추워서일까요?

아니면 꽃잎이 날아갈 때 ‘너’가 날아간 것을 느꼈기에 떨린 것일까요?

 

봄비 내린다 꽃잎 눕는다 나도 젖는구나

그런데 그때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나 봅니다.

봄비 내리니 바람에 날았던 꽃잎도 바닥에 내려 앉아 빗물을 머금으면서 힘없이 바닥에 달라붙듯이 눕는 것을 봅니다.

그때 화자는 자기 자신도 비에 젖어버리고 꺼지듯이 바닥에 달라붙는 심정이었던 것이지요.

 

양희은 4월_꽃잎이 젖는다

 

녹아 내리는 시절 기억들은 사랑이었구나

무엇이 녹아내린 것일까요?

차가운 겨울의 한파와 얼음이 꽁꽁 얼어 붙었었고, 그것이 서서히 녹아 내리는 그런 봄기운이 대지에 퍼지기 시작한 때를 말할까요?

아니면 ‘너와 나’가 함께 긴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가 이젠 살만한 시기에 도래했음을 말할까요?

거센 겨울의 시기이든 고난의 시기이든 이 시기엔 저마다 우울한 기억이 더 많았을 터인데 그것조차도 ‘사랑’이라고 느낀 것일까요?

아니면 화자와 너만의 특별한 사랑의 기억이었을까요?

 

양희은 4월 보낸줄 알았는데

 

다 보냈다 생각했는데 잊은 줄 알았었는데

화자는 꽃잎을 보며 자신의 내면을 더욱 깊게 바라보는군요.

‘너’란 사람이 나를 영영 떠났을 때 나는 너와 이별식을 하며 너를 떠나보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너를 떠나 보낸 내 마음의 자리가 이젠 다 아물어 간 줄 알았는데….

 

지우고 숨을 쉬고 또 숨 쉬어봐도 남는다

 

내 마음의 너를 지우고 지우면서 겨우 숨을 쉬고 살아왔는데,

그래서 이젠 너를 다 보낸 줄 알았는데…

너는 내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구나.

 

 

모자란다 니가

내 몸이 녹아 내린다 네게로 스며들었다

꽃잎은 날고 봄비 내리면 나를 보낸다

 

아, 억지로 기억을 지우면서 너를 떠나 보내서인가,

이제 보니 네가 나에게서 온전하지 못하구나.

아, 이젠 내 몸이 녹아 내린다

그 녹아 내린 나를 너에게로 스며들어 모자란 너를 채우고 싶구나.

너를 그렇게 잊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이제 나는 꽃잎이 하늘에 흩날리고 봄비 내리는 날…

너를 잊지 않기 위해 나를 너에게로 보낸다.

나를 보낸다.

 

꽃잎이 난다 사월이 간다 나도 날아간다

꽃잎이 여전히 날아가고 사월은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이젠 너를 억지로 날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로 날아간다.

 

나도 날아간다

 

 

2. 시 전체 이해

시인들 중에는 4월을 찬란한 봄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역사상 잔혹한 사건들이 많았기에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4월의 시를 보면, 화자는 춘 3월부터 피어오르던 꽃들이 화창하게 피어올랐고 절정의 4월을 맞이했을 때 참으로 찬란한 4월로 잠시 여겼겠지요.

하지만 어김없이 바람에 흩날리기도, 봄비 한번 내리면 무수한 꽃잎이 물이 젖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불현듯 찾아오는 슬픔은 참으로 잔인한 느낌마저 들었을 것입니다.

애절한 그 누군가를 영영 떠나 보냈기에 그의 내면은 커다란 상실로 구멍난 자리가 여전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마냥 마음에 가지고 살아갈 수 없기에 잊으려고 애를 썼겠지요.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지고 물에 젖어 힘없이 스러져 가는 꽃잎을 보았을 때, 자신의 내면의 아픔이 다시 촉발되었을 것입니다. 건드려진 것이지요.

모른 척 했던 그 사람을 다시 내면에서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생각이 점점 가물해진 것 같군요.

그의 마음 속엔 설움이 올라왔을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는데…

잊혀져서는 안 될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이젠 그는 그를 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에게로 가겠다고 합니다.

잊으려 했던 죄책감 때문일까요?

그런데 그 방법이 참으로 안타깝군요.

자신이 녹아내려 그에게로 가겠다는 이 마음.

처절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론 있어서는 안 될 마음으로 느껴지는군요.

마치 자신의 자아를 분열하는 모습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나를 소멸하고 그 소멸된 만큼 그에게도 가겠다는 그런 심리로 읽혀지는군요.

참으로 깊은 슬픔을 담고 있는 노래이군요.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위험한 심리로 보이는군요.

 

슬픔을 당하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점차 구멍나게 마련입니다. 너를 잃어버린 자리이지요.

그 구멍난 것이 위로로 매워지지 않으면 그 구멍난 마음의 실타래는 점점 풀려 날아가게 됩니다.

이젠 그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란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나는 너에게 간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의 자아를 점차 상실해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편으론 가을의 낙엽은 늦가을 자체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죽어가는 느낌이니까요.

하지만 봄의 4월은 찬란함 속에서 꽃잎이 한 순간 날아가 죽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훨씬 더 강력하며 건드려지는 부분도 꽤 강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잎이 떨어진 나무를 잘 살펴보면 파란 잎이 새록새록 자라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꽃잎만 볼 것이 아니라 새 잎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공허한 마음을 푸르름으로 채울 수 있겠지요.

 

나도 날아간다

 

 

3. 감상 및 소감

인간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 슬픔은 불현듯 무엇인가에 건드려져 그 슬픔이 쏟아질 수 있으며, 그러한 일이 자주 있을수록 나 자신을 잃어가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슬픔을 외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면 어쩌면 이 시의 화자처럼 자신을 소멸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아프고 시리면서 아름답게 보일 수는 있어도 그 인생 자체는 참 불행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슬픔이 있는 곳엔 위로가 있어야겠지요.

자기연민은 조그만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많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위로를 찾아간다면 좋을 것 같군요.

위의 말은 제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 4월이 이와 같이 알려주고 있네요.

가수 해바라기의 갈 수 없는 나라란 노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글로 표현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함께 보셔도 좋겠군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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