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는 창세기 3장의 ‘인간의 타락과 하나님의 회복 계획’을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창세기 4장의 내용 ‘가인, 스스로 길을 끊다’란 주제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말씀 속에서 깊은 은혜의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1. 창조 시대 (창세기 1~11장)
7. 가인, 스스로 길을 끊다 (창세기 4장)
(1) 개요
창세기 4장은 인간의 제사와 마음의 태도를 드러내는 가인과 아벨의 사건으로 시작된다. 하나님은 제물보다 드리는 자의 중심을 보시며, 가인의 분노와 아벨의 믿음을 대조하신다. 죄는 분노와 수치의 감정을 틈타 문 앞에 잠복하고, 하나님은 가인에게 경고와 회복의 기회를 주신다. 그러나 가인은 경고를 무시하고 동생을 살해하며 죄의 길을 택하고, 그 결과 고립과 두려움에 빠진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가인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시고,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표를 주신다. 이후 셋의 계보를 통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예배의 회복이 시작되며, 인간 내면과 세대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신앙의 줄기가 다시 이어진다.
(2) 주요 등장인물
① 가인: 아담과 하와의 첫째 아들로, 농부의 삶을 살았다. 하나님께 제물을 드렸지만, 중심의 진실함과 믿음이 결여되어 제사가 거절되었다. 그로 인해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고, 결국 동생 아벨을 살해함으로써 인간 내면의 죄성과 감정의 왜곡이 어떻게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나님의 경고와 회복의 초대를 받았지만, 스스로 그 길을 끊은 선택의 상징이기도 하다.
② 아벨: 가인의 동생으로, 목자의 삶을 살며 하나님께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드렸다. 그의 제사는 믿음과 중심의 정직함이 담긴 예배였기에 하나님께 열납되었다. 아벨은 말보다 삶으로 하나님을 경외한 자이며, 신약에서는 “믿음으로 더 나은 제사를 드린 자”로 기억된다(히 11:4). 그는 의로운 자의 상징이자, 침묵 속에서도 피로 말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③ 하나님: 제물보다 중심을 보시는 분으로, 인간의 감정과 선택을 깊이 아시는 하나님이시다. 가인의 분노 앞에서 경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하셨고, 죄를 심판하시되 가인의 생명을 보호하셨다. 심판과 자비, 공의와 긍휼이 함께 흐르는 하나님의 성품은, 셋을 통해 다시 예배의 계보를 이어가시는 구속사의 주권자로 드러난다.
④ 셋: 아벨이 죽은 후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씨로, 아담과 하와의 셋째 아들이다. 그의 이름은 “임명된, 대신 주어진”이라는 뜻을 가지며, 하나님의 회복 계획이 멈추지 않았음을 상징한다. 셋의 후손 에노스 시대에 사람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며, 그는 믿음의 계보를 잇는 출발점이자 예배 회복의 전환점이 된다.
(3) 주요 사건 혹은 내용
1_ 하나님은 제물보다 마음을 보신다
1) 창세기 4장 4절은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아니하셨다”고 기록한다.
- 이 구절에서 주목할 점은 하나님께서 단지 제물만을 평가하신 것이 아니라, 제물을 드리는 사람과 그 중심까지 함께 보셨다는 사실이다.
- 즉, 하나님은 외형적인 헌신보다 드리는 자의 태도와 마음의 상태를 중요하게 여기신다.
2) 아벨은 하나님께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드렸다.
- 히브리어 원어에서 ‘미브코롯’은 ‘처음 난 것들’을 의미하며, 이는 가장 귀한 것, 우선순위의 상징이다. 또한 ‘그 기름’(메헬베헨)은 제물 중에서도 가장 좋은 부분을 가리킨다.
- 아벨은 단지 양을 드린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가장 먼저 드림으로써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경외심을 표현한 것이다.
3)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사를 드렸다고만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첫 열매’나 ‘기름진 것’이라는 표현이 없다.
