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나의 아저씨 12화 중 박동훈과 윤희, 부부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아저씨 11화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전의 내용을 잘 아신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나의 아저씨 12화,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나의 아저씨 12화 대사 속 심리 이야기
#1.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회상1
아내가 자신의 불륜을 동훈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다음 날, 동훈은 조기축구회 시합을 위해 정희네집에 있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머리엔 어제 아내 윤희와 있었던 일들이 자꾸 생각나지요. 모른 척 꾹꾹 숨겨 두었던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여러 차례의 회상 신이 나오는데 첫번째 회상 내용이며, 동훈의 이야기 중심에는 크게 두 가지의 관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내가 당신에게 대단히 못난 사람이라고 쳐. 그래서 능력 좋은 딴 남자가 필요했다고 쳐’라는 접근 방식. 그런데 ‘하필 내가 싫어하는 그 놈이야’라는 것이지요.
동훈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과 불륜을 저지른 것, 이것은 박동훈의 스트레스를 더욱 촉발시켰을 것입니다. 그 만큼 박동훈는 더욱 참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인간의 내면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격발하게 하는 심리적 단추가 있을 수 있는데, 동훈에게는 도준영이란 사람이 그 단추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윤희는 그 단추를 계속 건드린 것이며, 그로 인해 동훈은 심리적 외상이 매우 크게 발생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아들 ‘지석’이. 지석이 애 아빠인 나를 망가뜨리면 결국 지석이가 망가지는 것이란 접근 방식. 엄마로서 아들을 망치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접근방식은 가족중심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박동훈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방식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 자체가 박동훈은 불가능하고, 가족인 타인이 자신으로 인해 희생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고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은 타인이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윤희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2.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회상2
동훈의 이야기는 자신은 아내를 위해서도 희생해왔다는 항변에 해당됩니다. 맞벌이 부부인 아내가 힘들어 할 수 있는 가사를 돕는 역할과 가정에서 아내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억제해왔던 것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배려를 스스로 알아서 해 왔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동훈은 아내를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는 동훈의 자기 변호와 함께, 나는 그렇게 애를 썼는데 너는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질책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박동훈의 회상1과 회상2 내용에서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내용들은 모두 박동훈 자신 입장에서의 내용입니다. 윤희 입장 특히 윤희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윤희의 내면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자신은 피해자이고 당신은 가해자란 인식입니다.
박동훈의 내면에는 자신이 희생하면 괜찮을 줄 아는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므로 자신은 희생자란 심리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는 타인이 자신으로 인해 희생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3.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회상3
위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가족에 대한 관점이 현저히 달랐음을 시사합니다.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일종의 신념에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나는 어떤 가정을 이루고 싶어”와 같은 것이지요.
윤희는 남녀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이전 원가족과 심리적 분리 혹은 독립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새 가정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인 반면, 동훈은 결혼을 하더라도 원가족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 가족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의 차이는 애초에 많은 갈등을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동훈은 자신의 신념을 우선으로 하고 아내의 신념을 무시하거나 외면해 왔던 것입니다. 설령 원가족을 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합의를 보고, 조화를 이루어야 했을 것입니다.
또한 윤희에게 자신의 가족을 위해 희생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윤희는 이와 같이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수용이 되어야 하는데 윤희는 이것이 없이 무조건 강요당한 느낌이었던 것이지요.
동훈은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 윤희는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정서적 결핍을 느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4.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회상4
이러한 신념의 차이와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해소하는 방안으로서 이사하는 것을 시도했었으나 동훈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다독이는 애정표현이 없었던 것이며, 결국 아내는 이러한 자신의 심리적 박탈감이란 심리 보상을 위해 자신을 매우 사랑해주었던 도준영을 찾아가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도준영은 자기를 버렸던 여자가 이젠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고 이를 통해 자기 보상으로 윤희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도준영이 윤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윤희는 ‘가족에 대한 신념이 다르고 정서적으로 결핍된 동훈’을 결국 떠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보상받기 위해 도준영에게 매달렸기에 그녀 역시 도준영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도준영은 자신을 이용한 사람이고 박동훈은 일관성있게 자기 행복보다는 타인을 위해 희생을 해왔었기에, 자신이 동훈을 배신함으로서 동훈의 상처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컸을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고 이로 인해 윤희는 죽고 싶을 정도로 동훈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것이지요.
