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족장시대인 창세기 31-33장의 ‘야곱의 훈련소_ 억울함 속에서 다듬어지다‘를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창세기 31-33장의 ‘야곱, 하나님 앞에 서다_ 믿음의 첫출발’란 주제로 성경을 공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말씀 속에서 깊은 은혜의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 족장 시대: 창세기 12-50장
11. 야곱, 하나님 앞에 서다_ 믿음의 첫출발(창 31–33장)
(1) 본문 줄거리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억울함을 겪고,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단한다. 라헬이 몰래 집안 우상을 가져가고, 라반은 이를 빌미로 추격하지만, 하나님이 개입하심으로 ‘미스바’ 언약을 맺고 갈등은 멈춘다.
귀향길에 그는 형 에서가 400명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가족과 재산을 나누고 선물을 준비하며 대비하지만, 무엇보다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 정직한 기도를 드리고, 그 밤 홀로 남아 하나님과 씨름한 끝에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다음 날, 그는 에서 앞에 일곱 번 몸을 굽히고, 에서는 달려와 야곱을 끌어안으며 둘은 화해의 눈물을 나눈다. 야곱은 형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노라 고백한다. 그 후 세겜에 도착한 야곱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제단을 쌓는다.
이 본문은 억울함과 두려움을 지나 하나님과의 씨름 속에 존재가 새롭게 되고, 화해와 예배로 나아가는 믿음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2) 주요 등장인물
① 야곱: 얻어진 복보다 하나님과의 씨름을 통해 존재가 새로워진 인물.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고, 계산이 아닌 기도와 화해로 나아간 전환의 사람이 된다.
② 라반: 이익 중심으로 야곱을 추격했지만, 하나님의 개입으로 해치지 못하고 미스바 언약으로 물러난 인물. 은혜 앞에 현실적 욕망이 제어되는 모습을 보인다.
③ 에서: 상처를 품은 형 에서는 많은 사람을 이끌고 나왔지만, 야곱을 끌어안고 함께 눈물 흘리며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인다. 그의 태도는 감정과 권력의 우위 사이에서 복잡하게 흔들리던 마음이 결국 포용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④ 라헬과 레아: 불완전한 모습 속에서도 하나님의 인도에 동참하며 가정을 위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은 여인들. ‘같이 떠나는 자’로서 신앙 여정에 함께 선다.
⑤ 하나님: 야곱의 인생 전체에 걸쳐 억울함과 두려움, 만남과 화해의 순간마다 개입하시는 분. 특히 씨름을 통해 존재의 전환을 이끄신 언약의 주로 나타나신다.
(3) 주요 사건 및 내용
1_ 억울한 자의 떠남 — 하나님이 일하실 때는 사람이 말하지 않는다(창세기 31장)
1) 떠날 때를 알리는 하나님의 지시 (31:1–3)
- 라반의 아들들이 야곱의 성공을 시기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 야곱은 라반의 태도도 차가워졌음을 느끼고 마음에 위축된다.
- 그때 하나님은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하시며, 말이 아닌 ‘움직일 때’임을 분명히 알리신다.
2)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다 — 라헬과 레아의 반응 (31:4–16)
- 야곱은 두 아내를 따로 불러 지난 억울한 시간과 하나님의 도우심을 설명한다.
- 라헬과 레아는 아버지의 처사를 기꺼이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따르자”는 말로 가정 안의 믿음의 연대를 형성한다.
- 한 가정이 하나님 중심의 새로운 길을 함께 결단하는 장면이다.
3) 야반도주와 라헬의 우상 절도 (31:17–21)
- 야곱은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조용히 가나안을 향해 떠난다.
- 그러나 라헬은 아버지 집의 드라빔(우상)을 몰래 훔쳐 오고, 이는 떠나는 걸음을 단순한 자유가 아닌, 미완의 긴장 속에 두는 요소가 된다.
-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나아가지만, 가정 내 정리는 아직 미완인 채로의 출발이다.
4) 라반의 추격과 하나님의 개입 (31:22–30)
- 라반은 도주 사실을 알고 격분하여 추격하고, 충돌 직전까지 긴장이 고조되지만,
- 하나님은 꿈에 나타나 “야곱에게 선악 간에 말하지 말라” 경고하시며 직접 상황에 개입하신다.
