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족장시대 중 창세기 13~14장의 ‘아브람의 분기점 – 믿음인가 계산인가‘를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창세기 15~16장의 ‘아브람의 갈림길 — 언약 앞에 선 믿음과 조급함’이란 주제로 성경을 공부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말씀 속에서 깊은 은혜의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 족장 시대: 창세기 12~50장
3. 아브람의 갈림길 — 언약 앞에 선 믿음과 조급함 (창세기 15~16장)
(1) 본문 줄거리
아브람은 전쟁 후 승리를 거두었지만, 자녀가 없는 현실 앞에서 다시 불안과 질문에 사로잡힌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네 지극히 큰 상급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아브람은 아직도 자신의 기업을 물려줄 자식이 없다며, 현실의 허무함을 토로한다. 그때 하나님은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별을 보게 하시며,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고 약속하신다. 아브람은 그 말씀을 믿었고, 하나님은 그것을 그의 의로 여기신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하나님은 아브람과의 언약을 의식적인 형식으로 확증하신다. 짐승을 쪼개고 놓는 당시 계약 체결 방식에 따라, 하나님의 불 같은 형상이 그 사이를 지나며 인간의 조건이 아닌, 하나님의 주권으로 이루어지는 은혜의 언약을 확정하신다. 아브람은 이 언약의 순간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그 시간 동안 하나님은 그에게 앞으로 이스라엘 자손이 겪게 될 이방 땅에서의 고난과 구원까지 미리 알려주신다.
그러나 그 언약을 받았던 아브람과 사래는 여전히 자녀가 없는 현실 속에서 흔들린다. 사래는 자신의 여종 하갈을 아브람에게 주어 자식을 얻자는 제안을 하고, 아브람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갈이 임신하자 갈등이 발생하고, 사래의 학대로 인해 하갈은 광야로 도망친다.
광야에서 하갈은 여호와의 사자를 만나 위로와 약속을 받는다. 그녀의 아이는 “하나님이 들으셨다”는 뜻의 이스마엘로 불릴 것이며,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말씀도 함께 주어진다. 하갈은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고백하며, 다시 돌아가 이스마엘을 낳는다. 아브람은 그때 86세였다.
(2) 주요 등장인물
① 아브람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인물로, 자녀가 없는 현실 앞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며 언약을 받아들인다. 언약 체결의 순간에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잠든 채로 있으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홀로 약속을 이루시겠다는 주권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사래의 제안 앞에서는 기다리지 못하고 인간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연약한 모습도 보여준다. 그는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믿음의 여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② 사래
하나님의 약속이 지연된다고 여긴 나머지, 하갈을 아브람에게 주어 자녀를 얻으려는 계획을 제안한다. 믿음의 여정에서 조급함과 상처, 인간적 판단이 어떻게 관계와 갈등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동시에 현실을 직면하며 남겨진 자리에 있는 존재들의 내면을 대변하기도 한다.
③ 하갈
애굽 여인으로서 사래의 여종이자 아브람의 아들을 낳게 된 인물. 임신 이후 주인에게 멸시를 받으며 광야로 도망치지만,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난다.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처음 고백한 인물로, 버림받은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가장 낮은 자를 찾아오시고 약속하신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존재다.
④ 하나님
아브람의 불안을 아시고 직접 찾아와 위로하시며, 하늘의 별을 통해 자손의 약속을 다시 말씀하신다. 인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었지만, 하나님은 홀로 언약의 길을 지나심으로 조건 없는 은혜의 언약을 체결하셨다. 또한 사람들의 조급한 선택 속에서도 버려진 하갈을 찾아와 말씀하시고, 그녀를 ‘살피시는 하나님’(엘로이)으로 나타내심으로 연약한 자에게도 신실한 약속을 베푸시는 분으로 등장하신다.
(3) 주요 사건 및 내용
1_ “별을 셀 수 있겠느냐” — 믿음 위에 세워진 언약 (창세기 15:1–6)
1) 아브람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도 마음속에 불안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 그에게는 여전히 자식이 없었고, 기업을 이을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 이때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15:1)
2) 그러나 아브람은 현실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 “주 여호와여,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내 상속자는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라며 하나님의 상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정을 토로한다(15:2–3).
