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님과 아이유님이 주인공인 ‘나의 아저씨’를 인생드라마로 꼽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성인남성들이 그러한 경향이 많아 보이는데요.
이선균님이 사망한 후 페이스북에서 어느 분이 올린 글을 보았는데, ‘나의 아저씨를 본 남성은 이선균씨에게 빚을 진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가 무슨 짓을 하든 한번은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했더군요. 그 글에 ‘맞아’라는 심정적 동의하는 마음이 생기더더군요. 저 역시 그 드라마를 보면서 묘하게 제 마음이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왜 한국남성은 나의 아저씨를 보고 감명을 받았을까요? 이에 대해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와 다를 바 없는 ‘나의 아저씨’ 박동훈 (회사에서)
40대 중반인 박동훈은 삼안E&C의 안전진단 3팀 과장으로 건축구조 기술사로 나왔습니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회사내에서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체질적으로 사내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하였고 이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어느 회사든 직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적어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자리가 적어질수록 실력 외 다른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맥이 되지요. 회사에서 인맥을 구축하고 그 인맥을 통해 사내에 어떤 영향을 미쳐 자신들이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을 사내정치라고 부릅니다. 어느 사회든 이런 사내정치가 있으며 이를 주도하는 그룹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대부분은 박동훈과 비숫하지요. 회사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으며 자신이 맡은 바 일에 그저 충실한 편입니다. 또한 그런 측면 때문에 박동훈과 같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직장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직장인들이라면 박동훈이 당했던 회사 내 횡포, 자신도 당해봤거나 가까운 타인들이 당했었던 경험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더욱 박동훈의 상황을 공감할 것입니다.
2. 나와 다를 바 없는 박동훈 (가정에서)
박동훈의 아내는 박동훈의 학교후배이자 박동훈 회사의 간부인 도준영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동훈은 그 사실을 모른 척합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떡해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매우 답답한 현실에 갇혀 있는 박동훈을 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성인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살아오고 있지만 각자마다 다양한 이유로 아내와 서먹서먹하거나 마음 속에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문제를 꺼내놓고 해결하기도 어렵고 이혼하는 것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어정쩡한 상태로 살아가는 부부들이 있는 것이지요.
드라마와 동일한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많은 중년부부가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 부부들은 자신들 문제들을 자녀들이 결혼한 이후로 미루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며 그 사이에 회복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계가 서로 회복되기 보다는 그 상태를 노인시기까지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황혼이혼하는 경우가 많아지지요.
박동훈의 가정도 이런 상황에 있다가 그 사실을 모두 알게 되지요. 결국 아내가 미국으로 떠나 두 사람이 별거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지요.
3. 형제 등 원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본 박동훈
외견상 가장 괜찮아 보이는 박동훈과는 달리 형과 남동생은 어머니에게 빌붙어 살고 있습니다. 두 형제는 어머니의 근심뿌리이기도 하지요. 박동훈은 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며 근심을 달래는 것이지요.
성인 남자 형제들은 쉽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관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서로 싸우기도 했고 경쟁관계이기도 했으며 여전히 비교대상이 되는 관계이기도 하지요.
또한 어른이 되어 각자 사회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소원해 지기도 합니다. 가정 모임이 있을 때나 전화할 지도 모릅니다. 또한 형제 중 아직 사회에 자리잡지 못하거나 실패하여 힘든 상황의 형제를 보면, 도와주고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기에 안타까움과 분노 같은 양가감정이 일어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제 많은 사람들의 형제관계는 매우 가깝고도 먼 사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은 박동훈의 형제들을 보면 자신의 형제들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들이 술자리를 많이 가지며 여전히 티걱태걱하는 것을 부러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데 정작 형제들과 이미 많이 멀어져 있는 자신을 볼 때 더욱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4. 동네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본 박동훈
박동훈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 한 지역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동네 조기축구회 멤버이기도 합니다. 이들과의 관계는 회사 등 계약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전혀 느낌이나 실제 관계가 다릅니다. 이들은 특별한 이해관계도 거의 없으며, 어린 시절부터 이것저것 서로 다보면서 자라왔기에 숨길 것도 없으며 친밀감이 대단히 높습니다. 박동훈은 바쁘게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이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 온 것입니다.
한국성인남자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향을 떠나는 등으로 가까웠던 친구는 물론 동네 지인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나이가 들면들수록 친구가 그리워지지요. 하지만 막상 오랜만에 만나 보면 이미 서로의 거리가 멀어져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이들은 박동훈과 조기축구를 하거나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를 챙겨주는 동네사람들을 보면서, 고향의 향수는 물론 동네 친구, 동네 형, 동생, 아저씨 아주머니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박동훈이 은근히 부러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소속애정욕구가 있는데, 소속집단 중에는 고향과 같이 같은 뿌리인 소속집단에 대해 더 가치있게 여길 것입니다. 같이 자라면서 형성된 정서와 친밀관계가 그립기 때문이겠지요. 사람들이 나이들어 사회단체나 클럽에 많이 가입하곤 하지만 그 기간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탈퇴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서로 공유한 정서와 친밀감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소속이 있는 박동훈이 매우 부러울 수 있을 것입니다.
