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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조1_그대 있음에_나의 그대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 김남조 시인의 ‘그대 있음에’인 이 시가 나를 건드렸습니다. 솔직히 이 시를 읽어본 적이 없었고 더구나 김남조 시인이 썼다는 것도 몰랐었지요. 

더더욱 나의 내면에서 나를 계속 자극했던 것은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나를 놀라게 해’이었지요. 약 1주일간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나의 무의식에서 제일 먼저 튀어 나왔던 이 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시는 나에게는 시가 아니라 노래로 다가왔더군요.

1. 가수 송창식의 ‘그대 있음에’

가수 송창식님이 1976년도에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발표했던 것을 제가 1980년 대학교 재수를 했을 때 늦은 여름부터 시험을 치를 때까지 교회 선배님 댁에서 약 4개월 머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선배가 가지고 있던 많은 송창식님 LP 중에서 자주 들었던 노래였지요.

 그 노래의 일부분이 가사가 바뀌어 나의 내면에서 나도 모르게 레코드 판이 자동구간 설정이 되어 계속 울려 왔던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나의 무의식 속에 울렸던 이 노래를 찾아 보니 나의 무의식의 구간의 가사는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였습니다.

가수 송창식의 '그대 있음에'
가수 송창식의 ‘그대 있음에’

2. 김남조의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시의 전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시는 작년 2023년에 작고하신 김남조 시인이  쓴 시이며, 1964년 한국일보 신년호 기념으로 발표했더군요. 작곡가 김순애님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 발표되었으며 많이 애창된 노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남조 선생님이 1927년생이니 이 시는 만37세 즈음에 발표한 것 같습니다. 김남조 선생님이 나이들어 발표하신 시들, 세상을 관조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통찰의 시와는 확실히 그 느낌이 다른 이 시.

하지만 그 내면의 열정은 더욱 뜨거우며 그 내면이 ‘나’에게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그대’라는 타인에게로 연결되어 있으며, ‘나와 그대’란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그러한 존재이기를 진정으로 소망함을 드러내는 이 시.

 

시인 김남조

3. ‘그대 있음에’ 시에서 내 마음 살펴보기

#1  근심 있는 곳에

 

이 구절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픈 것은 ‘그대의 근심 있는 곳’ 이었습니다.

그대는 항상 나에게 미소를 보내 주었으며, 나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인 양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을 것이라는.

‘아, 그랬구나. 내가 깊은 근심을 몰랐구나, 그대의 내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그 곳은 어쩌면 정확히 알 수 없었구나. 그대가 힘들 때면 언제든지 내가 도와주며 함께 해주겠다고 말만 했지, 정작 그대의 숨겨진 근심의 그 곳을 정작 모르고 어쩌면 못 본 체 하고 있었구나.’

 

#2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우리는 서로 무엇을 꿈꾸고 살아왔던가?

그대와 나는 서로 하나의 꿈을 꿈꾸고 그것이 비록 작은 소명이고 누가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그것을 하나하나 해 가면서 살아가자고 이야기 나누곤 했는데, 그대가 있었기에 그 꿈을 생각하고 그것을 소망했는데…

그대는 이젠 부부란 선을 넘어, 친구같은 존재였고, 동지 같은 존재였지요.

아, 남들이 모르는 비밀.

그대는 나를 참 웃게 만든 인물.

딸에게 “엄마 이런 모습 우리한테만 보여주는거지?”라고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가족들에겐 재밌는 모습들을 종종 보여 주었는데… 지금도 그것이 나를 미소짓게 하는군요.

 

#3 오, 그리움이여

이 한 구절에 숨이 막히는 느낌. 그대가 살아있었다면 이 구절은 내 마음의 세레나데가 되었을 텐데, 아 지금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지.

슬픔이란 감정과 관련하여 강의를 할 때, 그리움에 대해 ‘그리워하지 말고 추억하라’라고 했었습니다.

