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는 16부 작품입니다. 이제 절반을 마쳤습니다. 이 블로그는 제목과 같이 대사 속에 숨겨져 있는 인간심리를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 개제하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나의 아저씨 1~4화. 나의 아저씨 5~6화를 포스팅해두었어요.
앞의 내용을 안 보신 분은 이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시고 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 7화와 8화의 나의 아저씨 등장인물의 심리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나의 아저씨 7화 심리이야기
#1 동훈의 준영과의 담판
장회장이 동훈과 준영을 캠핑장에 불렀습니다. 장회장은 동훈을 상무로 승진시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요. 장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동훈이 학교후배였던 준영에게 아내인 윤희와 조용히 헤어지라고, 윤희에겐 내가 안다는 사실을 절대 비밀로 하라고 합니다. 아내의 외도를 조용히 덮고 지나가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조용히 덮는다고 덮어지지 않는 문제일 것입니다. 실제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내의 회개와 용서구함이 있어야 하며 동훈의 마음의 응어리와 상처가 치유되어야 실제 부부로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동훈은 ‘혼자서 무한적으로 참고 견디겠다’는 자기희생과 회피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의 심리도식과 대처방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엿볼 수 있는 것이지요.
#2 지안의 ‘네 번’의 의미
이지안의 이 말은 동훈과 밥과 술을 마시면서 자연스레 자신에게 형성된 신념에 대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 신념은 ‘사람을 믿지말라’입니다. 이 신념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잘해줄 때 그는 상대방을 밀어버리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밀어냄을 얼마나 버티나를 테스트합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래서 너를 믿지 못하거든’이라고 하며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요. 자신이 맞다고 하며 타인을 불신하는 신념이 더욱 공고해집니다.
이지안은 네 차례 테스트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고 합니다. 지안이 얼마나 사람들을 불신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또한 지안이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그럼에도 동훈은 이 테스트를 통과한 유일한 사람이란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칭찬같은 이야기지만 알고 보면 섬뜻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이지요.
#3 동훈이 지안을 잘 해주는 이유
동훈은 ‘그 테스트의 기준이 너무 높다. 한 번만 통과해도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테스트를 네가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내가 너에게 잘해주는 것은 그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네가 고마워서 사주는 것 뿐이다’라고 합니다.
이 말 속엔 지안이 5천만원 상품권을 버려줘서 자신이 회사에서 잘리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이지안이 자신과 이렇게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고마운 대상이란 마음을 전한 것이기도 하지요.
#4 유라의 안도감
박동훈의 동생인 전직 영화감독인 박기훈을 좋아하는 영화배우 최유라의 푼수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네요.
그 동네에서는 서로가 다 망했기에 ‘망했다’란 이야기는 금기어였을 것입니다. 그저 다들 모이면 술 한잔 마시면서 조기축구하면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좋아 모이곤 했을 것입니다. 잠시나마 살아있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유라는 그게 보기 좋다는 것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고 합니다. 더구나 자신도 그렇게 되어도 그렇게 하면 불행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망한 그 곳에도 서로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불행한 인생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들리는군요. 자연스레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며 새로운 힘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5 지안과 윤희의 만남
도준영은 박동훈에게 박동훈의 아내 윤희에 대해 까발리려면 까발리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에 동훈은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선언하지요. 하지만 이 문제의 당사자인 윤희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여기에 윤희마저 동훈을 버리면 동훈은 상처만 받기만 하고 상황은 악화일로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을 안 지안은 직접 윤희를 찾아가 도준이 자기에게 말했던 것을 녹음한 내용을 들려줍니다.
“모르나 본데, 남자들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여자가 유부녀야. 자기가 자기 입으로 떠벌리고 다닐 리 없는 여자. 그리고 지금 상황에선 헤어지는 것보다 계속 만나는 게 안전해. 아직 열기가 떨어지지 않은 여자, 함부로 내쳤다간 더 골치 아파” 도청된 내용을 들려줍니다.
