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이 좀 더 막 대하는 경향이 높을 수 있으며, 때론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사람과 대조될 수 있는, 이전 글 중 비판과 비난1_비난하는 사람의 심리를 함께 비교하여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이는지 세 가지의 심리적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질적 측면에서 만만해 보이는 사람
다음의 네 단어를 사용해 보겠습니다. 이중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다.
- 나는 수용적인 사람이다.
- 나는 섬세한 사람이다.
- 나는 주도적인 사람이다.
자신이 어느 특성이 많은지를 스스로 정의해 본 것이지요.
이번에는 자신이 타인을 바라볼 때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 그 사람은 사교적인 사람이다.
- 그 사람은 수용적인 사람이다.
- 그 사람은 섬세한 사람이다.
- 그 사람은 주도적인 사람이다.
그 사람이란 사실상 ‘나’지요. 자신을 타인화 해서 바라본다면 좀 더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사람은 ‘수용적인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수용적인 사람은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에 해당됩니다. 게다가 부탁도 대부분 거절하지 않으며, 타인의 어려움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느끼고, 가능하면 도와주려는 마음이 빨리 드는 편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줄 뿐만 아니라, 거절하지 않고 잘 도와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사람을 좀 더 쉽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내가 부탁하면 당연히 들어줄 사람’이라는 심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수용적인 사람들이 약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수용적인 사람들이 편하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부탁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돈 빌려 달라는 부탁, 심지어 자신의 속 끓는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부탁. 심한 경우 이런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털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고스란히 받음으로 털어놓은 사람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공감피로란 심리적 피곤감에 빠져 마음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공감피로란 타인의 고통이나 문제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가 소모되고, 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자칫하면 타인의 고통에 매우 동화되어 심리적 외상을 겪게 되는 대리외상증후군 또는 간접 외상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수용성이 높은 사람들은 내향성향과 정서성향이 모두 높은 사람들의 특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 자신이 거절을 잘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힘들더라도 남의 부정적인 감정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편하고 좋은 사람’을 넘어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 보고 쉽게 대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상대방의 요청이나 연락을 받을 때 자신의 마음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적절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타인에게 호구 잡힌 사람
‘호구잡혔다’는 말이 있습니다. ‘호구잡혔다’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며 서로 혼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첫째는 ‘약점 잡혔다’입니다. 상대방이 나의 약점을 잘 알면 그 약점을 이용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 둘째는 ‘어리석어서 잘 속는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니 잘 이용 당할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과 ‘호구잡힌 사람’은 비슷한 개념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부탁이나 의견에 쉽게 수긍하며, 자신의 영역이나 자존심이 침범당해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넘어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 호구잡힌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과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상대방에게 이용 당하거나 비웃음을 받아도 반박하지 못하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변명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은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려고 하고, 호구잡힌 사람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려고 합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고, 호구잡힌 사람은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낮추고, 호구잡힌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잃습니다.
-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되거나 이용 당할 수 있고, 호구잡힌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하거나 무시 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호구잡힌 사람은 ‘먼저 내가 무슨 약점이 있거나 어떤 점에서 어리석은지’를 먼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찾아내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니면 계속 타인에게 이용을 당하며 스스로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3. 심리적 취약성이 있는 사람
‘심리도식치료’란 심리상담분야를 만든 제프리 영은 인간의 심리적 문제 중 ‘오래 전에 특정사건들로 인해 어떠한 부적응적인 심리가 발생하였고 이것이 특정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18가지 심리패턴(심리도식)으로 구분하였습니다.
18가지 심리패턴 중 어느 것들이 자주 발생하는 사람들은 자칫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기/불안정 패턴이 있는 사람은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타인이 나를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 이런 심리패턴을 가진 사람은 심리상담사가 자신을 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 또한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을 때는 매우 큰 상처가 되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 그래서 이들 중에는 ‘타인에게 과잉적으로 잘해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 또한 ‘사람들의 눈치’를 잘 보게 되지요. 당연히 타인들은 이런 사람을 ‘만만해 보이는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또한 학대/불신 패턴을 가진 사람일 경우,
- 사람들이 자신을 학대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타인을 믿지 못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 이러한 분들 중에서는 일단 사람들에게 맞춰 주려고 합니다.
- 예를 들어, 식당에 가면 식사비를 자신이 내려고 합니다. 자신이 내야 마음이 편한 것이지요. 그래야 자신이 학대받지 않을 것이란 무의식적 심리 때문입니다.
- 그런데 사람들은 원래 돈 잘 내는 사람 등으로 오해합니다. 저 사람이 돈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점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결함/수치심 패턴, 의존/무능감 패턴, 복종패턴, 실패패턴을 가진 사람들도 위의 사항이 같이 자신이 결함이 있으므로, 타인에게 의존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움츠리고 복종하려고, 자신은 실패할 수 밖에 없기에 마치 ‘호구잡힌 사람’처럼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취약성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타인의 부탁이나 의견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쉽게 수긍하려 함
-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려고 함
-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가지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인정하려 함
- 자신의 영역이나 자존심이 침범 당해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넘어감
- 자신의 능력이나 장점을 낮추고 자기 비하를 잘 함
이러한 심리적 취약성이 있는 사람은 그 취약성이 단기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됨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분들은 대개 내면의 힘이 약해 자존감이 낮으며, 특정 상황에서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무엇보다 심리치료가 필요할 것입니다.
4. 정리 및 소감
앞에서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기질적으로 수용성이 높은 사람’, ‘약점이 많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 ‘심리적으로 취약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수용성이 높은 사람들 중에는 이를 극복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였다가 이를 물리친 사람이지요. 세 유형 중 가장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적 자기이해’ 효과가 매우 빠른 편입니다.
또한 약점과 어리석음을 극복한 사람들도 있지요.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등과 심리적인 측면에서 특정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노력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가장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가장 잘 이용당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러한 분들을 보았을 때, 이 분들은 뭔가 미궁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못 빠져 나오는 것이지요.
이러한 분들은 철저히 심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한때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새로운 문제가 야기되고 심리적으로 더욱 악화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
일단 심리적으로 한 두 수 접히고 들어가는 것이지요. 또한 경우에 따라 단기간에 해결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구잡혔다’ 라는 말과 같이 호랑이 입에 자신을 갖다 바칠 수는 없겠지요.
반대로 사람들에게 괜히 만만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균형잡히면서 견고한 심리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 방법을 잘 찾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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