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에서 비판과 비난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타인을 비판하는 것인지 비난하는 것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와의 불화, 의사 총파업 등 다양한 갈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과 비난이 당사자들에게 혹은 SNS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뿐만 아니라 각종 안 좋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거나 우리 자신조차도 비판과 비난의 현장에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말이나 글은 비판에 해당될까, 아니면 비난에 해당될까요.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던졌을 때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비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지요.
비판과 비난, 이에 대해 그 의미와 차이점에 대해 일반적인 관점에서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1. 비판과 비난의 의미와 차이점들
비판과 비난은 모두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지적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잘못된 점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하는 것이고, 비난은 남의 잘못을 깎아내리거나 욕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하는 것입니다.
즉, 비판은 합리적 근거가 있고, 비난은 합리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판은 더 나은 상황을 위해 하는 것이고, 비난은 더 나빠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비판은 상대방의 성장을 돕고, 비난은 상대방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비판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강요하지 않고, 비난은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강요할 수 있습니다.
비판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비난은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비하할 수 있습니다.
2. 비판과 비난에 대한 유명한 문구들
3. 심리학자 에릭 번의 부정적인 인정자극
심리학 분야 중 교류분석을 만든 심리학자 에릭 번은 비판과 비난과 관련될 수 있는 인정자극이란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인정자극이란 사람들이 상호간 교류할 때, 즉 서로 직접적인 대화 혹은 간접적이든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자극과 반응이 오고 갈 때 그 자극과 반응 속에 숨겨져 있는 심리적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간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애정과 격려를 느꼈다면 애정과 격려가 인정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정자극은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긍정적인 인정자극과 부정적인 인정자극입니다.
- 긍정적인 인정자극이란 앞에서 언급한 애정과 격려와 같이 오고 가는 그 자극 속에서 ‘마음의 힘이 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반면에 부정적인 인정자극은 ‘마음의 힘을 떨어지게 하면서 기분을 나쁘게 하는 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부정적인 인정자극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첫째는 도움이 되는 인정자극,
- 둘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정자극입니다.
- 이때 비판은 도움이 되는 인정자극에 해당된다면 비난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인정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비판은 그 자극을 받았을 때 마음의 힘이 떨어지고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비판과 같은 도움이 되는 부정적인 인정자극의 특징은 팩트 중심이고 객관적인 논지를 가지고 자극을 줍니다. 그러하기에 그러한 자극을 받은 사람은 당장은 힘들지만 그 자극을 받아들이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학교 성적이 떨어졌을 때, 부모님이 성적표를 보고서 “성적이 이전 학기보다 많이 떨어졌구나”라고 말씀하셨다면 그 이야기를 들을 땐 마음의 힘이 빠지고 기분이 나빠질 수 있지만 자신의 현상황을 객관화 할 수 있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에 반면, 비난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거기엔 Racket Feeling(라켓 감정)이라는 것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라켓 감정이란 단어 자체가 어려워 저는 ‘휘둘림을 당하게 하는 감정’ 혹은 이를 줄여서 ‘휘둘림’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라켓 감정을 상대방에게 던졌다는 것은 ‘상대방을 휘둘러서 망쳐 놓겠다’는 뜻이 되며, 그 감정을 받는 ‘나는 휘둘림을 당해 어쩔 줄 몰라 쩔쩔매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든다면, 앞의 예에서 부모님이 성적표를 보고서 ‘이것도 성적표냐, 개가 공부해도 그 정도는 나오겠다’라고 한다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되거나 ‘공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기에 비판은 ‘쓴 보약’이 될 수 있다면, 비난은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4. 비난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들
비난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 중 어느 것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자신의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이 정답이라고 믿는 경우
2) 자신의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과장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3)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거나 관리하지 못하고, 분노나 증오,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남에게 풀어버리는 경우
4) 자신의 행동이나 책임에 대해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항상 남이나 환경을 탓하는 경우
그렇다면 어떤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비난을 잘할까요? 심리학에서 이러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 심리학에서 말하는 비난하는 사람의 심리
심리학자 Kalher의 이론을 빌리면, 그는 ‘I’m OK, You aren’t OK’의 심리를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는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괜찮은데 너(혹은 너희들)는 틀려 먹었어’라는 심리를 가진 것이지요. 이들은 어떠한 현안들에서 ‘나는 잘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문제가 있다’라는 식의 남 탓을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 내면을 잘 살펴보면, “나는 나의 문제를 살펴보기도 인정하기도 싫어. 왜냐하면 내가 나의 문제를 마주하는 것이 너무 두렵고 싫기 때문이야. 그러니 나의 문제를 타인에게 던지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더 좋아’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분노와 관련된 감정들을 잘 드러내며, 자신의 잘못을 웬만해서는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설령 인정할 때도 물타기를 시도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에릭 번의 라켓 감정과 연결해서 살펴보면, 이 사람들은 자신의 라켓 감정을 상대방에게 잘 던집니다. 에릭 번에 의하면, 그 라켓 감정 안에는 자신의 인생의 초기각본의 내용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때의 인생의 초기각본의 주요 골자는 ‘나는 나의 문제를 보지 말고, 그 문제를 타인에게 던져버리자. 그것은 그들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그러면 나는 괜찮아질 거야’가 되는 것이지요.
즉 비난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던져 그 문제를 전가시키면서 그 사람을 비난하므로, 그 때 자신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란 쾌감을 얻으려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심리를 가진 사람은 거리를 배회하며 우는 사자 혹은 늑대와 같이 자신의 먹잇감을 찾으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걸리면 상대방을 저주하듯이 비난해야 자신이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지요. 자신의 감정 쓰레기를 타인에게 던져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다고 자신의 심리가 해소되거나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더 공고하게 굳어갈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점점 타인을 해치는 악인이 되어 가는 것이지요.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말입니다.
6. 비난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
비난하는 사람의 비난을 마음에 담게 되면 누구나 휘둘림 당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과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굳이 나를 비난하는 사람을 옆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람의 주위에 있어야 한다면, 그가 말하는 것을 귀로는 들을지언정 마음으로 가져오지 않아야 합니다.
심리학에서 ‘초대’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고 자극할 때, 나의 마음의 문을 연다면 나는 그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만 합니다. 이를 ‘초대받았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비난할 때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나는 ‘초대를 거절하였다’가 됩니다. 그의 비난의 말을 들었을지언정 나를 휘두르는 라켓 감정을 거부한 것이지요. 나는 그의 말에 그가 전달하려는 감정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내가 초대를 받거나 거절하는 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 되는 것이지요. 그 선택에 의해 나는 휘둘림을 받을 수도, 휘둘림을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7. 정리 및 소감
비판과 비난.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이 휘둘림 당하도록 한다면 자신은 비난받았음을 알아차리고 그 비난을 거절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비판과 비난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내가 하는 것이 비판인 줄 알았는데 상대방에게 전혀 도움이 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비난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말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비판한다고 하는데 상대방이 아직 받아먹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면 나는 비난한 것이 되며, 또한 인간의 마음이 간혹 사악해지기에 나의 말 속에 ‘가시’를 담아 전달하므로 상대방을 은근히 찌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그러한 짓을 은연중에 했었기에 반성하며 이 글을 마쳐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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