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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확인증명서와 명륜진사갈비 사장님 이야기_이 남자가 사는 법(1)

매번 힘들 수 있는 주제를 다루다 ‘이 남자가 사는 법’이란 제목이 생각나더군요.

소소한 제 주변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 오늘은 첫 번째로 오늘 있었던 것 중 본인확인증명서와 명륜진사갈비 사장님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1. 본인확인증명서 이야기

주택조합에서 대출관련 서류를 꾸며야 한다고 관련 필요서류들을 떼서 오라고 서류 목록들을 보냈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일괄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10종류가 넘는 서류들을 인터넷과 주민센터에서 떼었는데, 사업장 관련 부동산 계약사본을 떼오라는 말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집에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가는 날이 장날이네 하면서 할 수 없이 그냥 갔었지요.

암튼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서류들을 챙기고 예약된 시간을 맞추려 허겁지겁 서둘러 배방역 쪽으로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대출관련 장소에 갔습니다.

은행직원을 만나기 전에 먼저 서류들을 제대로 가지고 왔는지 돕는 분들이 있어 점검을 받는데, 그 서류는 필요없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뿔싸 인감도장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에 정신이 팔려 인감도장을 놓친 것이지요.

인감증명서도 모두 떼어 놓았는데 인감도장이 없어 인감증명서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인감증명서는 대출서류에 찍을 도장이 공식적인 계약이나 거래에 정부로부터 인정되었다는 뜻인데, 인감도장을 안 가지고 갔으니 ‘아. 다시 집에 갔다 와야 하나?’ 넋 놓고 있는데 안내하는 분이 다음과 같이 안내를 해 주더군요.

“인감도장을 안 가지고 온 경우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본인확인증명서를 떼오면 돼요”

‘본인확인증명서?’ 처음 듣는 단어였지요.

다행히 이 곳에서 주민센터와는 걸어서 5분 거리, 코 앞에 있었습니다.

본인확인증명서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다고 하니 일단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번호를 받아 순서가 되어 담당하시는 분을 만나서 주민등록증을 주고 ‘본인확인증명서’를 2통 떼러 왔다고 하니 주민등록증을 보며 용도를 묻더군요.

본인확인증명서에 용도가 표시된다고 합니다. 대출관련이라고 하니 이젠 오른쪽 엄지손가락, 둘째 손가락, 왼쪽 엄지손가락을 확인하는 기계에 두라고 하더군요.

‘어, 이거 어디서 해 본 동작인데?’

생각해 보니 인감증명서를 떼러 갈 때마다 했던 작업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서명하는 기계에 서명을 하라고 해서 평소에 서명할 때 쓰는 사인을 하니, 이름을 정자로 써야 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른 채 정자로 또박또박 썼습니다.

암튼 해 달라는 데로 착실하게 한 후 오른 쪽 엄지손가락에 파란 인주를 묻혀 장부에 찍은 후 잠시 기다리니 두 장의 종이를 프린트해서 주더군요.

‘오, 생김새가 인감증명서랑 똑 같네?’

그런데 원래 인감도장이 찍히는 곳에 아까 정자로 서명한 이름이 그대로 들어가 있더군요.

‘제가 서명한 글씨체의 이름이 도장대신 효력을 발생하는구나’ 라는 것을 그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카드를 주며 수수료 계산을 부탁하는데 무료라고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인감증명서를 뗄 때 수수료가 분명히 발생했는데 ‘서류가 달라서 무료인가? 아니면 배방주민센터는 무료이고 우리 동네는 유료인가’ 등의 생각이 스쳐가더군요.

“감사해요”

라고 인사를 한 후 빨리 대출서류를 꾸미는 장소로 돌아왔습니다.

이젠 금융기관 직원을 만나 대출서류를 작성하는데 인감도장을 안 가지고 와 본인확인증명서를 떼 왔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며 서류 뭉치에 있었던 인감증명서를 빼고 새로 가져온 본인확인증명서를 받아 제가 잘 보이는 장소에 두더군요.