5. 능력발휘하는 박동훈
박동훈은 건축구조 기술사입니다. 그는 기술사로서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평소에는 이것이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을 때 자신의 건축구조 기술사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성인인 남자는 일반적으로 회사 혹은 자기사업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박동훈이 자기 능력으로 자신의 문제를 헤쳐 나갔듯 자신도 그러하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들의 삶의 기반은 결국 자신이 축적해온 능력이 되므로, 자신에게 몰려온 고난들을 자신의 능력으로 헤쳐 나가 결국 그것을 너끈히 이겨낸 것에 대단히 자부심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들은 박동훈이 자신의 능력으로 그 문제들을 멋지게 해결한 것에 그 무엇보다 높은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6. 회사퇴직하고 자기사업하는 박동훈
박동훈은 회사내 적들의 모함을 모두 물리치고 회사에 복직하며 임원이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회사는 더 이상 미련을 가질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염증이 생긴 것이지요. 그는 당당히 회사에서 나와 자기사업체를 꾸립니다.
회사가 크든 적든, 그 회사의 소속원들은 회사내에서 서로 협력과 경쟁, 더 나아가 사내정치 등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빠져 나오면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어 보이지요. 그 회사에 다닐 땐 그것이 삶의 전부마냥 여겼는데, 이젠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기 시작하지요.
그렇지만 그 집단을 자기 발로 당당히 나오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4~50대의 경우 자기발로 당당히 나오기 보다는 회사에서 밀려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동훈은 로망이자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7. 타인을 진심으로 돕는 선한 마음의 박동훈
이 드라마에서 박동훈은 상처받은 한 영혼 이지안을 돕습니다. 자신도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그녀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자, 그녀의 상황들 파악하고 그녀를 실질적으로 도우려고 노력하지요. 또한 거기엔 어떤 사심도 없습니다.
한국성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글같은 사회에 점점 매몰되어간다는 것이며, 그 만큼 타인의 사정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앞가름 하기도 어렵고 점점 자기의 상황에 갇히게 되면, 힘들어 울고 있는 옆사람도 잘 보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나 착한 본성이 있기에,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땐 자책하는 마음이 들지만 여전히 이를 외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 복잡한 심정이 될 것입니다.
한국성인남자가 이 드라마에서 항상 진지하면서도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지안을 바라보는 박동훈을 바라보면, 뭔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비록 제대로 못하지만 나도 언젠간 그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란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이지요.
위의 7가지 내용과 같이, 한국성인남자는 ‘나의 아저씨’인 박동훈이 자신과 같은 현실세계에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으며, 그의 주변에 그를 챙겨주고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음에 부러운 마음이 들 수 있으며, 한편으론 그가 고난을 이겨내는 것을 보며 용기를 얻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 역할을 100% 이상 해낸 이선균 배우, 그가 ‘아이유의 아저씨’이기 보다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의 ‘나의 아저씨’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사람들이 ‘나의 아저씨’란 드라마를 한동안 더 많이 찾겠지요. 그리고 박동훈의 상황이나 정서에 공감하면 할수록 故 이선균님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 같군요. 죽어서도 살아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배우의 진정한 가치이자 그가 왜 저 하늘의 스타인지를 확인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또한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란 이름이 영원히 이어질 근거가 되겠지요.
아, 저는 비보를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몰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드라마니, 꼭 보라는 이야기를 벌써 들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보기 시작했지요. 볼 수록 맘이 참 많이 아프다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드라마 속 캐릭터의 강렬하면서도 마음의 내면을 깊이 울리는 표정과 대사들은 ,이제야 본 탓도 있겠지만, 이미 강을 건너 별이 되었기에 더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왜 우리는 운명을 달리할 때, 그 분의 말, 표정, 눈빛들이 우리들 마음 속에 더 영롱하게 더 깊이 머무르게 되는걸까요?
죽음은 늘 삶의 언저리에서 우리에게 수많은 신호들을 보내고 있지만, 긴 세월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수히 흘려보냈다가 어느 순간 아주 가까이 다가왔을 때, 또 선망하던 누군가가 소천한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분의 메시지를, 또 삶이 주는 교훈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아저씨’ 작품 속 명대사들 속에도 수많은 지혜가 담겨있었지만, 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녹여내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얽힌 실타래같은 인생일지라도 ‘나의 아저씨’를 만나 하나하나 풀어내는 ‘이지안’ 처럼, 또 드라마 속 각각의 케릭터처럼 새해 나의 인생도 옷매부새 새롭게 하며 ‘나의 아저씨’가 되어줄 가족, 그리고 지인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경청하며 삶에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20년 후 이 땅에 더이상 내가 없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질문도 해보게 되네요.
우리 모두의 아저씨가 되어준 이선균님, 먼 하늘나라에서는 더이상 고통 없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이 곳 한국땅에 더이상 거짓된 삶이 없게 하시고, 모두가 진실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어둠을 환히 비춰주시길 빕니다.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핑백: 드라마 나의 아저씨 작가가 장치한 포인트 이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