#5.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회상5
윤희는 이러한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고 인정했기에 용서를 구했으며, 동훈의 상처가 대단히 컸음을 느꼈기에 자신에 대한 모든 처분을 동훈에게 맡깁니다.
이로 인해 동훈은 심리적으로 좀더 진정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어렴풋이 ‘끝내야 할 지’와 ‘진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 당시부터 다시 새출발하는 것이 좋은지(갈아엎을 지)‘ 현재로선 혼란에 빠져 있음을 표현했지요.
또한 이전엔 모른 척하면 되었지만, 이젠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임과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들은 동훈과 윤희가 부부싸움을 하면서 나누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는 이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다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자기객관화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즉, 자신의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이를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 되지요. 그러하기에 드라마에서 회상 신을 여러 차례로 쪼개어 보여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객관화는 단시일에 되지 않으며 시간을 두고 계속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동훈이 겸덕을 찾아가서 겸덕의 조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 보려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면, 윤희와의 이야기를 다시 돌아봄으로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뜻도 됩니다. 그럼으로 이 장면들은 동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임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박기훈의 양심고백
상훈, 동훈, 기훈 삼 형제 중 기훈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전체 중 기훈의 장면은 화가 가득찬 사람이었습니다.
상훈은 마음이 여리고 슬픔이 많은 사람, 동훈은 감정을 억제하는 사람, 기훈은 내면에 화가 많은 사람으로 표현되어 왔지요.
기훈이 왜 그러한 심리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자신이 천재감독임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을 가스라이팅 했던 것, 그것이 결국 부끄러움을 넘어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고 그 죄책감에는 자기 역겨움과 자기분노가 있었으며, 이러한 자기 역겨움과 자기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타인에게 분노를 쏟는 형태’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던져 버리는 심리를 가지는데 이것을 방어기제 중 ‘투사’라고 합니다.
기훈은 이러한 방어기제를 계속 사용해왔으며,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나쁜 사람’이라는 심리가 더욱 강해졌고 그로 인해 스스로 망가져 왔던 것이지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투사를 하는 사람은 만만한 사람을 본능적으로 잘 찾는데, 기훈이 본 만만한 사람이 바로 최유라였으며, 현재 감독 역시 그러한 희생양으로서 최유라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지요.
드라마에서는 기훈의 고백이후에 두 사람이 오히려 사귀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이 드라마가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어진다면 이들은 ‘과연 행복해 졌을까 아니면 파국을 맞이했을까?’란 생각이 들게 하였지요.
2. 나의 아저씨 12화 정리와 소감
나의 아저씨 12화, 제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 16화 중 가장 절정에 이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아저씨는 상처입은 두 사람, 박동훈과 이지안에 대한 이야기지요. 특히 이번 화는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심리가 배우자에겐 어떤 비극을 만들게 했는지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심리문제는 새로운 심리문제를 낳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은 관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심리문제는 타인,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새로운 심리문제를 낳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문제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왔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나의 아저씨 12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갈아 엎어야 할지’ 였습니다.
이 문장은 동훈이 자신은 물론 두 사람의 문제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포함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동훈은 처음엔 타인에게 ‘알려진다, 아니다’를 중요하게 봤었지만 이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것입니다. 또한 부부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느냐, 윤희에게서 찾느냐, 혹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또한 저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신념으로 살아왔었는가란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신념을 그들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닌지, 정서적으로 그들을 공감해주며 살아왔는지 더욱 생각하게 되었으며, 참 미안한 마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나의 아저씨 13화로 만나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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