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어게인, 그리고 헤르만 헤세
싱어게인. 노래부르는 꿈을 놓치 않고 ‘sing again’하길 바라는 젊은 청춘들이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인 싱어게인3가 대망의 결승전을 끝으로 종영이 되었습니다. 결승전 무대는 경연장의 긴장감보다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지요.
7인의 출연자는 모두들 표정들이 밝았으며, 이제껏 쌓였던 스트레스들을 모두 풀고 자신들의 피날레를 잘 장식하면서, 새로운 앞날을 자축하는 마음으로 무대를 꾸미는 듯해 보였습니다.
싱어게인3를 지속적으로 보면서 생각났던 사람은 독일의 대문호인 ‘헤르만 헤세’였습니다. 이전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대한 감상문을 올린 적도 있었지만, 헤르만 헤세는 유독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있지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의 정체성 찾기’로 보입니다. 특히 한 친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었지요. 싱어게인1시즌에서는 지금은 너무 유명가수가 된 가수 이승윤님에게서 그 모습을 많이 발견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이번에 우승한 홍이삭님이 그런 모습을 자주 보였지요.
그런데 그 스토리가 단지 ‘음악잘하는 가수’이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솔직한 현재까지의 여정에서 미래의 여정으로 가는 자신의 삶을 고찰하고자 하는 면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했기에 팬들의 공감을 더 많이 얻지 않았을까 생각되더군요.
2. 홍이삭님의 ‘유통기한’
홍이삭님이 싱어게인의 첫 방송에 나와서 자신을 소개한 것이 ‘나는 유통기한을 알고 싶은 가수다’라고 했었지요. 이전에 다른 프로그램이나 방송에 출연한 경력이 있었기에 그의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보였습니다.
그당시 그가 선곡하여 부른 노래는 최유리님의 ‘숲’이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이 방송에서 처음 대했는데, 노래 가사가 상징과 은유로 점철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 가사에는 이 노래의 작사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매우 깊어 내면의 혼돈과 불안감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홍이삭님이 싱어게인 첫 곡으로 이 노래를 선택한 것은 이 노래의 가사가 자신을 대변한다고 보았기에 선택한 듯합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자신이 말한 ‘유통기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진정성있게 보여준 것이지요.
3. 최유리님의 ‘숲’ 가사
노래 ‘숲’의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 속엔 나란 사람은 너와 항상 함께하며 너의 사랑을 받고픈 ‘숲’이 되고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혹시 바다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숲의 큰 나무가 바다에 가라앉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이를 마치 자신이 물에 가라앉는 느낌으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자신이 물에 가라앉는다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숲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로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4. 싱어게인 홍이삭님의 초기 심리이해
아마도 이 노래를 홍이삭님은,
숲 = 내가 살고 싶은 곳 = 나란 존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곳 = 음악하면서 사랑받으며 살 수 있는 곳
바다 = 내가 살고 싶지 않은 곳 = 나를 잘 드러내면서 나 답게 산다고 할 수 없는 곳 = 사랑받지 못하며 사는 곳
으로 생각한 듯합니다. 그러므로 그의 유통기한은 자신이 숲에서 살 수 있는 기한이란 뜻이 되지요.
그는 다른 어린 친구와는 달리 이제 나이가 35세이고 10년 동안 음악이란 나무를 심으며 자신의 숲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숲이 내가 계속 머물 수 있는 곳인지, 언젠가 물속에 가라앉아 버릴 지 않을까 항상 불안해하는 심리를 가졌었던 것 같습니다.
홍이삭님의 부모님은 현재 우간다에서 학교를 세우고 섬기면서 선교활동을 하는 선교사이며, 어린 시절부터 그러한 부모의 삶을 항상 목격했고,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 역시 당연히 부모님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활동을 하며 사는 것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펼치며 사랑받는 것이 자신의 숲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5. 조용필님의 ‘바람의 노래’와 홍이삭님의 깨달음
그는 마지막 방송 때, 그가 부를 마지막 노래 조용필님의 ‘바람의 노래’를 선곡하면서 아래의 가사를 말하며 이 가사를 통해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설명했지요.
“일단은 내가 가진 현실 내 아픔과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 해답이 무엇인지를 또 찾아가야겠지만,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며 달려온 여정 그 끝에도 불안함은 여전히 있고 아직도 유통기한은 모르겠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유통기한 자체가 제 삶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지고 있습니다.
처음 1라운드에 숲을 불렀을 때는 이게 숲인지 바다인지 구별도 못하고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마음인지 알지 못했다면 지금의 ‘싱어게인’이 오히려 저에게는 또 하나의 또 다른 의미에서의 숲이었어요. 잘 보이려 하지 않고 나를 잘 들여다보려 했던 시간 내가 힘들어 했던 유통기한은 어쩌면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닐 수 있겠다.
음악이 좀 황량했었거든요. 저한테, 그런 나의 음악의 세상에, 꽃과 나무들이 피어서 나에게도 숲이 있구나 그 숲에서 잘 지낼 수 있구나.”
아마도 싱어게인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에 힘을 차린 것도 있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에 대한 태도변화 역시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숲이란 것이 ‘대중의 사랑’이 가득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란 걸 정리한 듯해 보입니다.’
6. 헤르만 헤세의 조언
청춘들의 인생길,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전 생애동안 연구하고 이 결과물을 다시 소설로 표현했던 헤르만 헤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1) 사람의 진정한 직업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다.
홍이삭님 뿐만 아니라 싱어게인에 참여한 많은 젊은이들, 또한 나이가 이제 60, 70이 넘을지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자신의 진정한 직업을 잘 수행하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일단 큰 소리로 말하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란 약간 다르게 보입니다.
홍이삭님이 자신의 가수로서의 유통기한이란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자신이 그 해답을 찾았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깨달음은 자신의 고민을 진지하게 드러내고 그 문제를 직면할 때 비로소 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3) 인생은 어디에서나 기다리고 있고 미래는 어디에서나 꽃을 피우고 있지만 우리는 그중 작은 부분만 보고 그 대부분을 발로 밟는다.
인생은 숲에서 살다가 바다에서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숲이 최고인 것 같지만 아닌 경우도 많이 있지요. 조용필님의 바람의 노래에서 처럼 ‘사랑하는 삶’을 선택했다면 사랑받는 삶보다 더 멋지면서도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지요.
아마도 언젠가 홍이삭님은 대중음악을 관둘 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스스로 선택해서 말이지요. 그 이유는 현재의 숲보다 더 사랑할 일이 가득한 숲이 보였기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7. 정리 및 소감
저의 경우 싱어게인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며 이루려는 그들의 인생의 여정을 보는 것 자체가 참으로 뭉클하고 찡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나의 숲은 어떠한 곳인지, 나는 숲에서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나의 숲이 정말 좋은 곳인지 여기서 얼마나 오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용기를 가지며 계속 잘 가보아야 하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또한 숲에서 바다로 옮겨야 한다면 그 또한 기꺼이 받아들이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다시 한번 제자신을 돌아보니 참 좋네요.
또한 홍이삭님은 물론 참여했던 한분 한분이 자신의 숲에서 좀 더 유의미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