그리움이란 감정은 자신의 마음을 과거에 묶어 버려 현재와 미래를 합리적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하기에, ‘그리움에 묶이지 말고 차라리 그 대상을 추억하라’고 했지요. 그리움이 감정의 영역이라면, 추억은 생각의 영역에 좀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 추억이란 생각하는 감정에 가까운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추억하기보다는 더욱 그리워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더욱 미치도록 그리워하고 싶은 마음이군요.

집에 돌아와 한 작업이라면 그대의 사진을 모두 컴퓨터에 모은 것이고 그대가 쓴 글들을 모으는 작업이었습니다. 언젠가 그대를 더욱 추억하겠지만 지금은 깊게 깊게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4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왜 나의 무의식 속에선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나를 놀라게 해’로 기억되어 있었을까요?

그 당시 무한 반복 되듯 들렸던 이 노래.

그런데 제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게’란 부분엔 두려움이나 슬픔이란 감정이 전혀 섞여 있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놀라게’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surprising’, ‘환희의 기쁨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아마 그대는 나에게 있어 그런 존재였기에 나의 무의식은 계속 그대를 ‘나를 깊이 행복하게 하는 존재’ ‘언제나 함께 하고픈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대를 제가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

어느 커피숍에서 턱을 두 손으로 괴고 나를 은은히 바라보았던 모습. 그 모습을 찍는 저는 환희의 느낌이었지요. 그런 그대가 내 옆에 있음에 기쁨이 되었던 순간.

아마도 이 노래가 다시 무의식 중에 흐를 것 같고 저는 여전히 이 부분을 ‘나를 나를 놀라게 해’로 부를 것입니다.

이젠 그대란 존재가 나와 함께 33년간 살아 주었음을 감사하며 그 언젠가 만날 그 날을 기대하며 ‘그대 있음에 내가 있음을, 그대는 여전히 나를 나를 놀라게 하는 존재였음을’ 기리며 살 것 같군요.

 

#5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이제 그대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어느 때보다 더 몰아칠지도 모르겠군요.

바다에 있을 때,

‘아빠, 제발 나를 고아로 만들지마’ 란 딸의 말이 제 마음에 울립니다.

이제 그대가 내 곁에 없지만 나에겐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이 존재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대가 곧잘 나에게 했었던 말.

‘이그~ 나 없이 어떻게 살래? 자기, 나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나에게 핀잔주었던 말.

맞습니다.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라고 이젠 그대에게 대 놓고 요청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곁에 갈 때까지 나는 살아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살아가 보겠습니다.

 

4. 정리 및 소감

김남조 선생님의 시를 망치지 않았나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아마 이해해 주시겠지요. 시를 읽으면서 김남조 시인은 영혼을 만져주는 마술사와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전에 피천득 선생님의 시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시인은 다른 존재인가 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나아지네요. 나의 그대도 시 쓰기를 참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두 분이 서로 만나 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옆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함께 하시는 주님도 있고 말이지요.

“시인 김남조1_그대 있음에_나의 그대”의 7개의 댓글

  1. 명철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를 너무 오래 못 봤구나.
    힘내라는 말 조차 사치스러워서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도 구차하다.
    울다지친 날이 여러날이었을텐데…. 싶다~~

    명철아… 얼굴 한번 보자~

    1. 이리 마음을 전해주니 고맙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해 장례를 못하고 있어. 그래서 연락을 주지 못한거야. 아무튼 지금은 애도하며 내 마음을 정리하고 있어. 소식 전할께.

  2. 사진 속 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온화한 모습의 부인과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찻잔 속 남편의 자상한 미소가 한점 작품같네요.
    아름다운 글 가슴 속 깊이 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그때 같은 바다를 바라보았던 한사람 드림.

    1. 나선생님을 그때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당시 말없이 바라보는 눈길과 수고로이 애를 쓰는 장면 속에서 많은 위로와 힘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나마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나선생님도 부디 행복하게 잘 사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좋은 인연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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