동훈과 준영과 윤희는 같은 대학의 같은 동아리 출신들. 동훈과 준영은 윤희를 가운데 둔 연적관계이었지요. 결국 동훈과 윤희가 결혼했지만 동훈은 윤희와 아들 지석에게 시선을 주기 보다는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더 시선을 줍니다. 온전한 사랑을 받길 원했으나 그렇지 못했던 것입니다. 윤희는 옛날 자신을 사랑했던 준영을 찾아가 그들의 관계가 다시 시작되었고 자신은 준영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준영은 그게 아니었지요. 오히려 동훈을 날리고 윤희를 버리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것이지요.
윤희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너무 외로우면 자신도 모르게 불나방이 되기 쉬우며 그것을 합리화하다가 결국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윤희는 여전히 동훈은 이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은 준영에게 당한 피해자란 감정에 매몰되어 갑니다. 동훈의 생각인 ‘자기가 모른다고 윤희가 알고 자신만 참으면 해결될 것’이란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내용이기도 하지요.
#6 지안의 달리기
이지안과 박동훈이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이전까지는 같이 술을 마셔도 자작하였으나 이때는 서로 잔을 부딪히며 마십니다. 또한 이전에는 서로를 보아도 웃는 장면이 없었으나 비로소 서로를 보며 웃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로가 이제 마음이 열리고 편해졌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지안이 말한 이야기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멈춰 있을 때는 온갖 잡념과 왜곡된 심리상태에 빠져 버리는 지안. 하지만 달릴 때는 이러한 지안이 아니라 정말 ‘이지안다운 이지안’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녀의 순수한 모습이 그 내면에 살아있음을 의미하지요. 자신이 찾아야 하고 회복할 수 있는 지안을 그녀가 뛰지 않아도 언젠간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해주는 장면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둘이 서로 웃으며 대화를 밖에서 광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광일의 눈에 불이 나지요.
나의 아저씨 8화 심리이야기
#1 물리학의 내력과 인생의 내력
그들이 맥주집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며 대화를 나눈 이야기입니다.
건축물의 외력과 내력. 건물의 내력이 밖에서 건물에게 주는 외력보다 더 세야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맞는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인생에 있어서 외력과 내력은 무엇일까요? 동훈은 처음엔 내력이 남들이 흔히 말하는 재물이나 사회적 위치 등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런 것이 다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른다고 답한 것이지요. 가장 똑똑한 친구 겸덕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돼 보겠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박동훈이 사용한 실제 내력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참는 것으로 보입니다. 밖에서 몰아쳐 오는 모든 자극들에 대해 참음으로 반응해왔습니다. 이것이 현재 그에게 있어 가장 센 방법이었던 것이지요. 또한 참는다란 것은 ‘아무도 모르면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회피방식과 관련되지요. 하지만 이 방법은 참는 것을 모두 모아서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이 높지요. 참는 것을 심리에서는 ‘스탬프를 모은다’라고 합니다. 가게에서는 10번 도장 찍으면 선물을 주지만, 여기선 폭발한다는 의미이지요. 매우 위험할 것입니다.
#2 달리기가 세보인 이유
박동훈은 친구인 겸덕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인간이 돼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박동훈은 가족들을 위해 가지려고 했지요. 처음엔 겸덕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젠 좀 이해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달리기와 연결핵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가 무의식 중에 ‘달리기’가 가장 세 보였다는 것은 달리기는 겸덕의 말과 같이 물질 등을 소유하려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또한 달리기가 잘 참아야 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달리는 동안에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므로 ‘나다운 나’를 회복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린 것으로 보입니다. 지안이 말한 내용이지요.
이 장면이 나온 이유는 박동훈의 대변신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이제부턴 모르는 척, 아닌 척하며 참지만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그의 내면의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지요.
나의 아저씨 7~8화 소감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심리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의 내면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두 주인공은 이전에는 전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겨를도 힘도 없었지만, 둘이 서로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에 안정감도 가질 뿐만 아니라 자신을 점점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나의 아저씨 7~8화는 그런 점에서 볼 때 내면의 변화가 문제해결의 변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우리의 마음과 심리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다음화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지는군요. 곧 나의 아저씨 대사속 심리이야기 9화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핑백: 나의 아저씨 대사 속 심리이야기2 (5~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