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제가 대학을 다닐 때에 학교 게시판에 꽤 많은 연극 홍보용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꽤 유명한 연극영화과가 있는 대학에 다녔기에 이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연극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특전들이 있었지요.
대학 다니면서 제법 그들의 작품들을 본 것 같은데, 40년이 지난 지금 머리 속에 도장 찍은 연극의 제목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였습니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원 제목은 ‘A Streetcar Named Desire’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뉴올리언스의 끈적하고 지저분한 항구도시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도착한
블랑쉬 드부아는 몰락한 상류층 여성으로,
여동생 스텔라의 좁고 허름한 아파트를 찾아와 함께 살게 됩니다.스텔라의 남편 스탠리는 거친 성격의 소유자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환상을 쫓는 블랑쉬를 참을 수 없습니다.블랑쉬는 겉모습은 정숙하고 고고하지만,
사회에서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였으며,
그녀의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은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됩니다.이 연극은
인간의 욕망, 불안, 폭력성, 가식, 현실도피, 우울증, 삐뚤어진 성적 욕구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작품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연극의 제목이 생각난 이유는 바로 ‘욕망’, 영어로 ‘Desire’라는 것 때문입니다.
Desire라는 영어단어는 ‘무언가를 실제적으로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연극에서는 부정적인 뜻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 단어 ‘욕망’은 욕구, 욕심, 탐욕이라는 단어들과 서로 잘 정리되어 있어야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때에 그 무언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잘 가야 할 인생의 푯대를 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2. 욕구, 욕망, 욕심, 탐욕의 의미들
각 단어의 의미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욕구(欲求/慾求, Need)
본능적ㆍ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ㆍ심리적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이 기본적으로 필요해서 채워 주기 바라는 기본적인 것들을 말합니다.
욕구를 영어로는 Need로 표기합니다. 그런데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결핍’이라고 하지요.
결핍도 영어로 ‘Need’라고 합니다.
인간의 심리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 인한 결핍이 심리적 문제들을 야기시키기도 하므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5단계 욕구이론을 만들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생리적 욕구: 음식, 물, 쉼 등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채우길 바라는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안전한 환경, 건강, 재산의 보호 등을 채우길 바라는 욕구
3단계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소속됨과 애정을 받기를 원하는 욕구
4단계 존경 욕구: 타인이나 사회에서 존중받고 존경받기를 원하는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
매슬로우는 인간은 1단계부터 그 욕구를 어느 정도 채울 때 다음 단계의 욕구를 바라보고 채워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2) 욕망(欲望/慾望, Desire)
이 단어는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크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을 살펴보면,
- 欲(하고자 할 욕) 望(바라다 망): 무엇을 하거나 가지고자 하는 바람.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 마음. 부족(不足)을 느끼어 이를 채우려고 바라는 마음- 慾(탐내다 욕) 望(바라다 망): 무엇을 하거나 가지고자 함
어느 분들은 욕망을 욕구 등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위적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말하는 것은 2번의 慾望에 해당되지요.
그런데 ‘나는 욕망이 크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때의 욕망은 1번의 欲望으로서 행위가 아니라 마음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욕망’이란 뜻은 무언가를 채우고자 하는 마음 혹은 행위와 관련되는 것으로,
채우고자 하는 대상이나 그 크기를 한정 짓지 않습니다.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나 행위도,
욕구 이상의 것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나 행위도
그것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2002년 당시 국가대표감독이었던 히딩크의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가
이것을 표현한 대표적인 명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욕망은 적절한 수준과 끝없는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욕심(欲心, Greed)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욕망 중 적절한 욕망이 아닌 그것을 초과하는 욕망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는 Greed로 표기하지요.
‘욕심쟁이’ 등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데,
간혹 ‘나는 욕심이 크다’라고 표현하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 이 분의 표현은 히딩크의 말과 같은 의미로 보이는데 표현 자체는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4) 탐욕(貪慾, Greed)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으로, 종종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욕구입니다.
- 쉽게 말해
- 욕심(Greed)은 욕구(Need)보다 ‘더, 더’ 즉 ‘Give me more more’라면,
- 탐욕은 ‘훨씬 더’, 즉 ‘Give me much more’가 되는 것이지요.
종교에서 탐욕은 죄로 여깁니다.
아마도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타인의 것을 어떤 식으로든 빼앗아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사회적 불평등이 생기는 것도
탐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의 주인공의 심리
이 연극드라마의 블랑쉬 드부아의 이야기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의 복잡한 양상들을 잘 보여주지요.
그녀는,
기본적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는 마음에서
점점 그 욕망이 커짐으로 ‘더 더’라는 욕심으로,
더 나아가 탐욕의 지배를 받게 됨으로
그녀의 끝없는 욕망의 마음과 행동은 결국 파멸의 길로 감을
보여 주는 것이지요.
블랑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심리적 수준을 어디에 맞추느냐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욕구에 맞추느냐, 아니면 욕심, 아니면 탐욕에 맞추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태도가 전혀 달라지겠지요.
4. 정리 및 소감
심리상담을 할 때 60세에 가까웠던 어느 분이 자신이 원하는 재산이 500억원이라고 하더군요.
그 재산이면 1년에 5억씩 써도 100년은 가히 쓸 수 있을 텐데요. 사실상 다 못쓰고 죽는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때부터 500억원을 모으겠다고 하는 것은 과연 욕구일지 욕심일지 아니면 탐욕일지 그 자신이 스스로 가늠해 보아야 할 문제로 보이더군요.
인생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시간이 되든 가족이 되든 건강이 되든 말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데,
치루어야 할 대가가 파괴적이고 전혀 복구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연 그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미련한 것이지도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먹고 사는 수준만 있으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간의 욕구 단계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는,
그 욕구가 이 세상에 대하여 어떤 가치를 가지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내가 좀 더 돈이 있더라면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의미 있게 살텐데란 자아실현욕구의 결핍을 느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보다도 더 그러한 고민에 빠져 있는 분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서로의 욕망을 공유하고 서로 돕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욕구, 욕망, 욕심, 탐욕.
이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또한 이것에 대해 자신은 어떠한 자세와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숙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것이 잘못된 경우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에 휘둘릴 가능성 역시 높겠지요.
오늘도 저희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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