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힐링타임

이애경의 선물25: 시 이별 연습

이 글은 이애경님의 25번째 선물, 시 ‘이별 연습’입니다. 이애경님은 이 시와 글에서 무엇과의 이별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아마도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이별 연습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를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애경의 다시 가을 오면

이애경의 이별 연습

손을 펴보아요
미움이 떠나갈 수 있도록

한 번 더 용기 내어
손을 펴보아요
슬픔이 날아갈 수 있도록

이별 연습하니
나도 조금씩
가벼워집니다.   

 다 용서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아직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미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미움이 여전히 내 몸을 무겁게 하고 있음을 느끼며 미움이 떠나가고,
슬픔도 훠얼훨 날아갈 수 있도록 움켜 쥔 손을 펴 보는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기적같이 남은 날 누군가에게는 그리도 바라던 ‘오늘’, 나는 다시 손을 펴고 가벼워지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이별연습

 

이애경님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왠지 제 마음엔 ‘아, 이를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란 탄성과 함께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움켜쥔 손을 폄으로서 자신의 마음 속에 아직 남아 있던 미움이 떠나가고, 한 번 더 폄으로서 슬픔이 날아가고…. 이애경님은 이것을 ‘이별 연습’이라고 칭하였고 그렇게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했습니다.

살아오면서 우리들의 마음 속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게 되고, 그 감정들이 빠져나갈 출구가 없어 우리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 그것들이 깊숙이 숨겨져 있지요. 심리 용어로서는 이를 ‘내면화’ 혹은 ‘내재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의 어떤 자극에 의해 나는 또 앞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이를 또 배출시키지 못하고 쌓아두게 됩니다. 이렇게 쌓고 쌓은 감정덩어리들이 너무 많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이를 내 마음에 담아둘 수 없게 되기에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폭발하듯이 쏟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스탬프를 찍는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면 그때마다 조그마한 카드의 칸에 스탬프를 찍어주지요. 그러다 그 카드에 스탬프를 모두 채우면 무료로 줍니다. 감정 역시 한 차례 두 차례 참을 때마다 스탬프를 찍고 찍다가 더 이상 칸이 없게 되면 더 이상 감정을 담아 두지 못하고 폭발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애경님은 움켜쥐었던 손바닥을 이제 활짝 펴니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를 떠나가고 날아간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스탬프 찍듯이 마음에 쌓일 필요가 없고 또한 이전에 쌓였던 것들도 점차 나를 떠나가니 내 마음은 이제 좀 더 숨 쉴 틈이 생기며 새로운 마음의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메시지이지요.

그런데 무조건 손바닥을 활짝 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손바닥 한 번 피면서 ‘미움아 나에게서 떠나가라’ 또 손바닥 한 번 피면서 ‘슬픔아 나로부터 사라져라’라고 해서 그것들이 무조건 나를 떠나고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떠나보내지도 사라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에 담아두기도 하고 쌓아두기도 하며 잊으려고 애쓰기도 하며 때론 이것을 외면하려고 다른 일에 몰두하기도 하며, 술에 취해보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거나 자신의 몸을 혹사하기도 해봅니다. 때론 이런 방법들로 카타르시스가 일어나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느낄 때도 있지만 솔직히 그건 그 때 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모두가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애경님은 이 시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요?

이애경님은 이와 관련 글에서 중요한 단서를 남겨두었군요. 그녀의 글을 보면 다 용서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아직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미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바로 ‘아직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미움을 발견하게 되었다’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내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나의 감정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애경님은 이와 같은 작업을 먼저 수행했다는 뜻이 됩니다.

심리상담을 할 때에 내담자들은 자신이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잘 찾아냅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 차이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려고 노력을 하는가, 안 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상담실에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자의 질문에 의해 어떠한 상황에서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이지요.

이애경님은 이러한 일을 매일 하는 분이었고 그러하기에 자신의 감정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찾는 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미움’이란 감정과 ‘슬픔’이었으며, 이러한 감정들이 자신을 여전히 힘들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찾았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왜 나는 미움을 여전히 느끼고 있을까?’

‘왜 나는 슬픔을 여전히 느끼고 있을까?’

이 질문엔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용서하기로 마음을 먹었음에도 ‘그 사람에게 밉다는 마음이 이상하게 계속 들어서’라고 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의식’‘용서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미워하는 무언가가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더 해 볼 수 있습니다. ‘왜 나는 그에게 그러한 미운 감정이 계속 드는 거지?’라고 질문해 본다면 본질적으로 자신의 심리에 그 사람을 거부하려는 마음이 숨겨져 있음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경우엔 이제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미 용서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변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를 미워하는 나의 마음이 변하지 않은 것은 나의 문제에 해당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문제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어느 부분과 관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애경님은 이러한 과정에서 미움이나 슬픔이란 감정을 자신이 여전히 붙잡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젠 이 감정들이 나에게 있어선 안 되는 감정임을 이해하고 이 감정들을 떠나보내는 세리모니를 하며 자신을 토닥토닥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며 이 감정들을 떠나보내는 의식이 ‘이별 연습’이며 그 방식은 자신의 손바닥을 활짝 펴며 자신을 옮아 매었던 감정들을 떠나 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과정을 밟은 이별 연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애경님은 이 시와 글을 통해, 우리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감정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떠나게 하는 감정 치유의 방식인 ‘이별 연습’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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