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글을 아내의 사망 이후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란 저의 감정을 분석하며 제 마음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사례로 남기고자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이 글은 앞에서 작성한 아내의 빈자리와 나의 심리분석 2번째를 이은 글이 됩니다.
1. 부정적인 인정자극
아내가 실종되었을 때부터 제 마음에 자리잡은 감정 중의 하나는 미안함이었습니다. 이 감정을 다른 이름으로 말한다면 부끄러움입니다.
모든 부부가 사는 것이 그렇고 서로 미안함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저의 미안함을 지금 돌이켜 곰곰이 살펴보니, 이유있는 미안함이었지요.
사람과 사람이 교류를 할 때 상호간 인정자극을 주고 받는다고 했었습니다.
이때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주고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주고 받을 수도 있겠지요.
또한 사람이 교류를 할 때 언어와 비언어를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실제 언어가 강력해 보이지만 실제론 얼굴표정, 몸짓, 말투, 태도적인 것들과 같은 비언어들이 더 큰 영향을 주지요.
아무리 말을 좋게 하더라도 얼굴표정이 굳어져 있다면, 상대방은 부정적인 인정자극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부정적인 인정자극이란, 쉽게 말하면 ‘팩트 지적’ 혹은 심하면 ‘팩트 폭격’이 됩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아픈 말인데 맞는 말이기에 뭐라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거릴 수 있는 것이지요.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받는 쪽에서 그 내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자신에게 약이 되도록 적용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인정자극을 준 사람들의 의도와는 달리 마음고생이나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보다 훨씬 심하게 상대방을 휘청거리게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악질적인 말이지요. 상대방의 마음을 찔러 대어 아예 못 일어나도록 만드는 말들이지요. 매우 독한 말이나 그런 비언어들입니다. 이것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좋게 마음을 먹고 안 먹고 할 것 없이 무조건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를 에릭 번이란 심리학자는 라켓 감정(Racket Feeling)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휘둘림’이라고 표현합니다. 휘둘림 당했다는 뜻이지요. 을인 사람이 갑인 사람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당하거나,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도 적용될 수 있겠지요.
2. 나의 부정적인 인정자극과 미안함
제가 아내에게 미안함이 많은 것은, 더 잘해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내에게 가끔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준 것, 즉 ‘팩트 지적’을 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온다고 하면 힘들다고 하면서도 새벽부터 일어나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빵을 굽고 쿠키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럴 때 몇 차례 ‘당신 힘들면서 왜 이렇게까지 해?’라고 했었지요.
그래도 바뀌지 않았기에 제가 포기하고 아내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태도로 바뀌긴 바뀌었지만, 아마도 저의 비언어는 아내를 못마땅하게 보았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결국 바뀌지 않을 것을 여러 형태로 지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는 저에게 ‘아 그렇구나’라고 말해달라고 했었지요.
자신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내의 행동이 저의 마음과 일치할 때는 ‘아 그렇구나’가 쉽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제 얼굴에는 ‘왜 그렇게 하지?’란 것이 비언어로 표시되었을 것입니다. 아내는 직관이 매우 발달한 사람이기에 이를 놓치지 않았겠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0년 즈음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아내에게 ‘휘둘림’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상담 공부를 한 저의 가장 큰 변화가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아내의 말처럼
‘아, 그렇구나!’
이렇게 말하고 그저 지켜봐 주거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버리면 될 것을,
은연중에 한마디 한 것들이
전부 미안함으로 몰려왔던 것이지요.
3. 상황으로 인한 팩트와 미안함
또한 돌이켜 보니, 상황에 대한 팩트로 아내의 기쁨을 제가 막아버린 사건이 있었지요.
저희 연구소가 한 동안 유튜브를 했었지요. 자코연TV란 이름으로, 글이나 음악들, 심리글들을 꾸며서 활동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한 것과는 달리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더욱 어려웠던 것은 돈은 지속적으로 들어가나 아웃풋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상을 쫓다가 현실에게 외면당한 꼴이지요. 결국 그것을 그만 접기로 했습니다.
유튜브를 할 때 아내는 주로 나레이터 역할을 했습니다. 100여편의 유튜브 콘텐츠 전체는 모두 아내의 목소리가 덧입혀 있는 것이지요.
사람들에게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했던 아내였지만, 이 작업은 나름 즐거워했었지요.
그녀의 목소리가 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던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런 댓글이 많았으니까요.
그것을 “더 이상 하지 말자” 했을 때, 아내는 순순히 받아들였지요.