- 이는 가인이 형식적으로 제사를 드렸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히브리서 11장 4절은 이 장면을 해석하며,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렸다”고 말한다.
- 즉, 아벨은 믿음으로 중심을 다해 드렸고, 가인은 믿음 없이 형식에 머물렀다는 것이 성경 전체의 해석이다.
2_ 죄가 문에 엎드려 있다 – 분노와 경고 사이
1) 가인은 자신의 제사가 하나님께 받아들여지지 않자 매우 분노하였고, 그의 안색이 변하였다(창 4:5).
- 히브리어 원어에서 “안색이 변했다”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 “그의 얼굴이 떨어졌다”는 뜻으로, 이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 수치심과 열등감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 가인은 자신의 존재가 거절당한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내면의 상처를 감정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2) 이때 하나님은 가인에게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창 4:7)고 말씀하신다.
- 여기서 ‘선을 행하다’는 단순히 착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 히브리어 ‘테이티브’는 “좋다, 바르다, 유익하다”는 뜻을 가지며, 이는 마음을 바르게 하고 중심을 정직히 하여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서는 태도를 의미한다.
- 즉, 하나님은 가인에게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내면을 바로잡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신 것이다.
3) 그러나 하나님은 동시에 경고하신다.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
- 여기서 ‘죄가 문에 엎드려 있다’는 표현은, 죄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감정의 틈을 타 인간을 덮치려는 능동적인 존재로 묘사된 것이다.
- 죄는 단순히 외부의 유혹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과 연결되어 문 앞에서 기회를 엿보는 실체로 나타난다.
- 그러나 하나님은 가인에게 그 죄를 다스릴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이는 인간에게 감정과 선택을 통제할 수 있는 책임과 능력이 주어졌음을 선언하는 말씀이다.
3_ 살인과 두려움 – 죄의 결과와 심리의 붕괴
1) 가인은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벨을 들로 데리고 나가 그를 죽였다(창 4:8).
- 이는 단순한 충동적 분노의 결과가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쌓여온 열등감과 수치심, 그리고 비교에서 비롯된 감정의 폭발이었다.
- 하나님께서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을 때, 가인은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이니까?”라고 냉소적으로 반문한다(창 4:9).
- 이 말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자신의 죄를 직면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표현이다. 그는 책임을 회피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며, 내면의 두려움을 무관심과 반항으로 위장하고 있다.
2) 하나님께서 죄에 대한 심판을 선포하시자, 가인은 “내 죄벌이 너무 무겁습니다”라고 고백하며, “나를 만나는 자마다 나를 죽이겠나이다”라고 호소한다(창 4:13–14).
- 이 고백은 단순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극심한 고립감과 존재의 위협을 드러낸다.
- 죄를 지을 때는 자기중심적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죄를 지은 후에는 두려움과 불안에 압도되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 이는 죄가 단지 외적인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붕괴시키고 정체성과 관계를 파괴하는 전인격적 파괴임을 보여준다.
3) 그러나 하나님은 가인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표’를 주시며, 그를 만나는 자로부터 보호하신다(창 4:15).
- 이 ‘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 그리고 죄인조차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보호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 하나님은 심판 가운데서도 인간의 연약함을 이해하시며, 회복의 가능성을 남겨두신다.
4_ 세대에 전해지는 왜곡된 마음 – 가인의 후손과 라멕의 폭력
1) 가인의 후손들은 도시를 세우고, 가축을 기르며, 악기를 만들고, 금속을 다루는 등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창 4:17–22).
- 겉으로 보기에는 문화와 기술이 번성하는 듯 보였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죄의 본성과 감정의 왜곡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 문명의 진보는 있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없이 쌓아 올린 발전은 내면의 타락을 막지 못했다.
2)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라멕이다.
- 그는 가인의 6대손으로, 성경에 처음으로 일부다처제를 행한 인물로 등장한다(창 4:19).
- 라멕은 자신을 상하게 한 소년을 죽였다고 고백하며, 이를 두 아내에게 자랑하듯 노래한다(창 4:23).
