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부부 이야기, 배우자의 모습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 이에 대해 어떠한 관점으로 배우자를 이해할 수 있을 지를 심리적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혹시 다음과 같은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시나요?
“내가 저 사람 속을 다 알지요. 무슨 생각하는지도 무얼 하고 싶은지도 다 알아요.
우리가 산 기간이 얼마인데 그거 하나 모르겠어요?”
보통 10년 이상 같이 살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일텐데요. 서로에 대해 많은 경험을 하기에, 상대방에 대해 잘 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 사람의 마음을 정말 모르겠어요.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왜 저러는지,
저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서 알 수만 있다면 정말 들어가고 싶다니까요?”
1.부부 간 서로를 ‘안다, 모른다’ 의미 살펴보기
위의 내용과 같이 부부들은 서로에 대해 ‘다 안다’는 이야기도, ‘도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특히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중년부부의 경우 이 두 가지를 합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를 ‘안다, 모른다’란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너를 어찌 알랴’.
여기에서 ‘내가 나를 모르는데’란 ‘나 자신도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란 뜻이니 ‘내가 나의 심리를 모르겠다’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나를 안다’란 ‘내가 나의 심리를 안다’가 되며, ‘내가 남편을 안다’란 ‘내가 남편의 심리를 안다‘라는 뜻이 됩니다.
반대로 ‘내가 남편을 모르겠다’란 ‘내가 남편의 심리를 모르겠다, 혹은 잘 이해할 수 없다’란 뜻이 되지요.
그렇다면 ‘심리란 무엇인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심리란 간단하게, ‘내 마음의 작동법, 작동방식’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당신의 심리를 모르겠다’란 말은 ‘당신 마음의 작동법을 모르겠다’란 뜻이 되며, 그 반대의 경우 ‘당신 마음의 작동법이 어떠한 지를 알겠다’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A씨의 남편 사례
그렇다면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아는 부분도 있고 모르는 부분도 있다’는 뜻이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씨가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매우 유명하고 재미있는 작품이었지요.
그런데 남편은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겁니다.A씨는 남편에게 ‘오늘 영화가 어땠어?’ 물어 보니 남편은 ‘별로’라고 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이고 연기파 배우들이 나왔기에 당연히 재미있어 할 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언짢은 표정을 짓는 겁니다.
그래서 A씨가 ‘무슨 일이 있어?‘라고 물었더니 특별한 거 없다고 합니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는 말만 해요.
그런데 며칠 후에 남편이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겁니다.
그 영화를 봤을 때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를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고 말이지요.
그 영화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가 영화 중에 왼쪽 눈을 험상궂게 찡그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고 해요. 악역을 맡았거든요.
그 장면들을 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지더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해요.
자신이 초등학교 때, 길가에서 험상궂은 어른한테 혼나면서 등짝을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사람이 자신에게 욕을 하면서 지은 표정이었다고 합니다.세월이 벌써 30년이 넘은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남편이 영화의 그 장면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리고 ‘이딴 영화를 뭐하러 만들어?’라며 그 영화가 별로라고 평가합니다.
게다가 연기 잘하는 그 배우가 왠지 싫어지며 평가절하합니다.
즉, ‘자신의 기분이 나빠진 이유는 수준미달인 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신의 기분이 왜 그런지에 대해 합리화한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진짜 이유가 아닐 수 있겠지요.
즉 과거에 자신이 당했던 장면들이 떠오른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의식과 무의식
위와 같은 사례처럼 우리는 진짜 이유를 모른 채, 이와 같이 다른 것으로 둘러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마음 속에 ‘무의식’이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크게 둘로 나누면, 의식, 무의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의식이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왜 그러한지 정확히 이해할 때의 상태’를 말합니다.
- 반면에 무의식이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의식하지 못할 때의 상태’라고 말하지요.
즉 무의식이란 ‘자신이 그 무언가를 정확히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지요.
위 사례 속 남편은 처음에 말할 때도 그 이유를 나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를 모른 채, 자신이 기분이 나빠진 이유를 그 영화가 수준미달이기 때문인 것으로 합리화했습니다.
이 경우는 남편이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나중에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 설명할 수 있었어요. 이때는 ‘의식’에 해당됩니다.
물론 무의식이란 완전히 기억나지 않은 상태는 물론이고 자신의 정신을 잃었을 때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또한, 잠을 잘 때 혹은 약물에 취해 있거나 하는 등도 무의식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신은 차리고 있어도 ‘무의식’에 있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신은 차리고 있으나 무의식 상태에 있는 것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은연중에’라는 말을 붙여 표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랬어.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너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여기에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는 자신이 무의식 상태에 있었음을 의미하지요.
