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천상병의 귀천이란 유명한 시가 있습니다.
그는 시의 마지막 문장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며 이 세상 살다간 마지막 소회를 밝히고 있지요.
또한 그의 시는 우리에게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 하네요.
그럼 먼저 ‘귀천’이란 시의 전문을 살펴보겠습니다.
1.시인 천상병의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2. 후회 없는 삶이란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참 아련하면서도 아름다운 마무리인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저도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종결시킬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곤 했지요.
그런데, 이와 같이 말할 수 있었던 천상병 시인은 그의 인생이 과연 ‘후회없는 삶이었을까, 만족한 삶이었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후회없다.
만족한다.
그 의미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깊게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만큼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종결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먼저 ‘후회없는 삶’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회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전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한탄하거나 뉘우치는 행위’를 말합니다.예를 들면,
그 사람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이 사람을 선택했기에 지금은 후회가 돼.
그 때 어렵더라도 그것을 선택해야 했었는데, 누구 말을 듣고 그렇지 않았던 것이 후회돼.
후회의 요건에는 선택과 그에 따른 행동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2개 이상의 것을 서로 비교하는 것이 전제가 될 것입니다.
앞의 예의 경우,
그 사람과 이 사람,
그것을 선택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후회란 서로 비교함으로서 자신이 좋지 못한 것을 선택하고 행동했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불쾌한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비교는 비교대상들인 좀더 객관적일 때 가능합니다.
객관적이란 주로 객체와 관련될 수 있습니다.
크다, 작다
싸다, 비싸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많다
는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이지요.
그런데 다음과 같은 비교의 내용들도 있을 것입니다.
– 평수가 적고 값이 비싼 서울 중심가 주택 vs 평수가 넓고 값이 싼 바닷가가 보이는 전원주택
–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지만 매우 바쁘고 쉴 틈이 없는 삶 vs 남들이 알아주는 위치는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삶
만약 위의 두 가지 내용 중 자신의 선택이 ‘후회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은 위의 비교들 중 나름 객관적으로 따져 더 좋은 선택을 했다는 뜻이 됩니다.
3. 만족한 삶이란
그렇다면 만족한 삶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먼저 만족이란 의미를 살펴보면,
‘마음에 모자람이 없이 흐믓해지는 것’으로서 느낌이나 그러한 상태와 관계 깊습니다.
이 말은 ‘내 마음’을 중심으로 그러한 느낌이
흐믓함, 흡족함, 행복함이 가득 차는 것으로 보다 주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상황을 볼 때에는 부족하고 어려울 것 같은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대단히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만족감은 낮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자기 집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 만족감이 높을 수 있는가 하면,
반대로 궁궐같은 집에서 풍족하게 보내는 사람이 만족감이 낮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만족한다’를 ‘행복하다’란 말과 동의어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웠다’.
그가 인생을 ‘비교’를 기준으로 살아왔다면, 더 좋을 것을 계속 얻어내려고 애를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후회 없다’란 의미로 ‘아름다웠다’라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비교’가 아닌 자신의 ‘내면’을 기준으로 했다면,
그 삶 속에서 오고 가는 많은 그 무엇들을 통해 행복함을 느꼈을 것이며 그로 인해 그는 ‘아름다웠다’라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또한, 두 단어를 감정과 연결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후회’란 행위는 슬픔과 좀더 관련됩니다.
후회스로울수록 우리의 마음은 이미 잃어버렸던 상실의 아픔을 느끼는 것이지요.
그런데 ‘후회없다’란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슬픔을 느낄 필요가 없다’가 될 것입니다.
반면에, ‘만족’이란 기쁨이란 감정과 관련됩니다.
‘만족한다’란 ‘내 안에 기쁨이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가 됩니다.
4. 정리 및 소감
현재 많은 경우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오해하는 것이지요.
인생이란 누구도 후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비교한다면 항상 더 나은 것이 존재하기 나름이지요.
그러하기에 ‘후회없다’란 인간에게는 애초에 불가능한 문장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족하다’, ‘행복하다’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실제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은 후회와 만족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외부적인 조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만의 가치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바로 천상병 시인처럼 말입니다.
오늘도 저희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핑백: 시인 천상병의 시(2)_두 편의 장마, 그는 무엇을 갈망하며 살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