- 야곱의 억울함은 자기 해명이 아닌 하나님의 손으로 보호된다.
5) 서로의 경계선 만들기 — 미스바 언약 (31:31–55)
- 라반은 우상을 찾으나 라헬의 기지로 끝내 찾지 못하고, 야곱은 조심스럽게 억울함을 토로한다.
- 결국 두 사람은 ‘미스바 언약’이라는 서로 해치지 않기로 하는 하나님 앞의 경계 선언으로 갈등을 마무리한다.
- 이는 가족 안의 긴장이 파괴가 아닌 ‘믿음의 질서’로 정돈되는 첫 걸음이 된다.
2_ 씨름했으나 아직은 불완전한 믿음 — 변화는 밤에 시작되지만, 아침에 증명된다(창세기 32장)
1) 두려움 앞에서 시작된 전략과 기도 (32:1–21)
- 하나님의 사자들이 야곱을 영접하며 보호의 신호를 보내지만, 그는 형 에서가 400명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에 크게 두려워진다.
- 그는 재산과 가족을 나누고, 선물을 준비하며 인간적인 계산과 대비에 몰두한다. 동시에, 처음으로 하나님 앞에 정직하고 길게 기도하며 간구한다.
- 믿음과 불안, 전략과 기도가 공존하는 야곱의 복합적 심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2) 밤의 씨름 — 축복이 아니라 정체성을 구하다 (32:22–32)
- 야곱은 가족을 먼저 보내고 홀로 남는다. 그 밤, 정체 불명의 인물과 씨름하며 밤을 지새운다. 이는 단순한 육체적 다툼이 아닌, 자신의 존재 전체로 하나님을 붙드는 밤의 갈등이다.
- 그는 상대의 이름을 묻지만 듣지 못하고, 대신 “이스라엘(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 그러나 다리를 절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 여전히 형 앞에 나아가는 걸음은 불완전한 채로 시작된다.
3_ 회복은 완성이 아닌 시작 — 하나님의 얼굴을 본 고백, 그러나 여전히 따로 걷는 여정(창세기 33장)
1) 화해의 품 — 야곱의 절과 에서의 포옹 (33:1–7)
- 야곱은 여전히 두려움과 계산 속에 가족을 앞세워 배치하고, 자신은 형 앞에 일곱 번 몸을 굽히며 나아간다.
- 에서는 400명을 거느리며 힘을 드러내듯 나타났지만, 복수를 택하지 않고 야곱에게 달려와 끌어안고 함께 운다.
- 이 극적인 장면은 감정적 포옹 속에 하나님의 감동하심과 성령의 위로의 흔적이 담겨 있지만, 화해는 완성되지 않았다.
- 야곱은 에서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방향(세겜)으로 향하면서 형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2) “형님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33:8–11)
- 야곱은 에서의 호의를 ‘하나님의 얼굴처럼’ 느낀다고 고백하며, 간곡히 선물을 받아달라고 요청한다.
- 이 고백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씨름 이후, 사람 안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보는 눈이 열린 장면이다.
- 동시에, 두려움과 회피로 얼룩졌던 삶의 태도가 변화되기 시작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3) 따로 걷는 여정 — 화해는 했지만, 동행은 하지 못하다 (33:12–20)
- 에서는 함께 동행하자고 제안하지만, 야곱은 가족과 가축의 형편을 핑계 삼아 따로 가겠다고 응답한다.
- 이후 그는 에서를 따라 에돔으로 가지 않고, 세겜으로 향해 정착한 뒤 제단을 쌓고 “엘엘로헤 이스라엘”이라 부르며 예배드린다.
- 화해는 이루어졌지만, 전적인 신뢰와 관계의 연합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는 형과 함께 걷기보다 여전히 자신의 계산과 거리두기 안에 머문다.
- 이 선택은 이후 디나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야곱의 리더십과 가족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하나님은 두 형제가 화해할 수 있도록 인도하셨으나, 그는 그 은혜에 온전히 응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이스라엘’로 다듬어 가시는 성실한 손길을 멈추지 않으셨다.
