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나온 동백의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란 독백을 살펴본 내용입니다.
동백의 심리에 대해서는 동백의 독백 ‘사랑받지 못한 사람한테는 못난 버릇이 있다’ 란 제목으로 분석한 글이 있습니다. 이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1. 자기 삶에 일어난 기적에 대한 독백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계속 올라온다.
발 밑에 움켜질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 밑이 단단해지다니…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엄마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자랐다가, 청년이 되어선 남자 친구의 애매한 태도에 태아를 가진 채 지레 이별을 통보하고 잠적했었으며, 낯선 동네에선 술집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동백이란 여자의 독백입니다.
그랬던 그녀는 이제 마음의 힘이 생겨서 자신에게 덮칠 듯한 인생의 파도들을 혼자 이겨나갈 정도가 되었지요.
버림받음에 대해, 고아였다는 것에 대해, 자신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다고, 지레 먼저 도망갔었던 그녀가 이와 같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녀는 이 대답으로 “이제 내 옆에 사람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 밑이 단단해지다니…”라고 했으며,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음을 반어법으로 대답하고 있습니다.
2.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어간 과정
처음부터 기적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그 동네에 자리매김을 하였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버틸지 그게 더 궁금했었지요.
그나마 그 지역 회장으로 있었던 분이 자신의 막내아들도 남편이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라야 했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동백의 딱한 사정을 공감하고 드센 사람들로부터 보호해주어 그곳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요.
그런데 그녀에게 기적이 찾아온 것은 회장님의 아들 용식이 서울에 있는 경찰서에서 사고쳐서 좌천되여 그 동네 파출소로 오게 되면서부터였지요.
용식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처음엔 고급져 보이는 외모와 분위기 때문에 반했지만, 점차 그녀가 삶을 대하는 일관적인 자세 등에 매료되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자식이 있다는 것에 고민이 있었지만 그 허들조차 어렵지 않게 넘어섰습니다.
그녀는 자신보다 어리고 순박한 이 청년을 계속해서 밀어냈지만 마음 한 켠엔 예의 바르면서도 자신을 향해 지속적으로 마음을 드러내며, 온몸으로 열정적으로 자신을 도우며 그 마음을 보여주는 그가 좋았습니다. 아닌 척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지요.
물론 고비도 있었습니다. 특히 회장님. 딸같이 대해주었던 회장님도 자기 막내아들과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땐 불편해 했지요. 좋지 않은 사건이 생겼을 때는 동백에게 “제발 아들과 사귀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했으니까요.
또한, 아들까지 엄마가 자신을 버려두고 결혼하려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동백은 주저앉으려 했지만 그 남자만은 달랐습니다.
그런 그 남자의 사랑, 그녀를 지속적으로 추앙하는 마음이 그녀의 마음에 흙이 내리고 씨앗이 내리고 뿌리가 내리는 작업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인정하고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감싸주고 도와주면서 그녀는 온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꺾이지 않고 일관되게 상대를 높이고 우러러 사랑하는 마음, 이것을 우리는 추앙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추앙이 기적을 부른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3. 만약 동백이 강해짐을 통해 기적을 추구했다면
버림받거나, 사람들에게 떠밀리거나 무시 당하거나, 세상을 강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등의 상황에 놓일 때 사람들은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더 어려움에 빠질 수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린 것이지요.
타인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심리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강한 모습의 심리가 형성되는,
첫 번째 모습은 부모 등 타인에게 ‘강해져라’란 메시지를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입니다.
‘세상에서 살아나려면 남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야 돼.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센 척 할 수 있어야 해’와 같은 메시지를 자신의 무의식에 담았을 때 그러한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센 척’하는 충동에 빠져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은 많은 경우 내면에선 불안 혹은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론 자신은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결코 자신의 주어진 상황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 속에 있지만 타인에겐 이를 내색하지 않고 강한 척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경우는 자신의 생존 등을 위해서 강해져야 함을 느끼고 살기 위해서 강해진 것입니다.
이는 마치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나는 강해져야 해. 나에게 덤비는 것들을 모두 꺾어버려야 해’와 같이 자기암시의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주어 죽기살기 식으로 강함을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엔 누구도 나를 돕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기반으로 하며, 그러한 심리상태에서 세상에서 살아나는 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핍이 만들어낸 강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결핍된 강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물질 혹은 권력 측면 등으로 타인이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강함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결핍에 대한 과잉보상으로 강함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 강함이 자신의 본질적인 결핍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내면은 외롭고 공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강하지만 결핍된 마음은 온전히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백의 경우, 타인의 목소리에 의한 강함보다는 자신이 절박하기에 두 번째의 강함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백은 주로 도피를 택하였기에 결핍된 강함을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어쩌면 용식의 마음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심리를 가진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이 약해 보인다는 심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결핍을 들키는 것이 싫었을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무슨 이유를 만들어서 상대를 걷어차거나 아니면 상대를 지배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4. 동백이 이룬 기적의 방법은
인간의 심리는 인위적으로 강하게 함으로 강해지기 보다는
건강해짐으로 강해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심리가 건강해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타인의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받는 것이며 이를 통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 무조건적이면서 긍정적인 애정과 보살핌을 받음으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기고 그 안정감이 내재화 됨으로 심리적으로 건강함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타인에게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주기 시작함으로서 타인과의 관계가 더욱 건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하지요.
동백의 경우, 어려서 받아야 할 인정자극을 받지 못함으로 결국 결핍이 생긴 것인데, 이제 나이 들어 용식의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인정자극, 즉 그의 추앙을 받음으로 결핍이 채워짐으로 건강해졌으며, 이를 통해 그녀의 기적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타인에게 주는 긍정자극은 오히려 더 많았었습니다. 기질 자체도 타인을 보듬는 기질을 타고 났지만, 자신이 버림받는 사람을 돌보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러한 심리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타인을 버리면 자신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강했으니까요.
이러한 불완전한 심리 속에 점차 안정감이 채워짐으로 타인에게 인정자극을 주는 것도 더욱 자연스럽고 건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동백의 기적은 알고 보면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인정자극을 받음으로 생겨난 내면의 반응으로 생겨난 것이지요.
5. 정리 및 소감
인간은 근본적으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바로 혼자 살아가기 위해 심리적으로 강해질 수는 있어도 건강해지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간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주고 받음으로서,
그 내면에 안정감이 채워지면서 평소에는 좀 더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상황이나 사람들에 의해 공격을 받을 때에는 그 건강한 심리가 굳건해짐으로 흔들리지 않고
그 상황이나 사람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개인도,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도 모두 건강하면서 가장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당연히 그래야만 하며, 그것이 기적으로 보이지 않는 당연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군요.
그런 기적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이 공동체에 있거나 들어오려 할 때에 이들에게 무조건적이면서 긍정적인 인정자극, 즉 애정의 마음을 실제로 표현하며 함께 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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