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이애경의 다섯 번째 선물, 의사소통유형입니다. 특히 사례를 들었던 윤여정님의 의사소통유형과 이애경님이 왜 윤정님에게 마음이 갔는지를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애경의 의사소통유형
“브래드 피트씨, 드디어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에 계셨나요?”
한국영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거머쥔 영화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 제작사 설립자’이자 ‘호명자’로 나선 브래드 피트를, 유머로 웃기면서 수상 소감을 시작하여 마치기까지 전 세계를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어 화제가 되었지요.
다른 후보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각자 다른 역할을 각기 다른 영화에서 해냈습니다.
오늘 밤 제가 운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 ‘더 파더’ 올리비아 콜먼,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스, ‘맹크’ 어맨다 사이프리드와 경합을 벌였는데요, 이런 감동의 멘트를 노배우가 하니 더욱 진한 감동이 밀려 글썽이며 눈물을 짓는 배우들의 표정들이 카메라에 잡혔네요.
“처해 있는 삶의 현장이 어떠하든지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해냈습니다.”라고, 우리에게도 최선을 다해 애쓰고 수고하였다고 지지해주는 것만 같아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외에도 수상소감 전문이 모두 보석같은 문장으로 다가와 재치와 센스, 따뜻한 배려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CNN방송의 수상소감 편집에서 “Steals the show.”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시상식의 쇼스틸러 (show stealer)가 되었네요. 또한 여성전문잡지인 Instyle 에서도 윤여정을 ‘피트를 놀린 뒤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소개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어떻게 50년 동안 배우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자,
사실 주위 분들이 자신의 허스키한 목소리 관련, ‘너가 배우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녀에겐 목소리가 배우의 삶에서 열등감으로 작용했다는 뜻이지요.
그녀는 자신의 이런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배우생활을 했던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두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마음이 절실해져 좋은 영화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는데, 그녀의 힘겨운 삶의 무게가 묻어나는 깊은 감동이 담담하게 전해졌습니다.
‘나이에 맞게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연기를 하자’
는 소신을 갖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미래에 대해 어떠한 모습으로 살면 좋을지 생각하게 하였지요. 참으로 인생의 선배로서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노배우 윤여정은 모국어인 한국어도 아닌 영어로 어떻게 이렇게 전 세계를 재치 넘치는 당당함, 그리고 웃음과 눈물로 긴 감동의 여운을 선사할 수 있었던 걸까요?
윤여정 배우의 의사소통 방식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의사소통이란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의미를 전달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내적·외적 반응 방식’을 뜻합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기를 보호하며 생존하기 위해 대처하는 생존태도(survival stances)를 보이는데, 심리학자 사티어(Satir)는 긴장을 처리하는 몇 가지 공통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는 회유형으로서,
매우 순종적이고 자아개념이 약하여 자신을 무시한 채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추며 살아갑니다.
둘째는 비난형으로서,
다혈질로 고집이 세어 상대방을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안 되면 화부터 내는 방식, 그러나 내적으로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실패자라고 자책합니다.
셋째는 초이성형으로서,
냉정하고 차가우며 완벽성을 추구하는 반면, 강박적이고 집착을 하며 공감이 부족합니다.
네 번째는 산만형으로서,
타인의 인정에 급급하여 대화의 내용에 초점이 없고 긴장 상황에서는 거의 농담으로 일관해버리는 유형입니다.
다섯째는 일치형으로서,
의사소통의 내용과 감정, 의도가 일치하며 전달내용이 솔직하고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을 말합니다.
배우 윤여정님은 일치형으로서,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자신의 소감을 재치와 당당함으로 이야기하는 배우 윤여정님에겐 긴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면에 감추어져 있었던 열등감이 50년이라는 긴 세월의 풍파 속에서 맡은 바 역할을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하도록 하는 촉매역할을 하였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등감이 오히려 그가 말한 최고가 아닌 최중의 배우가 되도록 승화시키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윤여정님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존중하며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느새 자기를 존중하게 되는 자아존중감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시상식 명대사는 물론, 언어와 비언어 메시지가 일치하는 건강한 의사소통을 멋지게 전 세계를 향하여 펼쳤던 것이지요.
“나의 의사소통 방식은 어떤 의사소통 유형일까요?”
이애경님의 글을 읽고 나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사티어의 5가지 의사소통 유형 중 ‘이애경님은 어떤 소통유형이었을까?’였습니다.
연애기간 동안과 결혼 초기를 돌이켜보면, 그녀가 저와 대화할 때의 방식은 일치형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타인에게 따스한 시선을 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하려는 모습, 쉽게 말하지 않고 좀 더 신중한 방식이지만 좀 더 자유스러운 모습으로 저에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분명 ‘일치형’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타인들과의 대화방식은 저와의 대화방식과는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그녀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쉽게 부탁하며, 당연히 들어줄 것이란 전제 하에 이야기를 꺼내는 경향들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것은 ‘브래드 피트에게 농담을 하는 윤여정님의 일치형’과는 자못 달랐다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애경님의 외형은 아담하고 참하게 생겼으며, 그녀의 기질도 수용성이 매우 높았기에 그러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당하는 ‘만만한 사람‘으로 읽힌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또한 이러한 수용성이 오용되므로 타인에게 맞추어 주려는 ‘회유형’으로 보였던 것은 만만해 보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심리인 ‘사람들에게 맞추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란 ‘심리적 두려움’이 내면에 있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그런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저희 부부가 저의 모교회에 20여년 만에 다시 돌아가 몇 년간 그곳에 다녔을 때였습니다. 특히 20여 년 전의 이애경님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이 그녀를 다시 보자마자 보였던 반응이었지요. 매우 반갑게 다가와서 매우 살갑게 대하면서 이전과 같이 너무 편하게 대하려는 모습을 가지다가 금방 대하는 태도를 조심스레 변화시키더군요. 마치 이젠 막 대해선 안 될 것 같은 사람.
저는 그러한 변화를 바로 이애경님의 내면의 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티어의 일치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거기엔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도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무례한 요구엔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힘도 있어야 하며, 타인의 시선에 이리저리 휘둘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자신의 내면에 타인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제 마음엔 박수를 쳤었지요. 이전엔 그들의 부탁을 받았다면 어찌했던 들어주었던 만만한 사람에서 이젠 ‘아니면 아니다’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며 당당한 모습과 심리적 여유를 가지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니 정말 박수 받을 만한 것이지요.
그러하기에 이 글에서 보듯이 이애경님이 윤여정님에게 더욱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윤여정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