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제와 심리 관련 첫 번째 연재 글에서 제가 젊은 시절 만났던 세 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지요. 아마도 저에게 가까운 젊은 친구가 그 글을 읽었나 봅니다.
이후 글을 인상 깊게 잘 읽었다는 피드백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젊은 친구도 자신의 가정 경제에 대해 미리 계획을 잘 세워야겠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이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이기에 나름 좋은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개인적인 것이라 그 생각을 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껄끄럽긴 한데 혹시 도움 되는 분들이 있을까 여기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신혼시절 아내에게 한 주택이야기
제 아내와 결혼하고 신혼여행지에서 집에 도착한 후 얼마 안 되어 나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때 아내에게 우리가 결혼한 후 6년 후 즈음에 집을 살 것이라고 한 것이지요.
그때 아내는 밝은 얼굴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듣고 보니 아내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6년 후에 집을 산다고 장담하듯이 이야기할 수 있지?’
그리고 실제 결혼 6년차, 직장생활한지 9년차에 경기도 고양시 신도시로 개발되었던 화정지역의 아파트 33평을 분양받고 입주했지요. 계획대로 성공한 것입니다.
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은 그다지 저에겐 어렵지 않았었습니다.
결혼 당시 3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전세자금을 마련했었습니다.
나름 괜찮은 대기업에 다녔으며, 그 기업에서 월급 외에 매년 정규 보너스가 900%에 특별보너스까지 합치면 연간 1000~1200%를 받았던 시대였고, 회사 업종자체가 일반적인 경기 변화에 민감한 편이 아니었지요.
또한 향후 6년 동안의 미래 예상 수입과 생활 관련 지출을 엑셀에 입력하고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계산하였고, 당시 집값 상승률을 계산해서 시기별 집값을 예상해 두었으며, 직장을 가졌던 시점부터 가입해 두었던 청약 저축을 통해 분양 받는 계획을 세웠기에 그것을 실제 실행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만 아내의 눈엔 그게 매우 신기했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다만 집에 입주한 후 얼마 안 있어 IMF구제금융이 시작되었고 그 당시 다니던 회사를 나온 이후에 어느 정도 돈의 흐름이 갈팡질팡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에겐 감사하게도 새로운 기회들이 왔었지요. 제가 그 회사를 나올 당시 그 많던 보너스가 0%가 되었고 월급마저도 몇 년동안 동결되었으니 그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이후 거의 10여년 동안 저는 수입이 줄어든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시점부터는 전 회사에서 받았던 것보다는 더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 여러 금융권을 드나들며 가정경제와 관련해서 전문강의들을 했었고 알려지고 나니 여기저기에서 영상 강의도 제법 했었습니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부업을 했었는데 나중에는 그 부업에서 더 수입이 많았으니 경제적으론 황금기였지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소득 1% 이내에 계속 속했던 시절이었지요.
물론 그러한 기간이 쭉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스스로 수입을 줄여 버렸지요. 돈에 매몰되어 있었던 제 자신을 돌아보고 그 당시 저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심리 공부를 했었고 그 당시에 벌어두었던 돈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그 기간에도 이전에 벌어둔 돈으로 모두 해결했으니 제법 곳간에 돈이 꽤 들어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명색이 가정경제전문가였었기에 저와 아내의 은퇴설계와 보장설계를 해 두었습니다.
당시 국민연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었음에도 저는 지역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거의 한도액까지 국민연금 납입기간인 59세만기시점까지 납입했었고, 자산배분을 통해 매월 연금성 소득들이 발생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아내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로 10여년 가입했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지금 금액으로 약 50만원씩 발생하도록 한 것이지요.
이제 국민연금을 받을 연령이 코 앞에 다가왔고 다른 연금성 수입과 합치면 아주 썩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두 사람이 살아가기엔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더구나 연구소를 운영할 때까지 발생하는 수입까지 합치면 꽤 넉넉한 금액이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2. 가정경제 계획이 틀어져 버린 이유
하지만 이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 것이지요.
바로 아내가 사망한 것입니다.
저의 모든 가정경제 계획의 중심에는 아내가 있었지요. 아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수입과 재산.
하다못해 제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은 아내의 은퇴 말기의 추가적인 자금이 되도록 해서 설계를 해 두었습니다. 담당 보험회사 설계사가 몇 년 전에 연령으로 보아 더 이상 사망보험금이 중요하지 않으니 그 보험을 해지하고 해지된 금액을 연금보험으로 바꾸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름 은퇴설계를 마친 저로서는 그것보다는 제가 사망한 이후 혼자 있게 될 아내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지요.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6~7년 정도 더 살고 나이 차이가 있었기에, 아내가 저보다 10년은 더 살 것으로 예상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지요.
제가 생각했던 가정경제와 전혀 달라진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그럼에도 자식들에게 열심히 공부시키셨던 부모님 덕분으로 대학을 나오고, 다행히 직장 생활하면서 받은 수입으로 전세자금 마련하여 결혼하였지요.
그 이후 집을 마련하려고 최대한 지출을 줄여가며 살았었고, IMF이후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개인 사업가가 된 이후에는 언제든지 수입이 끊길 수 있다는 강박이 있었으며, 반대로 수입이 예상치 못하게 커졌을 때는 최대한 자산 불리기에 열중했었던 시절.
그 기간 동안엔 아내와 자식들은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나마 돈 버는 것을 정리하고 아내의 관심 분야가 저에게도 큰 관심사가 된 이후 함께 공부하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일해왔던 기간이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3.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
몇 년 전 아내에게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언제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지금이 가장 행복해”란 대답했었지요.
심리 공부를 아내가 먼저 했었기에 아내에게 매일 질문하고 아내는 답하면서 제가 배웠던 때.
서로 논의하고 임상 실험을 하면서 심리 상담 관련 특허를 받았던 때.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하면서 다양한 분들과 만나며 그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던 때.
관심있는 분들에게 자기이해 심리상담이란 분야를 보급하였던 때.
더 나아가 심리분야 책도 만들고 유튜브를 만들었던 때.
상담자로서 각자 상담을 하면서 서로 도왔던 때.
상담분야에서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 금액을 감사하며 함께 살아왔던 기간이 저 역시 가장 행복했었는데
그 이유를 돌아보면 아내이면서 친구이면서 동역자였던 그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요.
4. 정리 및 소감
돌이켜 보면, 가정경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분명히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운 것임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가정경제 계획을 왜 세우는가를 먼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가정경제 계획 그 자체는 바로 도구에 해당된다는 것.
바로 가족구성원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행위라는 것.
이것에 대해 진정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결국 돈을 쫓아가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인간이기에 인간의 계획은 세울 수 있으나 저와 같이 그 계획의 근본부터 흔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가정경제 계획을 수립하는 그 기간 동안에도,
서로가 언제든지 행복했고 참 좋았다란 마음을
서로가 가질 수 있도록 서로를 바라보는 것.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때까지의 삶 속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미래를 계획하되 현재를 놓치지 않고 가정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가정경제의 첫 출발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한, 인간은 돈이 없으면 두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으며, 돈이 모이면 모일수록 욕망에 사로 잡힐 수 있지요.
이에 휘둘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건강한 심리 역시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요.
이 역시 기억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되는군요.
오늘도 저희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