-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자기 방어가 아니라, 과잉 복수와 자기 과시, 폭력의 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 그는 폭력을 정당화할 뿐 아니라,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문화로 전수하려 한다.
3) 더 나아가 라멕은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칠십칠 배이리로다”(창 4:24)라고 선언한다.
- 이는 하나님께서 가인을 보호하시기 위해 주셨던 약속을 자기 복수의 정당화 도구로 왜곡한 것이다.
- 하나님의 은혜의 말씀을 자기중심적 정의로 바꾸어버린 이 장면은, 죄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신념의 형태로 세대 안에 전수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5_ 셋과 예배의 회복 – 하나님을 부르는 사람들
1) 아벨이 가인에게 살해당한 이후,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또 다른 아들을 허락하신다. 하와는 그 아들의 이름을 ‘셋’이라 부르며, “하나님이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주셨다”고 고백한다(창 4:25).
- ‘셋’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임명된, 대신 주어진”이라는 뜻을 가지며, 이는 단순한 출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회복의 계보를 새롭게 시작하셨음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 셋의 아들 에노스가 태어난 이후, 성경은 “그 때에 사람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였더라”(창 4:26)라고 기록한다.
- 이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인 기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예배와 신앙 고백의 회복을 뜻한다.
-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폭력이 문화로 자리잡아가던 시대 속에서, 셋의 계보를 통해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 이러한 흐름은 앞서 등장한 라멕의 폭력과 자기 과시의 노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 라멕은 살인을 자랑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했지만, 셋의 후손들은 하나님을 부르며 예배의 문화를 세워간다.
- 이 계보는 이후 에녹(하나님과 동행한 자), 노아(의인), 아브라함(믿음의 조상),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 믿음의 계보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4) 말씀을 따라 느끼고 살아내기
1) 하나님은 제물보다 마음을 보신다
① 교훈 요약: 하나님은 외형적인 헌신보다 드리는 자의 중심과 태도를 먼저 보십니다. 아벨은 믿음으로 가장 좋은 것을 드렸지만, 가인은 형식에 머물렀고 중심의 진실함이 부족했습니다. 하나님은 제물만이 아니라, 제물을 드리는 사람의 내면을 함께 판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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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나는 ‘해야 하니까’ 드리는 예배나 봉사 속에서, 마음 깊이 진실한 감사를 품고 있었나요, 아니면 의무감이나 형식에 머물러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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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내가 하나님께 마음을 온전히 드리지 못했던 순간들 뒤에는, 혹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 과거의 경험이 있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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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내가 드리는 ‘작은 드림’ 하나에 진심과 우선순위를 담기 위해, 마음에 새길 고백은 무엇인가요? ✍ 예: “하나님, 제가 드리는 이 시간과 마음을 받으시옵소서. 중심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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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죄는 감정을 틈타 문 앞에 엎드린다
① 교훈 요약: 분노, 수치심, 열등감 같은 감정은 죄가 틈타기 쉬운 문이 됩니다. 하나님은 가인의 분노를 경고하시며 회복의 길도 열어주셨지만, 가인은 감정에 휘둘려 죄의 문을 열고 말았습니다. 죄는 언제나 우리의 감정 속에서 조용히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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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최근에 감정이 격해졌던 순간, 나는 그 감정을 ‘살펴보려’ 했나요, 아니면 그냥 행동으로 옮겨버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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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감정이 나를 삼켜버린 순간들엔, 그 감정 뒤에 숨겨진 상처나 억울함이 있지는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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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내가 분노나 질투의 문턱 앞에 설 때, 내 감정을 주님께 먼저 보여드릴 한 마디 기도는 무엇일까요? ✍ 예: “주님, 제 안의 소용돌이를 보시고, 다스리는 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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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죄를 직면하지 않으면 두려움과 고립이 찾아온다
① 교훈 요약: 가인은 자신의 죄를 직면하기보다 방어적인 태도로 하나님께 반문했고, 결국 두려움과 고립감에 빠졌습니다. 죄는 숨기고 회피할수록, 내면의 공허와 외로움을 더 깊게 만듭니다. 회복은 진실된 직면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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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지금 내 안에 은근히 피하고 싶고 직면하기 어려운 어떤 죄, 혹은 상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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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그 회피하려는 마음에는 혹시 ‘내가 무너지면 끝이다’라는 두려움이 숨어있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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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하루, 하나님 앞에 내 ‘두려운 내면’을 솔직히 드러내기 위해 내가 들 수 있는 작은 용기의 표현은 무엇인가요?