3. 무의식 관련 사례
이에 대해 ‘무의식’과 관련된 사례들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중년에 있는 분들이 자주 호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공허감에 빠지는 것인데요.
갑자기 마음이 허해지고 왜 사는지 모르겠고, 심지어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어딘가로 혼자 떠나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도 하지요.
또한 상담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사례입니다.
어린 시절에 버림받은 경험이 있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를 믿지 못하거나 의심하곤 합니다.
아니면 그 반대로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겁을 먹기도 하지요.
어린 시절에 생긴 상처들이 정작 배우자에겐 자신도 모르게 의심하거나,
겁을 지나치게 먹고 꼼짝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역시 자신이 왜 그러한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행동한 것이므로 ‘무의식’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실제 자주 접하는 사례들로, 이처럼 ‘내 마음의 작동방식’은 매우 복잡미묘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의식에 의해 작동하다가 어떤 경우는 무의식에 의해 작동되기도 하니 때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무의식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이해하기에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의식’에 해당되는 부분이 무조건 나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렸을 때 행복했던 것을 이제는 잊고 있지만 어렸을 때 먹었거나 보았거나 놀았던 그런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행복해지기도 하지요,
다만 이런 케이스는 우리는 특별히 왜 그런지를 따져 보지 않을텐데요.
그런데 우리가 무의식 상태에 있고 자신이나 타인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는 많은 문제를 낳을 수가 있지요.
무의식상태에 있다면, 자신이 왜 그와 같이 생각하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거나,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뭔가 횡설수설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또한 정도 이상의 특정한 감정상태에 빠져 있거나,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자신의 신념을 강조하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지요.
4. 무의식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그렇다면, 이런 상태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그런 상태에 있을 때는 심리 지식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바로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자신의 스트레스가 많이 낮아지고 마음이 좀 더 편해졌을 때,
그 당시의 상태를 다시 재확인해 보고,
그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에 대해 스스로 객관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노력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래서 내가 그랬구나’란 말이 나올 수 있는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답을 찾았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상태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바뀌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설명해보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기합리화에 대해서는 정말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화시키면 금방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요.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다른 것으로 덮어 버리는 것과 같기에 그 당시는 좋아 보여도 결국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5. 무의식 상태에 있는 배우자 대처 방법
또한 부부 중 배우자가 이러한 모습들을 보일 경우 상대인 ‘나’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러한 경우, ‘저 사람이 왜 저러지?’란 생각에 빠져 들어 ‘그러니까 당신이 문제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게 배우자에게 어떤 반격의 모습을 보인다면 부부 관계는 더 어려워지겠지요.
실제 많은 경우, 그러한 행동을 한 배우자는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먼저 ‘나의 배우자가 저렇게 행동하는 데는 자신도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경우,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기기에,
상대방을 업신여기거나 경멸하는 등의 그런 표정을 짓지 않게 될 것입니다.
많은 경우 상대방의 말보다는 어떤 표정에 자신의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순해지기도 하지요.
이것이 상대방과 관계가 벌어지지 않고 상대방의 심리적 문제를 서로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 되겠지요.
6. 정리 및 소감
부부가 이혼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혼을 생각하는 경우, 부부 상담을 요청하곤 합니다. 이 시점에서 대부분 부부는 상대방의 문제에 집중하곤 합니다. 자신이 이혼하려는 이유가 상대방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부부상담을 시작해서, 점차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몰입하게 되지요.
상대방이 아닌 자신의 모습, 특히 자기 자신도 전혀 몰랐던 자신의 심리적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점차 부부 양쪽이 자신의 무의식적 모습을 의식화하게 될 때 서행하던 부부상담이 급진전하게 되지요.
상대방이 불륜을 저질렀기에 상대방이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이 불륜을 저지르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인 부부들은 부부 싸움이 칼로 물베기일 수 있지만, 부부의 갈등이 심해질수록 부부 문제에서 각자의 무의식 찾기가 될 때 칼로 물베기가 되지요. 그렇지 않다면 결국 갈라지거나 불행을 안고 살게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내가 나를 모르는데…’라는 상태에서, 이젠 배우자의 무의식적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사랑 가운데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부부의 경우 무조건 ‘서로 화해하라, 서로 섬겨라, 서로 사랑하라’란 말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