하지만 그것은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받는 것 만큼이나 아내의 기쁨을 빼앗아간 것이 된 것이지요.
말은 전혀 없었지만 아내에겐 자신의 존재를 나름 재확인하는 그런 기쁨의 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녀의 작품 하나하나가 유품이 되었네요.
결국 그런 결정을 내린 제가 아내에게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주어버린 꼴이 된 것이지요.
제가 미안함을 더욱 느끼는 것은 아내에게 민감했다면 이러한 기쁨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제안했을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기쁨을 주었다가 그 기쁨을 오히려 빼앗은 꼴이 된 것이지요.
4. 인정자극의 관계 이해
아마도 아내 입장에서 저에게 ‘팩트 폭격’할 것들이 꽤 많았을 것입니다.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제가 지적받을 게 훨씬 많은 것이지요.
그럼에도 아내는 저에게 부정적인 인정자극을 거의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때마다 많이 참았거나 ‘아 그렇구나’하며 저를 이해하려고 했겠지요.
아내와 나와의 인정자극 관계를 따져 보니,
아내는 나에게 긍정적인 인정자극을 많이 주고 나로부터 적게 받았으며,
아내는 나에게 부정자극 인정자극을 거의 주지 않고 나로부터는 더 많이 받았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계의 경우 아내는 나를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우울한 생활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나를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이 모자란다는 자책감이 형성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아니면,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제가 은연중에 원망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니 아내는 말로는 저에게 “지금이 가장 행복해”라고 했었지만,
실상은 나와 함께 살아온 기간이 말과 같이 행복하진 않았겠지요.
5. 정리 및 소감
아내를 잃고 나서 제 마음에 들었던 미안함의 정체는 이러한 상호간 심리관계를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 변화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인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오직 변하는 방법은 스스로 깨달아 알아차림으로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순간 제가 답답하다고 ‘팩트 지적’을 한 것이지요.
아내가 저에게 말했던 ‘아 그렇구나’를 잘 하지 못한 대가가 아내의 실종 순간부터 제 마음에 미안함으로 몰려온 것이지요.
이러한 미안함이 시간이 흘러 저에게 죄책감으로 저를 건드릴 수도 있으며, 이를 잘 정리하여 진정한 감정의 부끄러움으로 이해하고 제 자신이 더욱 변화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의 변화를 아내에게 돌려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지요.
그리운과 미안함이 많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우리는 부부라는 단어로 너무 쉽걱 상처를 주는 일이 많습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멋진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분명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 주기를 바랄꺼예요ㆍ나 많이라도 세월내내 우리들에추억을 기억해줘야지요~~
잠시 낯선곳에 살고있는 저는 어두워진
8시즈음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가고있었습니다
녹음이 짙어가는 나무그늘아래 앉아 있는 한 여성분의 모습에 눈길을 멈추고 인사를 했습니다 ㆍ 전혀모르는분에게 그냥요
몇년전부터 힘든일을격어서 어렵다며 한숨짓는 동네분을 그냥 지나치기가 왠지 그래서 소통하기시작ᆢ결국 집까지모시고와 따뜻한 밥 한공기에 계란프라이ㆍ막 담은 김치로 소소한저녁을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제 한마디는
“지금껏 자신을 가장 잘 돌보지않고 상처준 사람은 정작 본인”이라고ᆢ
늘 먹던 세끼를 먹고 늘 자던잠은 자야지요
했더니 ᆢ버락처럼 통찰 하시고 기쁘게 가셨습니다
선생님도 늘 하던거는 하세요
밥먹을땐 음식재료나 맛을 느끼며 밥에몰입ㆍ노래는 따라부르며 몰입ㆍᆢ
아주가끔 그리움이 짙어지면 한바탕 쏟아내고 또 밥에집중 ᆢ
곧 좋아지실꺼예요ᆢ
믿습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현재의 저의 생활은 점점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와 미안함 등이 만들었던 저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으니 이제 제 자신이 무엇을 하며 심리적 자율성을 찾을지, 이것을 기반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하여 생각하고 느끼고 또한 그 깨달은 만큼 조금씩 행동하고 있다고 하겠지요.
또한 제가 기독교인이기에 신과의 만남에서 저의 존재적 정체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깊이 사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조언 깊이 감사하게 받으들입니다.
선생님께서 저와 어떤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날씨가 많이 더워지고 있네요. 건강 잘 유지하시면서 상담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명철 드림