✍ 예: “주님, 피하고 싶은 진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 안에서 직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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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나님은 심판 속에서도 은혜로 보호하신다
① 교훈 요약: 가인의 죄는 분명히 심판받았지만, 하나님은 그를 죽음에서 보호하시며 여전히 은혜의 손길을 내미셨습니다. 심판 중에도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이해하시며, 우리를 지키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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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내가 죄책감이나 실수 가운데 있을 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느낀 경험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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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나는 “이런 나를 하나님이 지켜주실까?”라는 불신 속에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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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 내가 지은 크고 작은 실수 안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품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고 살아가기 위한 선포는 무엇인가요? ✍ 예: “주님, 나는 넘어졌지만, 당신은 여전히 나를 붙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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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복은 예배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① 교훈 요약: 셋과 에노스의 시대에 사람들은 다시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타락과 폭력이 만연하던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은 예배로 회복의 불씨를 지피십니다. 삶의 무너짐은 예배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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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서적 질문: 지금 내 삶 속에서 ‘예배의 불꽃’은 얼마나 살아 있고, 어디서 꺼져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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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느낌의 뿌리: 혹시 “이런 상태로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어”라는 마음이, 내 예배의 열망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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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실천 적용: 오늘의 삶 속에서 내가 다시 예배로 회복되기 위해 마음에 새길 한 가지 작은 순종은 무엇인가요? ✍ 예: “하나님, 지금 이 순간을 당신께 드립니다. 다시 예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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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창세기 4장을 따라 드리는 기도문
하나님, 내 안에도 여전히 가인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고백합니다. 무언가를 드리면서도 마음은 다른 데 있고, 인정받지 못하면 쉽게 낙심하고 화를 냅니다. 아벨처럼 중심을 다해 신뢰하며 드리기보다는, 형식 속에서 내 체면과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마음이 뒤틀릴 때, 분노가 내 감정을 휘감고 들어옵니다. 그 감정이 죄로 향한 문을 여는 줄 알면서도, 그 앞에서 다시 문을 닫는 용기를 갖지 못한 날도 많았습니다. ‘죄가 문에 엎드려 있다’는 말씀 앞에, 오늘도 내 감정을 살피게 하소서.
아벨을 죽인 가인의 반문처럼, 나는 내 죄를 외면하고, 질문 대신 반박으로 마음을 가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책임을 회피할수록, 두려움은 더 깊어졌고, 고립감은 더 짙어졌습니다. 그때조차 나를 향해 보호의 표를 주셨던 당신의 자비를 기억합니다.
세대를 지나며 죄의 문화는 더 교묘해지고, 폭력을 자랑으로 바꾸며 진리를 왜곡하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나는 셋의 계보처럼, 하나님의 이름을 다시 부르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예배를 무너뜨리는 시대 속에서도, 내 삶이 다시 예배가 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잘못된 선택과 무너진 감정, 방어하려 했던 말들조차 당신 앞에 숨기지 않겠습니다. 오늘도 나의 낯을 다시 들 수 있도록, 진실한 마음을 회복의 자리로 이끌어 주세요. 그리고 다시 하나님을 부르는 삶을 살게 해 주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성경공부를 하면서 한편으론 가인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왜 그는 수치심이나 열등감에 빠졌을까?
인간의 심리는 형성된 것이 드러나는 것이지 전혀 관계없음에도 갑자기 돌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그와 같이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이유도 어쩌면 가인의 심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끝까지 성경공부를 마치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