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8단계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현재 자신의 심리단계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먼저 다음의 글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벽돌이 쌓인다고 집이 되지 않듯이 시간이 쌓인다고 삶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리스 로럴드 미리에리-
‘에리스 로럴드 미리에리’란 분이 남긴 명언입니다.
이 분이 실존하는 분인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분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위의 명언은 많이 알려진 명언이지요.
이 글귀를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의 인생을 아무리 오래 산다 할지라도 반드시 그 인생이 ‘나다운 나’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로 해석되었습니다.
실제 어떤 사람은 인생의 길이가 짧더라도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 큰 귀감이 되는가 하면,
아무리 오래 살았을지라도 한편으론 그 인생이 연민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론 추해 보이기까지 한 분들도 제법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자신의 삶이 현재 상태에서 어떠한지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명언의 내용과 같이 현재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제법 잘 만들어진 집의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잡동사니들만 가져와서 집을 만들려다 부서지고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어 좌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평가 항목들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재산이 얼마 있는지,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는지 등의 기준들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8단계란 이론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엔 인생이란 집을 지어갈 때 필수적인 재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덟 단계 중 마지막 단계는 현재의 삶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군요.
마지막 단계의 내용은 사실상 전생애에 대한 종합평가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삶이 마지막 단계의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왜 이것이 되고 있지 않은지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먼저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8단계를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8단계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전생애란 라이프 사이클에서 인생의 시기를 8가지의 라이프 스테이지로 나누었습니다.
또한 각 시기별로 반드시 발달시켜야 할 과제들이 있으며, 해당 시기별로 그 과제를 잘 충족시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무리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먼저 1단계에서 7단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단계에서 7단계까지
■ 1단계_ 신뢰감 vs 불신감 ( 0~1.5세, 아기시절)
태아에서 이제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그 무엇보다 생존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기는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필요할 것입니다. 부모와 주 양육자가 대상이 되지요. 에릭 에릭슨은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인 사랑과 보살핌이 있으면 신뢰감이 획득이 되며 그렇지 않으면 불신감이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 2단계_ 자율성 vs 수치심 (1.5~3세 정도)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호기심을 갖는 것에 대해 스스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해보려는 욕구가 높습니다.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면 자율성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수치심이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 3단계_ 주도성 vs 죄의식 (3~6세 정도)
아이들이 이제 좀 더 크게 되면 집단 속에서 자신이 뭔가를 주도하려는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책임감과 도덕성이 형성되기 시작하지요.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면 주도성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죄의식이 형성된다고 했지요.
■ 4단계_ 근면성 vs 열등감 (7~11세)
아이들은 성장함에 따라 이제 학교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때는 무언가를 배우길 원하며 사람 간에도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려는 욕구가 높습니다.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면 근면성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열등감이 자리잡는다고 했습니다.
■ 5단계_ 자아 정체감 vs 역할 혼미 (청소년기)
아이들이 자라나 청소년기가 되면 사회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가 매우 높게 됩니다.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를 잘 충족되면 자아 정체감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역할 혼미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 6단계_ 친밀감 vs 고립감 (청년기)
이제 청년시기로 자라나면 이제 가정과 학교를 좀 더 벗어난 사회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친밀감을 형성하려는 욕구가 매우 높게 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가지려는 것이지요.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가 잘 충족되면 ‘친밀감’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심리적으로 ‘고립감’에 빠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 7단계_ 생산성 vs 자기 침체 (중장년기)
청년이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며 또한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게 됩니다. 이때는 사회와 가족 등을 위해 생산적인 것을 성취하길 바라는 것과 이러한 자신의 성취를 타인에게 전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게 됩니다. 에릭 에릭슨은 이러한 욕구가 잘 충족되면 ‘생산성’을 획득하게 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심리적으로 ‘자기 침체’에 빠진다고 하였습니다.
2) 8단계_자아 통합 vs 절망 (노인 시기)
인생의 후반기로서 주로 노년층에게 해당되는 단계입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전생애에 걸친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 단계는 이전 단계에서 형성된 심리들이 모두 통합화되는 시기입니다.
바람직한 심리들이 서로 통합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에릭 에릭슨은 바람직한 심리들로 통합화되었을 때 ‘자아 통합’이 되었다고 했으며,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아통합이란 무엇일까요?
이를 위해서는 자아란 개념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자아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나란 존재’란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자아통합이란 자신의 생각과 느낌(감정), 행동이 언제든지 서로 합리적인 방식으로 작동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자아통합이 되지 않는 경우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서로 겉돌 수 있으며,
어떤 생각과 느낌이 있더라도 그것이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거나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표적인 것이 감정이나 생각이 자주 혼란스럽거나, 불안하거나 괜히 화가 나거나 심리적으로 자꾸 다운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심리가 안정감이 없고 순간 순간 잘 흔들리거나 심한 경우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자신이 무언가를 하긴 하지만 그것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모른 채 자꾸 무언가에 휘둘림 당하기에 자신의 정체감이 자꾸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자주 발생하면 자신의 삶 자체가 ‘헛 살았다‘는 느낌에 빠질 수 있고, 자신이 맞이할 죽음에 대해서 매우 두려움에 빠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이지요.
이것을 에릭 에릭슨은 ‘절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상황이나 타인들에 의해 언제든지 부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자신의 마음을 재빨리 안정시키고 그러한 부정적인 자극에 대해 합리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바르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노인시기에 잘 하는 사람들을 ‘현자’라고 부르며,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타인에게 귀감이 되곤 합니다.
한편으론 이것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같이 위태위태해 보이며, 자기중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위태위태하므로 다른 것에 신경쓰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8단계의 자아통합이 아직까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래의 다음과 같은 각 단계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2.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들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는 나와 타인에 대해 신뢰하며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2.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것이 있(었)으며 그것에 대해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고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3. 나는 나의 삶과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으로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4. 나는 나의 삶을 근면하게 살아왔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점에서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5. 나는 나의 재능에 부합한 일을 하고 있으며 또한 그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6. 나는 사람들과 관계에서 친밀감을 서로 나누며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7. 나는 삶에 있어서 많은 성취를 해오고 있으며 그러한 성취를 타인에게 전해주려는 삶을 살아왔는가 (살고 있는가)
8. 나는 나의 인생을 가치있고 의미있게 살아왔다고 자평할 수 있는가 입니다.
3.정리 및 소감
‘벽돌이 쌓인다고 집이 되지 않듯이 시간이 쌓인다고 삶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명언.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료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더라도 그 부족 때문에 그 집이 제 구실을 못할 수도 있겠지요.
에릭 에릭슨이란 심리학자가 평생을 거쳐 심혈을 기울여 심리사회 발달 8단계를 만든 것은
바로 인생을 살아갈 때에 어떠한 심리적 재료가 필요한 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느껴지는군요.
특히 8단계의 ‘자아 통합이냐 절망이냐’는 사람의 인생을 최종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인생 살기가 쉽지 않지만 ‘나다운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획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본다면 꽤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이는군요.
이것은 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군요. 이 글이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참으로 좋겠네요.
또한 시인 김남조의 ‘내가 흐르는 강물에’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시 속엔 시인의 자아 통합의 모습이 잘 나오고 있지요.
끝까지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