(4) 말씀을 따라 느끼고 살아내기
1) 억울할수록 말보다 믿음으로 움직여야 한다
① 교훈 요약: 야곱은 라반에게 속임을 당하면서도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조용히 떠났습니다. 억울함을 해명보다 믿음의 걸음으로 응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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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억울함을 만났을 때, 먼저 목소리를 높이는 편인가요? 아니면 하나님 앞에 가만히 머물며 그분의 방향을 기다릴 수 있나요? 지금도 내가 붙들고 싶은 말 대신 내려놓아야 할 침묵이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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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내 안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다 잃는다’는 불안이 있진 않나요? 혹은 늘 손해 보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피해의식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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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내가 해명하고 싶은 일 하나를 하나님 앞에 먼저 내려놓아 보세요. 입으로 해결하려는 대신, 움직임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선택을 하루에 한 번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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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려움은 기도의 자리에서 이름이 바뀐다
① 교훈 요약: 야곱은 형을 두려워했지만, 처음으로 기도했고, 그 밤 하나님과 씨름하다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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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내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두려움은 무엇인가요? 도망치고 싶거나, 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숨기고 싶은 상황이 있진 않나요? 그 상황 앞에서 나는 기도보다 전략을 먼저 세우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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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하나님께도 나를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진 않나요? 진짜 속마음을 들키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는 깊은 불안이나 수치감은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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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내가 가장 숨기고 싶던 감정 하나를 기도의 자리에서 말로 꺼내보세요. 그것이 하나님께서 새 이름을 주시기 위해 기다리시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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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해는 하나님을 먼저 본 사람만이 시작할 수 있다
① 교훈 요약: 야곱은 형 앞에서 몸을 굽히고, 형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노라 고백했다. 화해는 사람보다 하나님 앞에서 먼저 낮아진 사람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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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용서를 구해야 할 관계가 아직 남아 있진 않나요? 혹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누군가를 다시 보는 것이 두렵진 않나요? 그 사람의 얼굴보다 먼저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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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나는 충분히 낮아졌는데, 왜 여전히 상대가 변화하지 않지’ 혹은 ‘상대는 용서받을 자격조차 없다’는 은근한 우월감이 자리 잡고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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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먼저 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세요. 화해는 감정이 아니라, 믿음으로 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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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창세기 31~33장을 따라 드리는 기도
하나님, 억울함은 소리치고 싶게 만들지만, 말보다 떠남이 먼저였던 야곱을 보며 때로는 설명보다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는 걸음을 배우게 됩니다.
함께 있었지만 외로웠고, 섬겼지만 보상받지 못했던 시간을 품고, 야곱은 조용히 떠났습니다. 그 모든 여정 위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시고, 지켜내셨음을 고백합니다.
고향을 향하던 길, 그 끝에 서 있는 형이 두려워 선물도 전략도 준비했지만, 결국 그 밤 그는 하나님과 씨름하다 새로운 이름, 이스라엘을 얻었습니다.
계산보다 기도를 먼저 드릴 줄 아는 사람, 끝까지 움켜쥐는 대신 하나님 앞에 엎드릴 줄 아는 사람—그 자리에서 축복이 시작됨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화해는 있었지만 동행은 하지 못했던 장면을 보며, 은혜를 받았어도 완전히 응답하지 못하는 우리의 연약함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여전히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듬고 이끄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화해 앞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보았노라는 그의 고백이 오늘도 제게 필요한 시선임을 느낍니다. 말보다 조용한 순종, 눈물보다 깊은 기도, 눈치보다 뜨거운 예배로 오늘의 자리를 주 앞에 드립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성경공부를 하면서 야곱이 참으로 두려움이 높은 사람임을 보곤 했습니다. 두려웠기에 하나님을 찾았고 두려웠기에 형제의 화해의 장을 온전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그가 자신의 두려움을 하나님께 직접적으로 고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도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용기와 진솔함을 주시기 않았을까… 그렇게 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경공부를 끝까지 마친 모든 분들께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의 눈이 더욱 확장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