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성경공부‘란 타이틀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어제부로 31회 연재를 했더군요. 처음에는 ‘초급자 성경공부’란 타이틀을 붙였다가 중도엔 ‘평신도 성경공부’라고 했다가 이젠 ‘매일성경공부’란 타이틀로 정착을 했습니다.
처음엔 ‘매일성경공부’는 제 자신에게도 부담스러움이 있었기에 엄두를 못냈는데, 연재를 하다보니 만드는 사람 쪽에서는 대단히 부담스럽지만 공부하는 사람 쪽에서는 뜨문뜨문 공부하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가 있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생각하게 된 동기는 ‘신경과학’과 관련됩니다.
1. 신경과학과 성경공부
신경과학에서 인간의 기억을 크게 작업기억, 절차기억, 서술기억으로 나눕니다.
작업기억은 인간이 자신의 약 몇 십초 전의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과 관련됩니다. 즉 인간의 뇌의 기억용량이 한계가 있다보니 책을 보더라도 약 20초 전의 것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흘려 내보내게 되지요. 이것을 작업기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교회에서 목회자 설교를 듣더라도 설교가 끝나면 머리 속에 의외로 남는 것이 없게 되고, 있더라고 정리가 안 되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뇌의 작동방식과 관련이 되는 것이지요.
절차기억은 흔히 ‘몸이 기억한다’는 것과 관련되는 것으로 주로 반복적으로 훈련된 행동 등은 자신도 모르게 그 행동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그렇게 반복 훈련시키는 이유가 바로 절차기억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느낌과 관련된 장기기억은 주로 서술기억과 관련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의 상처, 행복 등은 공부를 안 해도 저절로 기억나는데 해마는 감정이 포함된 스토리를 좋아하기에 별 노력없이도 뇌에서 장기기억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것도 서술기억을 만드는 것과 관련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망각곡선을 이겨내는 노력에 의해 가능합니다.
2. 성경공부와 관련된 여러 기억들
젊은 시절, 성경을 평일에 하루 세 장, 주일에 다섯 장을 읽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성경을 꽤 읽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성경을 읽었을 때 일종의 의무감으로 읽었습니다. 안 읽으면 죄를 짓는 찜찜함, 그렇다고 긴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으니 속독으로 읽고 하루 할당량을 마쳤다는 안도감을 가지곤 했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방식으로 읽은 성경들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서술기억 방식이 아니라 작업기억 방식으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으면 뇌는 삭제하고 또 읽으면 삭제하곤 했다는 것이지요.
교회에서 필사를 장려하는 경우도 많은데, 저의 경우 필사를 하게 되면 손목이 저려 많이 하지 못합니다. 또한 이상하게 성경말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필사에 집중하는 현상이 일어나더군요. 쉽게 말해 할당량 채우기, ‘이렇게 나는 정성스레 필사했으니 어찌됐든 하나님은 알아주실거야.’ 이런 마음은 드는데 실제 그 말씀이 생동력있게 살아나지 못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씀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의 생활을 하려면, 무엇보다 성경말씀을 기억하는 작업이 중요할 것입니다.
젊은 시절, 교회대학부에 있었을 때 성경암송훈련을 많이 받았습니다. 암기력이 많이 딸리는 저로서는 환장하는 시간이었지만 어찌됐든 지금 암송할 수 있는 성경말씀들은 대부분 그때 외운 말씀들인 것 같습니다.
무조건 암기. 그런데 이 방식은 엄청난 시간투자와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그 용량이 적은 편입니다. 또 잘 외워지지 않는 성경구절들도 많았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그 성경구절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더욱 그렇더군요.
그러므로 성경을 서술기억으로서 기억하고자 한다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경을 잘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하나님의 생각과 느낌 등을 잘 헤아려야 하는데 이것이 되려면 마치 학교에서 공부하듯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 이해되면 될수록 그 만큼 기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3. 뇌를 창조하신 분은 하나님
왜 신경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냐면, 인간의 뇌를 창조하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인간의 뇌를 창조하셨을까’ 생각해보니, 뇌를 통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의 작동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뇌세포에 없는 기억을 갑자기 인간의 뇌 속에 입력시키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시스템에 따라 기억을 하도록 한 것이 창조의 원리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혜사 성령님께서 하시는 일 중 ‘자신이 말한 것을 생각나게 하시고 깨닫게 하신다’라고 했습니다. 성령님이 우리의 머리에 무언가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것을 기억나게 하시고 깨닫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이를 적용한다면 우리는 성경 말씀을 읽고 기억하고 있어야 하며, 그 이후에 성령님께서 그 말씀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신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즉 우리의 역할은 노력함으로 성경말씀을 이해해서 서술기억으로 기억하는 것이고, 성령님은 그 말씀을 필요한 순간에 기억하게 하시고 깨닫게 함으로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지요.
성경공부교재를 만들면서 신경 쓴 첫째는 성경의 이해중심입니다. 일단 이해해서 기억할 수 있도록 하자입니다.
4. 성령하나님의 역할
그런데 기억만 하는 경우에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깨달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 말씀은 왜곡될 수 있고 자칫 신념화될 수 있습니다. 신념이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무언가로 체계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생각과 느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꽤 좋아보이고 대단해 보여도 잘못된 오류들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이 신념은 하나님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면 말씀을 깨달을 땐 믿음이 생깁니다. 이때 깨닫는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즉 믿음은 나의 기준으로 볼 때 외부에서 즉 성령님이 나에게 깨닫도록 자극을 주심으로 이를 바탕으로 나의 내면의 생각과 느낌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령님의 자극이 나의 생각과 느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성령님이 인간의 자아를 조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님은 우리를 그 말씀에 초대한다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5. 효과적인 매일성경공부 방식
이를 ‘매일성경공부’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성경공부는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본문 줄거리
(2) 주요 등장인물
(3) 주요 사건 혹은 내용
(4) 말씀을 따라 느끼며 살아내기
(5) 성경말씀을 따른 기도문
위의 내용 중 (1) 본문줄거리, (2) 주요 등장인물, (3) 주요 사건 혹은 내용은 서술기억을 하도록 이해를 돋구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말씀을 따라 느끼며 살아내기, (5) 성경말씀을 따른 기도문은 나의 내면에 감춰진 부분을 성령님께 꺼내어 의뢰함으로 성령님께서 나를 위해 중보하도록 한 부분입니다. 왜 이 부분이 필요하냐면 성령님의 역할 중 중보가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의뢰하고 맡기는 것이고 성령님이 하실 일은 우리를 성부 하나님께 중보하시므로 우리에게 실질적인 유익을 주십니다.
이제 창세기의 창조시대와 족장시대를 마쳐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있습니다. A4용지로 약 200페이지가 나오더군요. 이제 출애굽기에서 신명기까지를 대상으로 출애굽시대와 율법시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또 책 한 권이 나오겠지요.
이 작업은 저에겐 고될지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나시면 제가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기쁨과 인내를 가지고 계속 연재할 수 있도록 기도 역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성경공부를 계속 잘하심으로, 서술기억을 만드는 것은 물론 성령하나님께 의뢰함으로 실로 큰 유익을 취하시길 기대합니다.
매일성경공부는 주일 밤, 월 밤, 화 밤, 목 밤, 금 밤에 가능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