- 그에게는 하나님의 약속보다 자신의 현실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3) 하나님은 그런 아브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하늘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신다.
-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15:5)
- 이는 단순한 수의 약속이 아니라, 불가능한 조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라는 상징적 선포였다.
4) 아브람은 그 말씀을 듣고 여호와를 ‘믿었다.’
- 하나님은 그 믿음을 “그의 의로 여기셨다”(15:6)고 기록하신다.
- 이 구절은 성경 전체, 특히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에서 구원의 본질이 ‘행위’가 아니라 ‘믿음’에 있음을 드러내는 핵심 구절이다.
5) 아브람의 이 반응은 신앙 여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 완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했기에 ‘의롭다 하심’을 받는 장면은 신약 복음의 그림자이자 구속사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 믿음이란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기로 결단하는 의지의 선택임을 보여준다.
2_ “언약의 불이 지나가다” — 조건 없는 은혜의 언약 (창세기 15:7–21)
1)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자손뿐 아니라 땅에 대한 약속을 다시 확증하신다.
-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로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이끌어낸 여호와니라.”(15:7)
- 이에 아브람은 “내가 이 땅을 소유할 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라고 묻는다.
- 하나님은 아브람의 질문을 꾸짖지 않으시고, 언약의 형식으로 확증하신다.
2) 아브람은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짐승들을 쪼개어 두 줄로 배치한다.
- 당시 중동에서 계약 체결의 관습으로, 계약 당사자가 그 사이를 지나며 “이 약속을 깨면 이 동물들처럼 될 것이다”는 상징을 담고 있었다.
- 아브람은 짐승 사이에 들짐승이 모이지 않도록 지키며, 해 질 무렵 깊은 잠에 빠진다.
3)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앞으로 그의 자손들이 겪게 될 고난과 구원의 역사를 예언하신다.
- “그들이 나그네 된 땅에서 사백 년 동안 괴롭힘을 당하리니…” (15:13)
- 하지만 결국 큰 재물을 가지고 나오고, 약속의 땅으로 돌아올 것을 말씀하신다.
- 이는 출애굽 사건과 가나안 정복을 미리 예고하신 언약의 예언이다.
4) 어둠이 깔리고, 연기나는 화로와 타는 횃불이 지나간다.
- 놀랍게도 아브람은 언약의 길을 지나가지 않고, 하나님 혼자서 그 사이를 지나가신다(15:17).
- 이는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이 약속을 성취하시겠다는 선언이며, 인간의 행위나 조건에 달려 있지 않은 은혜 언약의 본질을 보여준다.
5) 이 장면은 하나님의 언약이 얼마나 견고하고 은혜로우신지를 깊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 아브람은 의문과 두려움 속에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확실한 언약의 보증을 주신다.
-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말씀뿐 아니라 약속의 의식으로 아브람의 믿음을 붙들어주신다.
3_ “하갈과 이스마엘” — 기다림 대신 앞선 선택의 결과 (창세기 16장)
1) 아브람과 사래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 사래는 자신의 몸에서 자식을 낳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자신의 여종 하갈을 통해 아브람에게 자식을 낳게 하자고 제안한다(16:2).
- 이는 당시 문화에서 가능한 관습이었지만,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2) 아브람은 사래의 제안을 받아들여 하갈과 동침하게 되고, 하갈이 임신하게 된다.
- 하지만 하갈이 잉태하자, 여주인 사래를 멸시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래는 하갈을 학대한다(16:4–6).
- 결국 하갈은 견디지 못하고 광야로 도망치게 된다.
- 조급한 선택은 가정 안에 갈등과 상처를 불러온다. 믿음의 사람도 기다리지 못할 때, 하나님의 방법보다 빠른 길을 찾으려 할 수 있다.
3) 광야의 샘 곁에서 여호와의 사자가 하갈에게 나타난다.
- 하갈의 상황을 묻고, 다시 여주인에게 돌아가 복종하라고 명하며, 그 아들 또한 번성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 그 아이의 이름은 “이스마엘”(하나님이 들으셨다)이라 부르라 하신다.
- 하갈은 하나님을 “엘로이”(나를 살피시는 하나님)라 고백하며, 그곳 이름을 브엘라해로이라고 부른다(16:13–14).