그리고 서명이 필요한 공간마다 본인확인증명서와 동일하게 쓰라고 하더군요. 정말 인감도장 대신 사용되더군요.

 

다 작성하고 제 마음에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정말 멋지네란 생각이 들더군요.

인생을 살면서 많은 거래를 해 보았지만 이렇게 맹한 경우도 처음이었지만 그 맹함을 지워 버려준 본인확인증명서라는 제도.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더군요.

 

 

본인확인증명서

 

 

 

 

2. 명륜진사갈비 사장님 이야기

아침 일찍 서둘렀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딸아이를 만나 점심을 먹기 위해 탕정역 인근에 있는 명륜진사갈비 고깃집을 가게 되었지요.

12시 즈음에 들어갔는데, 넓은 홀에 몇 팀이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딸과 저는 진열된 음식들을 조금씩 조금씩 가져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명륜진사갈비가 몇 년전에 이전과 달리 좀 더 고급지게 탈바꿈했었는데 이 집은 그런 면에서 뭔가 더 세련되고 맛도 있었습니다.

그곳에 1시간 반 정도 딸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했었지요.

 

그런데 딱 보아도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여자 한 분이 홀 테이블과 의자를 닦으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기 사업장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성실함이었지요.

그런데 식사 도중 여러 차례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그 분, 매우 심각한 얼굴이었습니다.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고 미간은 다소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었지요. 얼핏 보면 ‘화가 난 게 아닌가?’할 정도 였는데, 그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화날 일이 없었기에, 혹시 일하면서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하거나 아니면 생각보다 장사가 안 되어서 마음과 몸이 피곤해서 최대한 힘을 적게 쓰면서 일하려고 무표정해진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대낮부터 숯불 고기 먹으러 가는 시즌은 아닐 것이기에 ‘평소보단 이래저래 힘들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 좀 안 되어 보이기도 했지요.

 

이제 계산하고 나올 때에 일부러 그 분 여사장님께 크게 말했지요.

“제가 여러 명륜진사갈비점들을 가곤 했는데 여기가 가장 고급지고 맛도 좋은데요! 오늘 아주 잘 먹었어요.”

이 말을 들은 여사장님, 입꼬리가 올라가며 얼굴이 환해지더군요.

 

‘와, 환하게 웃으니 얼마나 보기 좋아’

성격적으로 내향과 사고가 높아 매우 섬세한 분이신 것 같은데, 고객이 대놓고 칭찬을 하니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었나 봅니다.

힘내라는 뜻에서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부르더군요.

그러더니 뭔가를 꺼내 두 개를 주더군요. 여름에 의자에 깔고 앉으면 시원한 방석이라고 하더군요.

얼떨결에 두 개를 딸애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선물을 주는 얼굴이 정말 밝고 아름답더군요. 비지니스용 웃음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주는 선물, 제 마음도 덩달아 더 환해지더군요.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한다’가 아니라 ‘작은 덕담이 사람을 환하게 웃게 만든다’,

그리고 ‘마음을 꾹꾹 담은 선물도 받는다‘란 기분좋은 경험을 했지요.

 

딸애와 함께 그늘진 편의점 벤치에 앉아 냉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더 나누다 혼자 집으로 돌아와 방석을 제 의자에 깔고 앉아 보았습니다.

 

 

 

 


엉덩이를 시원하게 하는 방석. 이 
방석에 앉을 때마다 오늘 일이 생각날 듯 하네요.

더운 날 좀 더 시원하게 사는 방법, 없을까요? 🙂 

 

 

 

“본인확인증명서와 명륜진사갈비 사장님 이야기_이 남자가 사는 법(1)”의 1개의 댓글

  1. 핑백: 임종령 동시통역사 강연 & 안면도 나들이 이야기_이 남자가 사는 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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