4) 하갈은 다시 돌아와 아브람에게 아들을 낳고, 아브람은 그 아이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부르고 양육한다.
- 하나님은 조급한 선택 가운데에서도 버려진 자를 돌보시고, 연약한 여종에게도 약속을 주시는 자비로운 분으로 나타나신다.
-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은 후에 이삭과의 갈등의 씨앗이 되며, 하나님의 시간과 방법을 앞선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4) 말씀을 따라 느끼고 살아내기
1) 믿음은 말씀이 아닌 현실을 기준 삼고 싶은 나와의 싸움이다
① 교훈 요약: 아브람은 자식이 없는 현실 앞에서 하나님의 약속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증거 대신, 밤하늘의 별을 통해 다시 약속을 말씀하셨고, 아브람은 그 말씀을 믿었습니다. 믿음이란 상황보다 말씀이 더 크다고 고백하는 내면의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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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내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기보다 현실에 근거해 마음이 무너졌던 순간이 있다면, 그때 내 안에는 어떤 감정이 가장 먼저 올라왔나요? 두려움, 분노, 체념, 혹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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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그 감정은 혹시 이전에 기다렸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이나, 기도했지만 응답받지 못했다고 느꼈던 실망감과 연결되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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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하루 동안, 작고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말씀을 되뇌며 반응해 보세요. 예: “내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시 37:5) 별을 바라보듯 약속을 되새기며, 믿음이 현실보다 앞서가도록 한 걸음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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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믿음은 하나님이 홀로 걸으시는 언약을 신뢰하는 것이다
① 교훈 요약: 하나님은 아브람이 미래를 두려워할 때, 직접 언약 체결의 의식을 통해 그를 안심시키셨습니다. 하지만 언약 체결의 길을 아브람이 아닌, 하나님 홀로 지나가셨습니다. 믿음이란 내가 능동적으로 무엇을 하느냐 이전에,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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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내가 무엇을 해내지 못할까 봐 불안할 때, 하나님의 약속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이 있었나요? 그 순간 내 안에 떠오른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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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하나님과의 관계를 계약처럼 이해해서, “내가 잘해야 하나님도 도와주실 거야”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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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몫은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그저 신뢰하며 기다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당장 행동보다, 약속을 마음에 붙잡고 한 줄 말씀을 계속 되새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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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급함은 갈등을 낳지만, 하나님은 버려진 이도 외면하지 않으신다
① 교훈 요약: 사래는 약속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자신의 방법을 제안했고, 아브람은 그 제안에 따랐으며, 하갈은 그 선택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갈등과 상처가 생겼지만, 하나님은 광야에 내몰린 하갈을 찾아와 위로하고 약속을 주십니다. 믿음은 계획을 앞세우기보다, 기다림 속에서도 하나님이 일하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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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 나도 누군가를 밀어붙이거나 서둘러 결정을 내려버렸던 적이 있었나요? 그때 어떤 감정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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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그 감정은 혹시 내 안에 자리한 불안, 조급함,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혹은 “기다려봤자 안 될 거야”라는 과거의 아픈 경험 때문은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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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내 주변에 ‘하갈’처럼 외롭고 소외된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오늘 그를 위해 따뜻한 말 한마디나 작은 배려를 실천해보세요. 하나님이 그를 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나를 통해 확인시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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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창세기 15~16장을 따라 드리는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제 마음이 자주 흔들릴 때가 있어요. 약속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지금 눈앞의 현실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자꾸 내 계획을 앞세우게 됩니다.
그런 저에게,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시며 “이렇게 되리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말씀이 진짜라는 걸 믿고 싶습니다.
저의 믿음은 자주 약하고 기다림엔 서툴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함께하시는 주님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어요.
오늘 하루, 불안보다 약속을 기억하고 조급함 대신 평안을 선택할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그리고 제가 앞서지 않도록 하나님의 속도에 귀 기울이는 하루가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성경공부를 하면서 하나님께서 제물의 사이로 걸어가시는 장면을 보았을 때 상당히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까지 하실까?’란 마음이 들었지요. 자신이 그 언약을 수행하지 않으면 제물이 되겠다란 약속의 의식이었지요. 과연 나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경공부를 마치신 모든 분들께 믿음이 지속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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